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라만상

[스크랩] 생각과 감정의 근원 바라보기

황령산산지기 2017. 8. 20.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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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음의 파동


생각과 감정이 떠올라도 아무 것도 하지 않아야 한다. 있는 그대로 내버려두어야 한다.

명상하는 마음은 흙탕물로 가득 찬 병을 그대로 놓아두는 것과 같다.

병을 흔들거나 휘젓지 않고 그대로 놓아두면, 더러운 입자들이 바닥에 가라앉게 되어, 물은 본래대로 맑아지게 된다.

마음의 본성 또한 마음을 자연상태 그대로 놓아두기만 하면, 축복과 명료함으로 충만된다.

바다에는 파도가 있듯이, 마음에도 생각과 감정이 있다. 파도는 언제나 일어난다.

파도가 이는 것은 독자적인 파도가 있어서가 아니라, 물결 위를 지나가는 바람으로부터 에너지를 받아 파동을 일으킨다.

만들어진 물결은 잇따라 다음 물결을 낳는다.

발생된 파동은 하나의 창조적 폭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모든 물결들에 영향을 미치면서 그 파동을 지속하려 한다.

그러나 결국 파도는 바다에 되돌아가기 마련이다.

파도는 바다에서 왔다가 바다로 되돌아갈 뿐이다.

생각과 감정도 마음의 본성이 표현되고 표출된 것일 뿐이다.

생각과 감정은 마음에서 일어나고 마음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다.

생각과 감정은 마음의 본성에서 일어났다 스러지는 마음의 가족이다.

그러므로 그들을 자비롭게 대해주자. 즉, 편견 없이 생각과 감정을 대하는 것이다.

2 관조

명상은 무언가를 행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존재하고 관조할 뿐이다.

즉 순간순간을 조건 없이 살아가는 방법이다.

명상을 통해 우리는 사물 본래모습 그대로를 파악하고 이해한다.

마음을 쉬는 명상 중에도 생각과 감정은 끊임없이 솟아오른다.

처음에 일어나는 생각과 감정은 마치 가파른 절벽에서 쉴새없이 쏟아지는 폭포수처럼 다른 쪽이 그것에 이르게 된다.

명상이 숙달됨에 따라 깊고 좁은 골짜기를 흐르는 물 같이 되고, 이어서 바다를 향해 길을 열어 가면서 굽이쳐 흐르는 거대한 강줄기 같고, 마침내 잔물결과 파도에 의해서만 수시로 흔들리는 잔잔하고 평온한 대양같이 된다.

3 생각과 감정 거슬러 근원 바라보기

증오심은 매우 견고하고 강력하게 보인다.

증오심은 마음에 응어리 같은 에너지를 만들고, 행동을 엉망으로 만든다.

그러나 증오심을 주시하면, 그것은 우리에게 무기를 들이대지도 않고, 바위처럼 우리를 깔아 뭉갤 수도 없고, 불처럼 우리를 태울 수도 없다.

사실 모든 것은 아주 사소한 생각에서 시작된다.

이것이 차차 비구름처럼 커지는 것이다.

멀리서 보면 여름날 두꺼운 먹구름은 매우 엄청나고 견고하게 보여 그 위에 앉아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지만, 막상 먹구름을 통과할 때는 아무것도 없고 아무것도 만질 수 없다.

마찬가지로 어느 생각 하나를 주시하고 그 원천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확실하고 견고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바로 그 순간 그 생각은 사라져 버린다.

생각의 본성을 주시하면 그 본성은 비어 있다.

그 비어 있음을 알 때 생각은 해방된다.

해방된 생각은 우리를 좌지우지하지 못하고, 우리의 삶에 연쇄반응을 일으키지 않으며, 하늘을 가로지르는 새처럼 흔적 없이 사라져 버린다.

4 내 버려두면 그것은 스스로 안정된다

까마귀 우는 소리가 불길하다고 하지만, 까마귀는 단지 천성의 울음소리를 내었을 뿐이다.

까마귀 우는 소리가 불길한 것이 아니고, 우리가 내린 우리의 불길한 판단에 우리가 결박을 당하는 것이다.

"까마귀의 울음소리는 불길하다" 라는 편견에 구애되지 않는다면, 까마귀 소리도 종달새의 지저귐처럼 새소리에 불과하다.

명상(meditation)은 생각을 내려놓는 과정임에 반해, 사색(thought)은 깊고 끈덕지게 생각하는 과정이다.

사색은 그저 생각 자체일 뿐이므로 영감과는 거리가 멀다.

비어 있음은 사변의 물결을 가라앉혀 무한과의 연결을 가능케 하는 통로이다.

그리하여 무심(無心)하면 도와 합하고(虛心合道), 기심(起心)하면 도와 멀어진다는 말까지 생긴 것이다.

신경질이나 증오와 같은 감정이 일어날 때, 그것은 우리의 적이 아니라, 우리의 일부분이다.

우리가 한층 기분 좋게 그것을 대하면, 그것들도 우리를 기분 좋게 대해 줄 것이고, 그것들을 힘겹게 여기지 않는다면 그것들도 우리를 힘겹게 여기지 않는다.

생각은 바람에 밀려 스쳐 가는 구름처럼 그저 왔다가 가는 것이다.

생각을 다스리는 비결은 생각이 마음을 통해서 흘러가도록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이다.

생각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바다의 파도가 그렇듯이, 자연스럽게 일어났다가 가라앉도록 내버려두는 것이다.

그것에 집착하지도 말고, 그것을 먹여 살리지도 말고, 그것에 빠져들지도 말고, 그것을 붙들지도 말고, 응결시키지도 말고, 끌어들이지도 말자.

우리가 할 일은 그저 흘러가는 또는 일어났다 스러지는 생각을 그저 바라보는 것이다.

마치 지혜로운 노인이 아이들의 놀이를 지켜보듯이, 바다가 일어났다 스러지는 파도를 지켜보듯이, 하늘이 스쳐 가는 구름을 지켜보듯이.

삶이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를 가지고 노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5 생각과 감정의 틈새

그렇게 깨어 있는 마음으로 바라보는 동안, 생각들 사이에 빈틈이 보이게 된다.

과거의 생각이 이미 지나갔을 때, 그리고 미래의 생각이 아직 떠오르지 않았을 때, 그 빈틈으로 마음의 본성 리그파가 보인다.

따라서 명상이란, 생각을 서서히 가라앉혀 그 빈틈을 더욱 뚜렷하게 더 길게 하는 것이다.

생각이 갈앉혀진 순간은 잠시 우리가 무지에서 벗어난 순간이다.

언젠가 한번은 미워하지 않으면 안될 것으로 그것을 사랑하고, 언젠가 한번은 사랑하지 않으면 안될 것으로 그것을 미워하되, 그 감정을 잘 살펴보면 참으로 덧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니 무엇을 미워하고 무엇을 증오할 것인가.


출처 : 그날이 오면.....
글쓴이 : 라비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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