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애

미처 나누지 못한 말

황령산산지기 2019. 6. 8. 16:23

연화못 

    



미처 나누지 못한 말 그날 저녁, 세상 지친 얼굴에 서로 미뤄두었던 말이 있네 그말, 나누지 못하고 우리는 헤어졌네 내 몹시 사랑하던 사람, 그 밤에 문득 떠나고 말았네 돌아오지 못할 줄 알았으면 밤 하얗게 지새웠을 텐데 사랑과 칭찬, 고마움 털어 놓았을 텐데 먼 길 떠나는 줄 알았으면 다 주었을 텐데 모두 용서했을 텐데. 어깨 움찔대도록 받들었을 텐데 몹시도 사랑하던 사람을 나는 무심히 떠나보내고 말았네 내 몹시 사랑하던 사람과 미처 나누지 못한 말이 있네 그 어두운 새벽, 자네는 영영 입을 닫아버리고 꿈속에서도 만날 수 없게 되었네 사랑한다는 말, 미루어선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어리석게 나는 입을 닫았네 고맙다는 말, 미루어선 안 되는 것 알면서도 아둔하게 나는 침묵했네. 자네도 마침내 입을 닫았네 내 말을 기다렸던가 우리 간직했던 마지막 이야기를 결국 나누지 못하고 말았네 가시 돋친 말은 미루어도 사랑의 말은 미루지 말았어야 했네 오늘 밤, 누군가 또 영영 오지 못할 길을 떠날 것이네 가는 길 외롭지 않게 이승의 생을 즐겁게 추억하도록 사랑의 말 고마움의 말을 전해주어야 하네 누군가는 자신도 모르는 새 지금 머나먼 여행을 준비하고 있을 걸세, 자네가 그랬듯이 보살피지 못한 그 한 번, 그 순간의 어리석음이 평생의 업이 되었네 신좌섭 --. Le Mantra du Coeur / Michel Pép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