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라만상

[스크랩] 의식 너머의 흔적들

황령산산지기 2018. 12. 29. 15:41


의식 너머의 흔적들 / 수메르 태초의 빛은 모두 잠들어 스스로를 유폐시키며 제 몸에서 깊어지는 어둠 눈을 뜨면 서서히 무너지는 현실 앞에서 주변을 듣는 귀는 낯설고 불편한 기억들이 뒤섞여 고여있던 정적만 시리고 선명하다 허기진 의식 너머의 흔적들 마디마디 튕겨 나갔던 아득한 숨소리들 꿈이 어긋난 어디쯤 삶은 조용히 세상을 견디고 있다가도 빈 틈새를 보일 때마다 더불어 빛이 되지 못한 그림자들이 끊임없이 흔들렸다 무엇이 그렇게 간절했을까 산다는 건 적막과도 손울 잡는 과정인지 이미 생의 끝자락에 서 있는 것처럼 원인 모를 고독과 비애는 뼈아픈 단절의 징후들만 남겨둔 채 기억 어느 변방을 표표히 날고 있으니 까닭 없는 향수에 이끌려 함몰되었던 의식들이 너풀너풀 아픈 형상으로 잘 짜여지면 모순의 사각지대에 안착이나 하는 듯 눈물의 뿌리를 기억하지 않고 지난날 성패도 논하지 않으니 생을 등에 지고 시간의 태를 끊어버린 경계에서 다시 무연(無緣)의 꽃으로 피어날까.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수메르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