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송 달송

자수공예품에 담긴 극락왕생

황령산산지기 2022. 5. 29. 06:58

자수공예품에 담긴 극락왕생


 
 
일월수다라니주머니 보존처리 국가민속문화재 제42호 일월수다라니주머니는 해 안에 세 발 달린 까마귀(삼족오, 三足烏)와 달 안에 옥토끼를 수놓은 주머니 두 개가 한 쌍이다.

5년에 한 번, 국가가 지정한 중요 문화재가 안전하게 잘 보존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국가민속문화재 정기조사 당시, 일월수다라니주머니의 일부가 뜯어지고 오염된 부분이 발견되어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로 보존처리가 의뢰되었다.

01. 해를 상징하는 삼족오가 있는 일월수다라니주머니 ⓒ국립문화재연구소 02. 국가민속문화재 제42호 일월수다라니주머니의 보존처리 완료 후 모습 ⓒ국립문화재연구소

 
 
불화, 그리고 다라니주머니
 
일월수다라니주머니는 해와 달을 수놓은 다라니주머니라는 뜻으로, 올해 5월 24일 타계한 한국자수박물관의 고(故) 허동화 관장(1926~2018)이 수집한 유물이다. 원래 불화(佛畵)에 걸어 복장낭(腹藏囊: 복장유물을 넣는 주머니)으로 사용하는 것인데, 왼쪽과 오른쪽 상단에 매달아 걸기 때문에 두 개가 한 쌍이다.
 
일월수다라니주머니는 길이 57cm, 너비 약 13cm의 크기로, 이 주머니가 어느 불화의 복장으로 사용되었는지 전해진 것은 없다. 주머니의 글자 자수를 통해 왕실 상궁 김씨와 류씨가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불화 제작에 시주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현전하는 복장주머니 중에서 색상의 다채로움, 자수 문양의 세부 표현, 두 주머니가 서로 마주 보는 유기적 구성 등 조형적으로 가장 뛰어나다.
 
 
자수로 수놓은 연화화생
 
일찍이 고구려 가서일(加西溢)이 그렸다는 일본의 천수국만다라수장(天壽國曼茶羅繡帳)이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쇼토쿠태자의 명복을 빌고 극락왕생을 염원하여 만든 자수품으로 크기는 약 480cm로 전한다. 이것 역시 원래는 두 개였으며, 연화화생도가 표현되어 있다. 

굳이 1,200여 년이나 앞선 천수국수장을 통해 주목하고자 하는 사실은, 연화화생이라는 모티브 이외 자수 공예를 통한 극락왕생의 기원이라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자수 한 땀 한 땀으로 연화화생도를 수놓았던 풍습은 꽤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일월수다라니주머니는 기유생(己酉生) 동갑내기 상궁 김씨와 상궁 류씨가 자신과 부모님의 극락왕생을 발원하기 위해 만들었다. 주머니의 앞쪽에는 한문 자수를 놓고, 뒤쪽에는 궁서체의 한글 묵서가 남아있다. 

가운데 자수주머니를 중심으로 위로는 석씨매듭으로 장식하고, 아래로는 각기 세 개의 드림부(매달아서 길게 늘이는 드림과 끝에 부채꼴 모양으로 생긴 분합으로 구성)가 달려있다. 연두색 공단에 연잎에 싸인 연꽃을 수놓고, 그 위에 청신녀(淸信女: 출가하지 않고, 불교를 믿는 여자 신도) 상궁 김씨와 상궁 류씨가 해와 달이 있는 활짝 핀 연꽃으로 연결된 줄을 붙잡고 있는 모습이다. 

상궁 김씨의 다라니주머니에는 해를 상징하는 삼족오가 있으며, 상궁 류씨의 다라니주머니에는 토끼가 있는 달을 수놓았다. 주머니 둘레는 흰 명주실을 금종이로 싸서 둘렀다. 자수기법은 자련수, 평수, 이음수 등으로 수놓았다.

 
 
 


 
03. 일월수다라니주머니의 솔기 부분 보수 ⓒ국립문화재연구소 04. 다라니주머니의 드림부 분합 해체 ⓒ국립문화재연구소 05. 다라니주머니의 분합 세척 ⓒ국립문화재연구소
 
수술대에 오른 일월수다라니주머니
 
고 허동화 관장은 일찍이 우리나라 자수 공예품의 아름다움을 알리고자 국내외 여러 박물관에 소장품을 아낌없이 빌려주신 분으로 유명하다. 이러한 허동화 관장의 자수품에 대한 수집과 연구의 열정에도 불구하고, 일월수다라니주머니는 보다 안전한 상태로 전시하고 보존 관리할 수 있도록 보존처리가 필요한 상태였다.
 
전체적으로 직물과 자수실의 색상이 퇴색되고, 검은 반점과 먼지가 축적되어 있었다. 특히 드림 부분의 직물이 열화되고 일부분이 떨어진 것을 임시로 바느질하여 엮어 놓거나, 접착제로 붙여 고정한 곳이 문제가 되었다.
 
보존처리는 주머니의 표면에 이물질을 제거하고, 드림과 분합은 물에 담그지 않고 미세한 물입자를 분무하면서 오염물을 흡착하는 방법으로 진행하였다. 세척 후 흐트러진 유물의 형태를 잡아주고, 직물이 약해진 부분은 유물색과 동일하게 천염 염색한 보강 직물을 대었다. 

배접 종이가 들뜬 부분에는 소맥전분풀로 재접착하고, 섬유가 끊어지거나 꼬임이 풀어진 매듭의 심지실에도 아교 대신 유연성이 있는 보존처리용 접착제를 도포하여 강화 처리하여 보존처리를 마무리하였다.

 
보존처리가 완료되고 2년 여가 지난 올해 5월 17일 일월수다라니주머니를 포함한 한국자수박물관의 자수품 5,000여 점이 서울시에 기증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이제 2020년 서울공예박물관의
개관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글. 사진. 안보연(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

'알송 달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계인이 본 미스테리 한국  (0) 2022.06.06
세계에서 가장 깊은 인공 구멍의 실체  (0) 2022.05.29
우주의 탄생부터 현재까지 타임라인  (0) 2022.05.22
세계 각국의 세계지도  (0) 2022.05.21
직립 비행  (0) 2022.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