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나 죽음 복선된 ‘죽은 잠자리’는 우연히 촬영
유해 안치 납골당은 드라마 제목과 같아 ‘소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 사람은 없다’. 종합편성(종편)채널 JTBC 화제의 드라마 ‘SKY캐슬’을 두고 나온 말이다. 기대 없이 봤다가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에 푹 빠져 TV리모컨을 놓지 못하는 이들이 많았다. 드라마가 미스터리 스릴러 성격을 띠다 보니 소품까지 주목받았다.
죽은 잠자리가 나온 장면은 ‘떡밥’이 돼 온라인엔 온갖 추리 글이 쏟아졌다. 극 중 인물의 비밀을 찾아내고자 시청자들이 드라마의 작은 지점까지 들추며 ‘탐정놀이’에 빠져 벌어진 풍경이다. 모자상 조각, 피라미드 조형물 그리고 죽은 잠자리의 장면까지.
이들 소품과 장면은 어떤 의미를 담았으며,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지난 1일 드라마 종방으로 아쉬움이 남았을 시청자들을 위해 ‘SKY캐슬’ 속 당신이 모르고 지나쳤을 ‘1㎜의 이야기’를 찾아 소개한다.
드라마에서 반전의 일등공신은 ‘모자(母子)상’이었다. 1회에서 이명주(김정난)가 해외여행을 다녀왔다고 거짓말을 하며 같은 타운에 사는 한서진(염정아)과 진진희(오나라)에 준 선물이다. 어머니가 품에 아이를 안은 모습이 새겨진 조각엔 화목함이 가득하다.
어머니의 자식을 향한 사랑을 담은 모자상은 드라마에선 비극을 알리는 단서로 쓰였다. 이명주는 모자상을 선물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한서진 강준상(정준호)부부의 결혼식 사진 옆에 놓인 모자상은 이 가족의 위기를 앞서 보여주기도 했다.
드라마를 쓴 유현미 작가가 부모의 비뚤어진 교육관과 모성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모자상을 드라마 소품으로 원했다고 한다. 이철호 미술감독은 1일 본보와 전화통화에서 “작가의 요구로 모자상을 직접 디자인한 뒤 조각가에 제작을 맡겨 활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모자상이 ‘SKY캐슬’ 가족 비극의 단서였다면, 피라미드 조형물은 ‘제2의 배우’역을 톡톡히 했다. 명문대 진학을 해야 계급사회의 피라미드 꼭대기에 설 수 있다고 믿는 드라마 속 인물들의 허욕을 보여줘 풍자의 맛을 살렸다. 로스쿨 교수인 차민혁(김병철)은 높이 1m가 넘는 피라미드를 집에 들여 탐욕의 광기를 보여준다. ‘SKY캐슬’의 분신 같은 조형물은 드라마가 끝난 뒤 어떻게 됐을까. 이 미술감독은 “촬영 모두 끝난 뒤 미련 없이 부숴버렸다”며 웃었다.
드라마에 그냥 나오는 장면은 없는 법이다. 잠자리는 죽음의 복선이 됐다. 14회에선 김혜나(김보라) 옆 유리창 밑에 죽은 잠자리가 클로즈업됐다. 같은 회 엔딩에서 김혜나가 사망하기 전에 나온 장면이었다. 애초 대본엔 없던 설정이었다. 조현탁 PD가 촬영하다 즉흥적으로 카메라에 담은 장면은 ‘신의 한 수’가 됐다. 조 PD는 “촬영 현장을 가면 현장만의 멋을 찾기 위해 꼼꼼히 현장을 둘러본다”며 “마침 교실 복도에서 죽은 잠자리가 보였고 머릿속에 드라마의 큰 틀이 있어선지 예사롭게 보이지 않아 촬영 감독에게 따로 요청해 찍어 둔 장면”이라고 말했다.
때론 우연이 드라마의 비극을 풍성하게 만들기도 했다. ‘SKY캐슬’에서 혜나(김보라)의 유해가 안치된 납골당 촬영은 드라마 제목과 이름이 같은, 경기 광주시에 있는 ‘스카이캐슬 추모공원’에서 진행됐다. 이를 눈치챈 시청자들 은 ‘소름’이란 반응을 보였다. 조 PD는 “그 추모공원과 드라마는 전혀 관련이 없지만 어떻게 장소를 찾다 보니 스카이캐슬 추모공원에서 찍게 됐다”며 멋쩍게 웃었다.
양승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