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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더왕과 성배(聖杯) 전설을 꿈꾸게 한다

황령산산지기 2005. 12. 18. 15:04
▲ 아발론 연대기(전8권)

장 마르칼|북스피어

우리에게 ‘카멜롯의 전설’이라는 영화로 잘 알려진 아더왕 이야기는 여전히 신화의 두툼한 먼지에 파묻혀 있다. 아더왕이 실재했는지 또 실재했다면 황금성 카멜롯이 웨일즈에 있었는지, 스코틀랜드에 있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아더왕이 살고 있는 곳은 꿈 속이다.

지중해권에서 그리스·로마의 신들이 신화 밖으로 뛰어나와 상상력의 바다를 형성했다면, 아더왕의 전설은 유럽인들에게 또 다른 꿈의 원천이다. 아더왕은 앵글로 색슨에게 점령당하기 전 브리튼섬의 주인공이었던 켈트족의 신화를 대표하는 인물. 6세기부터 영국과 아일랜드를 중심으로 신화적 서사시들이 출현하기 시작해 수많은 저작으로 구현됐다.

‘아발론 연대기’는 프랑스 작가 장 마르칼이 시간적, 공간적으로 방대한 저작들을 갈무리해서 내놓은 역작이다. 11세기부터 15세기까지 중세기 작가들이 쏟아낸 아더왕과 성배(聖杯)의 전설에 관한 저작을 모아 다시 썼다.

저명한 저작들은 물론 웨일즈와 아일랜드의 민담집 등 성배를 소재로 다룬 거의 모든 기록을 담아냈다. 시인이자 역사학자인 저자는 이 작업에만 40년간 품을 팔았다.

그 결과 전설은 마법사 멀린, 원탁의 기사들, 호수의 기사 란슬롯, 요정 모르간, 오월의 매 가웨인, 성배의 기사 퍼시발, 갈라하드와 어부왕, 아더왕의 죽음 등 8권의 저작으로 다시 태어났다. 각권에는 멀린과 아더의 탄생, 원탁의 기사들의 결집과 흥미진진한 모험, 아더왕국 최고의 기사인 란슬롯 이야기, 아더왕의 누이이자 여 마법사인 모르간에 얽힌 전설, 성배를 찾아나선 기사들, 아더왕의 죽음과 아발론 이야기가 담겼다. ‘현재도 왕이며, 미래에도 왕일 자’로 불린 아더왕은 평범한 백성이었다. 하지만 단숨에 엑스칼리버를 뽑아든 이후 신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로마인들이 야만인의 땅으로 불렀던 브리튼섬에는 아더와 원탁의 기사들이 등장하면서 영웅들의 영토로 바뀐다.

저자 마르칼은 “켈트 영웅들이 한국 독자들을 꿈꾸게 만들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면서 영웅들의 모험담을 즐기는데서 벗어나 다른 문화와 다른 피부빛깔, 역사적 불화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하나의 시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독자들이 깨닫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기억의 물 깊은 곳에 파묻혀 있는 엑스칼리버를 다시 찾아낼 용기를 가진 자에게 신화는 깨달음을 준다는 설명이다.

역자인 김정란 상지대 교수는 “성배는 사실 없다. 성배는 우리 자신을 찾는 일”이라면서 독자들에게 사나운 세상에서 지친 혼들을 신화의 솥단지 안에, 고요히, 오랫동안, 평안하게 담그기를 권했다. 출판사측은 ‘아더왕 이야기(아웃사이더)’라는 제목으로 작년 여름 출간됐던 구판 두권을 소장한 독자들에게는 새판을 보상판매한다. 김정란 옮김·각권 1만1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