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송 달송

유사 성행위업체 기승 인터넷 성매매도 늘어

황령산산지기 2005. 9. 21. 20:55

'숨어서 불켜는 홍등' 더 늘었다


"변태 노래방만 키웠다" 유흥업소·집창촌 반발
6개월간 반짝 단속 이후엔 제자리 걸음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집창촌은 단속의 직격탄을 맞아 사양화되고 있다. 하지만 음성적인 성매매는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오는 23일로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지 1주년을 맞는다. 이 법률은 처음엔 성매매 업주와 성매수 남성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성매매 여성의 인권을 보장하는 법률로 ‘9·23 혁명’으로까지 불렸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단속이 느슨한 유사성행위나 인터넷 성매매 등 음성적인 성매매는 갈수록 번창하고 있다. 집창촌 업주들과 성매매 여성들은 “생존권을 보장하라”며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성매매 단속의 명암을 살펴본다.


“예약 안 하셨으면 1시간30분 정도 기다리셔야 합니다.” 지난 8월 서울 신림동 고시촌 소재 A스포츠마사지 업소. 커튼을 젖히고 들어가니 1평 남짓한 쪽방에 침대가 하나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이곳은 손을 이용한 유사성행위를 하는 업소. 1시간에 6만원짜리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이 고시촌에 1~2개 있던 업소는 1년 새에 10여개로 늘어났다. 학교나 주택가 주변까지 퍼져 있다. 여종업원은 “고시생들에게 인기가 많아 주말에 1∼2시간 기다리는 것은 예사”라고 말했다. 하지만 단속은 쉽지 않다. 최태수 관악경찰서 생활질서계장은 “업소 초입부터 CCTV를 설치해 출입자를 철저히 감시하는 데다, 성을 산 남성도 처벌받는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이들의 증언을 확보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게다가 손을 이용한 유사성행위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엇갈려 단속에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채팅이나 쪽지를 통해 1:1 형태로 성매매를 하는 온라인 성매매도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이 지난 1월부터 40일 동안 실시한 단속 결과, 검거된 청소년 성매매 사범 572명 중 82%가 인터넷 채팅사이트를 통해 성매매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포털사이트들은 ‘조건만남’이란 단어를 금칙어로 지정했지만, ‘ㅈㄱ’이나 ‘조건’ 등 금칙어를 교묘하게 바꾼 카페들이 수십개에 이른다.


지난달 30일 울산시 남구 달동문화공원에서 유흥업소 종사자 수천명이 모여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불법 변태영업을 일삼는 노래방을 규탄한다”는 구호가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는 지난 6월부터 창원, 대구, 수원, 부산, 인천 등 전국에서 돌아가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유흥업소는 술 판매와 여성접대부 고용이 가능해 비싼 세금을 내는데, 노래방은 불법으로 도우미를 고용하고 2차를 하는데도 단속이 거의 안 된다”고 주장했다. 유흥음식업중앙회 김세중 사무총장은 “성매매특별법 이후 유흥업소 40%가 휴·폐업했다”고 말했다.


집창촌 업주들의 반발도 여전하다. 집창촌 업주들의 모임인 한터측은 지난 8월 초 국회의원 299명과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장하진 여성가족부 장관, 허준영 경찰청장에게 이메일을 보내 공개토론을 제안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다고 했다. 성매매 여성들의 모임인 ‘전국한터여성종사자연합’도 지난 6월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앞에서 집회를 갖고 ‘성 노동자의 날’ 행사를 가졌다. 한터전국연합 강현준 사무국장은 “집창촌이 단속대상이 되면서 안마시술소나 이발소, 휴게텔 등만 반사이익을 노린다”며 “성매매특별법 이후 많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장기적 대책이 없다”고 비판했다.


경찰청은 20일 성매매 업소는 1679곳에서 1061개로, 여종업원 수는 5567명에서 2653명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고 그간의 단속 결과를 발표했다. 수치만으로 보면 상당한 성과다. 하지만 올 3월 성매매특별법 시행 6개월 만에 발표한 자료를 살펴보면,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당시에는 성매매 업소가 1071개로, 여종업원 수가 2736명으로 줄었다고 발표했다. 6개월 동안 성매매 업소는 10곳(0.9%), 여종업원은 83명(3.0%)이 감소하는 데 그쳤다. 시행 초기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여론의 관심이 집중됐을 때에는 단속을 강화했다가, 세월이 지나면서 단속도 약해진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단속 강화에 집창촌 업주들이 집단 반발하고, 안마시술소 시각장애인들이 경찰관서를 항의 방문하는 등 어려움이 많다”며 “폭은 작지만 계속 감소 추세를 유지하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과거 ‘윤락행위 방지법’의 실패가 재현될 것이라고 말한다. 강지원 변호사는 “성매매 문제가 불거지면 반짝 단속하다가 법 집행의지가 약해지면 유명무실해지는 이전의 실패사례가 그대로 답습되고 있다”며 “음성화된 성매매 시장에 대한 지속적 단속과 성문화를 바꾸는 의식개혁 운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