恩波
평소 친하게 지내던 지인 한분이,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남으로 지난 주에, 용인 공원묘지에 위치한 장지에 갔다가, 자가 운전하여 집으로 오고 있는데, “죽음은 어디에 있는가?”란 질문이 슬며시 떠오르며 계속 머리에 맴 돌면서, 남의 이야기나 달나라 이야기인 것처럼 살아오고 있는데, 사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는 “죽음”을 늘 코끝에 달거나 옆구리에 끼고서 살아 가고 있다는 사실이 무겁게 인식되면서, 오늘따라 유난히 도로 위의 <노란 차선>이 눈에 크로즈 엎되면서, 지금 나의 생사가 저 노란 차선에 달려 있구나 하는, 생뚱 맞은 생각이 느닷없이 떠 오른다. 그러고 보니 만약 2,30센치 정도만 옆으로 잘못 가서 노란 차선을 침범했다면, 1초이내에, 나는 이 세상사람이 아니다라는 생각에 미치니, 갑자기 겁이 덜컹 난다. 서로 아무런 생각 없이 자기 갈 길만 무섭게 쌩쌩 달리고 있다. 만약 노란 차선을 넘으면 죽거나 크게 다친다는 인식은 잊어 버리고, 평소 운전습관과 운전자 서로에 대한 운전 믿음 때문에, 불과 1, 2초 사이의 생과 사의 갈림길을 무감각하게 넘겨 버리고 일상으로 생활하고 있다 사망에 이르는 무시무시한 개연성을 전혀 개의치 않고 운전하며 가고 있는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드니 무서워서 달리던 1차선에서 2차 3차선으로, 차선을 자꾸만 오른쪽으로 바꿨다. "운전 약속에 대한 신뢰", 이것이 무너진다든지 의심이 들면, 어떻게 차를 운전할 수 있으며, 더더욱 1차선으로 달릴 수 있겠는가? 생명도 서로 마끼는 "운전 약속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있으면서도, 그러나 이제껏 살아 오면서 맺어진 많은 인간관계에서 나는 그 얼마나 약속을 지켰으며, 그 약속에 대한 신뢰를 심어 주었던가? 부지중이던 고의던 악의던, 하루에도 수없이 지키지 못한 약속을 떠 올리게 한다. 차량사고와 같은 나에게 치명적이 아니라고, 불리한 점이 없다고 또 유리하다고, 그 얼마나 많은 약속을 밥 먹듯이 지키지 안 했던가? 우리가 인간관계에서 스스로 매일 수없이 저 노란 차선을 마음대로 침범하며 넘나들며 왔다갔다하면서, 그뿐인가 때로는 역 주행한 것도 어디 한두 번인가? 나나 상대편 둘 다 죽던지 치명상을 서로 입기 때문에, 죽자 살자 교통법규를 지키고 서로 절대적인 운전 약속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운전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한치의 예외 없이 죽거나 치명상을 입게 된다면, 매일 수없이 아무런 부담 없이 저질러 왔던 약속위반이나 신뢰 깨트림을 할 수 있겠는가?--- 늘 내 곁에서 순간순간 같이 호흡하며 지내고 있다는 자각에, 옷깃을 여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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