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안(彼岸)
五龍/김영근
만나고
헤어지고
순탄한 생의 파도가
바람을 만나 세파로 바뀌고
괴로워하지 않고자 하나
강물이 바람을 만나 요동치는 것처럼
번뇌는 세상에 숱한 길처럼
인간을 에워싸고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니
번뇌가 없으리라 바라지 말고
번뇌가 있다하나
이겨내지 못할 삶의 문제는 없으니
그대의 삶이
한척의 배가 되어
세상의 바람과
생의 파도를
잘 타고 나아갈 수 있도록
성심을 다하고
누구를 만났거든 마음을 다해 사랑하고
누구와 헤어졌거든 그의 행복을 위해
뒤에서 기도하고
만남이든, 이별이든
그 어떤 인연도
소중히 하고
억겁의 영원함이 순간으로 표출됨이
오늘임을 알고
오늘에 충실하며
오늘에 살며
과거는 축문을 태우듯 불살라 없애고
미래는 아직 익지 않은 열매처럼
먹을 수 없음을 인지하고
오직 지금의 인연을 귀하게 여기고
자신이 부처임을 깨달아
멀리서 진리를 구하지 말고
자신의 마음속에서
영원한 진리를 찾아
평안함과 행복을 추구하고
혹여 어느 누구라도
저주하거나 미워하지 말고
세상에 완벽한 존재는 없음을 알아
그 누구의 흠도 비꼬지 말며
오직 그대의 부족함을 깨달아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시시각각 노력하며
사람이든 미물이든
사랑의 존재라는 사실을 알아
사랑하고 또 사랑하며
그대의 업을 줄이고
공덕을 쌓아
이 세상에서 극락의 삶을 살고
진실도 거짓이 되기도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기도 하니
사람들의 말에
너무 편중되게 편을 들거나
아랑곳하지 말고
그대의 마음에 고요한 중심을 두고
낮의 빛과
밤의 어둠처럼
실체는 없으나
밝게도 하고
어둡게도 하는 것이
모두 마음에서 연유함을 알아
마음의 광도(光度)를 조절하고
바람처럼
발은 없으나
나뭇가지를 흔들고
흔적을 남기는 것처럼
고요한 듯
그대 삶의 족적(足跡)을 더듬어
늘 마음이 평안하게 하고
바람에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그대 삶의 번민들도
때때로 떨어뜨려
그대 삶의 무게를 가볍게 하고
부질없이 쓸데없는 걱정으로
그대 삶을 무겁게 하지 말고
하루의 달력이 떨어져 나가듯
그대 삶의 하루, 하루를
먼지 털 듯 털어내고
청정해진 시간 속에
새로운 꿈을 심어
그대만의 삶의 싹을 틔우고
더러는 천금 같은 눈물로
그대의 꿈에 물을 주어 기르고
삶이 허탈하거든
대소(大笑)하며
그대의 가슴이
무료하거나
어둡지 않게 하고
삶과 죽음이
친구처럼 늘 함께 함을 알고
겸허한 자세로
물질에 전도되지 말고
그보다 더 높은 심안(心眼)을 가지고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며
부자로도
가난하게도
살지 말며
중용의 도속에서
편파 되지 않은 삶으로
내려놓고
채우며
밤하늘의 별 하나를 보고도
무한한 감동을 느끼는 마음으로
세상과 사람들을 감싸 안고
천지간에 사람이 곧 진리고
진리가 사람임을 알아
그대가 부처가 되어 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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