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간 / 인연은 우연히 찾아오지 않는다

유당(幽堂) 

    

이 순간 ... 피천득 이 순간 내가 별을 쳐다본다는 것은 그 얼마나 화려한 사실인가 오래지 않아 내 귀가 흙이 된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제9교향곡을 듣는다는 것은 그 얼마나 찬란한 사실인가 그들이 나를 잊고 내 기억 속에서 없어진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친구들과 웃고 이야기한다는 것은 그 얼마나 즐거운 사실인가 두뇌가 기능을 멈추고 내 손이 썩어가는 때가 오더라도 이 순간 내가 마음 내키는 대로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허무도 어찌하지 못할 사실이다.      인연은 결코 우연히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 성전스님 삼천 년의 생이란 얼마만큼 길고도 먼 시간일까요. 인간의 걸음으로 지구에서 태양까지 걸어가는 데 사천 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하니 삼천 년의 생이란 참으로 멀고도 아득한 세월이기만 합니다.  그러나 끝이 없는 저 광활한 우주의 시간으로 볼 때 삼천 년의 생이란 ‘찰나’일 것일니다.  하지만 삼천 년이라는 세월은 우리 인간들에게는 너무나 몹시도 긴 시간입니다.  그렇게 너무나 오랜 시간을 거쳐서 당신과 내가 만났다고 생각하면 그 만남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이렇게 인연(因緣)은 누구나에게 소중합니다. 인연(因緣)은 결코 우연히 찾아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알든 모르든 인연(因緣)은 이미 사람들 안에 씨뿌려져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그대를 만나기 전 그대는 이미 내 안에 있었고 또한 이미 그대 안에 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대와 나와의 만남이 처음인 것 같지만 두 사람의 만남은 삼천 년의 생을 두고 두 사람 안에서 익어 온 것입니다. 그러나 이같은 길고 긴 오랜 인연의 시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그냥 지나쳐버리거나 차마 다 사랑하지 못하고 헤어지고야 맙니다. 그 이유는 사람들의 안목이 영원성(永遠性)을 보는 법을 잃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살아가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한 번 물어보십시오.  당신과 나는 그 전에는 무엇으로 만났을까? 라고요...  당신과 나는 또 얼마나 멀고 긴 시간이 지난 후에야 다시 만날 수 있는 것일까? 라고요... 이렇게 생각을 해보면 사람들마다 제각각 마주하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나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나는 다음 생에는 나무 한 그루로 태어났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것을 다 주는 나무, 그 한 그루 나무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때 당신이 나무 사이를 스쳐지나가는 살랑바람으로 와 주시면 얼마나 반가울까요. 나무 위에 머무는 구름으로 빗물로, 때로는 나무 아래 핀 한 송이 꽃으로 와 주신다면 얼마나 반갑고 고맙고 눈물이 날까요. 삼천 년의 생이 지나 다시 만날 당신께 이 글을 드리옵니다.  - 출처 /삼천 년의 생을 지나 당신과 내가 만났습니다                                                     Tea Time Classic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