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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이 보게, 친구! - 서산대사 詩 외 미투(美鬪)

황령산산지기 2018. 4. 21. 10:06


             이 보게, 친구! - 서산대사 詩

            이 보게, 친구! 살아 있는 게 무언가? 숨 한번 들여 마시고 마신 숨 다시 뱉어내고 가졌다 버렸다 버렸다 가졌다. 그게 바로 살아 있다는 증표 아니던가? 그러다 어느 한 순간들여 마신 숨 내뱉지 못하면 그게 바로 죽는 것이지

            어느 누가 그 값을 내라고도 하지 않는 공기 한 모금도 가졌던 것 버릴 줄 모르면 그게 곧 저승 가는 것인 줄 뻔히 알면서 어찌 그렇게 이것도 내 것 저것도 내 것 모두 다 내 것인 양 움켜 쥐려고만 하시는가?

            아무리 많이 가졌어도 저승길 가는 데는 티끌 하나도 못 가지고 가는 법이리니 쓸 만큼 쓰고 남은 것은 버릴 줄도 아시게나 자네가 움켜쥔 게 웬만큼 되거들랑 자네보다 더 아쉬운 사람에게 자네 것 좀 나눠주고

            그들의 마음 밭에 자네 추억 씨앗 뿌려 사람 사람 마음 속에 향기로운 꽃 피우면 천국이 따로 없네 극락이 따로 없다네 생이란 한 조각 뜬 구름이 일어 남이요 죽음이란 한 조각 뜬 구름이 스러짐이라 뜬 구름 자체가 본래 실체가 없는 것이니 나고 죽고 오고 감이 역시 그와 같다네.

            천 가지 계획과 만 가지 생각이 불타는 화로 위의 한 점 눈(雪)이로다 논갈이 소가 물위로 걸어가니 대지와 허공이 갈라 지는구나 삶이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오 죽음이란 한 조각 구름이 스러짐이다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 죽고 살고 오고 감이 모두 그와 같도다.

西山大師 : 休靜 (1520 ~1604)

묘향산 원적암에서 칩거하며 
많은 제자를 가르치던 
서산대사께서 85세의 나이로 운명하기 직전 
위와 같은 詩를 읊고 나시어 
많은 제자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가부좌(跏趺坐)를 하고 앉아 잠든 듯  
입적(入寂) 하셨다고 합니다.



 

  미투(美鬪) / 임보 


   진달래가 벌에게 당했다고


 하니 민들레도


나비에게 당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매화 산수유 복숭아 살구 자두 들이 떼를 지어


 ‘나두! 나두! 나두!’


 

아우성을 쳤다


드디어 벌과 나비들이


 얼굴을 싸쥐고 은둔에 들어갔다


그래서


그해 과일나무들은


 열매를 못 달고


세상은 깊은 흉년에 빠졌다.


  글(詩) : 임보








==^^ 편집//황금개구리(김재강) ^^==












 

 




 


 


 


출처 : 낙원 산 약초
글쓴이 : 황금개구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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