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란?

죽음은 어디에 있는가?|

황령산산지기 2020. 2. 29. 10:15

恩波

    

평소 친하게 지내던 지인 한분이,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남으로   

지난 주에, 용인 공원묘지에 위치한 장지에 갔다가,  자가 운전하여 집으로 오고 있는데,

“죽음은 어디에 있는가?”란 질문이 슬며시 떠오르며 계속 머리에 맴 돌면서,

우리는 “죽음”이란 문제는 평소 나와 전혀 관계가 없는

남의 이야기나 달나라 이야기인 것처럼 살아오고 있는데,

사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는 “죽음”을 늘 코끝에 달거나 옆구리에 끼고서

살아 가고 있다는 사실이 무겁게 인식되면서,

오늘따라 유난히 도로 위의 <노란 차선>이 눈에 크로즈 엎되면서,

지금 나의 생사가 저 노란 차선에 달려 있구나 하는,

생뚱 맞은 생각이 느닷없이 떠 오른다.

매일 이 도로를 오가며 아무 생각 없이 빨리 가려고, 늘 1차선으로 달리곤 했는데,

그러고 보니 만약 2,30센치 정도만 옆으로 잘못 가서 노란 차선을 침범했다면,

1초이내에, 나는 이 세상사람이 아니다라는 생각에 미치니, 갑자기 겁이 덜컹 난다.

1차선으로 마주 달리는 차량들이, 옆으로 차량거리 몇십cm이내에서

서로 아무런 생각 없이 자기 갈 길만 무섭게 쌩쌩 달리고 있다.

만약 노란 차선을 넘으면 죽거나 크게 다친다는 인식은 잊어 버리고,

평소 운전습관과 운전자 서로에 대한 운전 믿음 때문에,

불과 1, 2초 사이의 생과 사의 갈림길을 무감각하게 넘겨 버리고 일상으로 생활하고 있다

나나 상대편 운전자가 눈 깜짝할 사이의 부주의로, 쌍방 일어나는 치명상이나

사망에 이르는 무시무시한 개연성을 전혀 개의치 않고 운전하며 가고 있는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드니 무서워서 달리던 1차선에서 2차 3차선으로,

차선을 자꾸만 오른쪽으로 바꿨다.

운전자 서로간, 노란 차선은 절대로 넘거나 침범하지 않는다는 확신과

"운전 약속에 대한 신뢰", 이것이 무너진다든지 의심이 들면,

어떻게 차를 운전할 수 있으며, 더더욱 1차선으로 달릴 수 있겠는가?

그런데 만나 본 일도 없고, 얼굴도 모르는 저 운전자와의 관계에서는,

생명도 서로 마끼는 "운전 약속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있으면서도,

그러나 이제껏 살아 오면서 맺어진 많은 인간관계에서

나는 그 얼마나 약속을 지켰으며, 그 약속에 대한 신뢰를 심어 주었던가?

부지중이던 고의던 악의던, 하루에도 수없이 지키지 못한 약속을 떠 올리게 한다.

차량사고와 같은 나에게 치명적이 아니라고, 불리한 점이 없다고 또 유리하다고,

그 얼마나 많은 약속을 밥 먹듯이 지키지 안 했던가?

우리가 인간관계에서 스스로 매일 수없이 저 노란 차선을 마음대로 침범하며

넘나들며 왔다갔다하면서, 그뿐인가 때로는 역 주행한 것도 어디 한두 번인가?

단 한번의, 한 순간의 잘못과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것이, 노란 차선 위반 교통사고인데
매일, 우리의 인생 길에서 인간관계속에 수없이 저지르는 노란 차선 위반에도 창조주께서,
이 시간 여기까지 나를 살려두신 이유가 무엇일까?

너무나 사랑하여 보호하고 있는 걸까?
아직까지 세상에 살려 둘만한 가치가 있다고 하는 걸까
쓸모 없는 인간이라 관심 밖에 아예 내버려 뒀는 걸까?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니, 노란 차선을 위반하면,

나나 상대편 둘 다 죽던지 치명상을 서로 입기 때문에, 죽자 살자 교통법규를 지키고

서로 절대적인 운전 약속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운전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우리의 삶에서도 인간관계에서나 창조주관계에서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한치의 예외 없이 죽거나 치명상을 입게 된다면,

매일 수없이 아무런 부담 없이 저질러 왔던 약속위반이나 신뢰 깨트림을 할 수 있겠는가?---
아마 생명을 내어 놓고 지킬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입맛이 쩝쩝 하며 씁쓰레 한 쓴웃음이 입가에 지나가며
또한, 죽음은 그 어디에 있지 않고,

늘 내 곁에서 순간순간 같이 호흡하며 지내고 있다는 자각에, 옷깃을 여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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