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네 세상 어디에 있는가
/ 법정 스님
… (중 략) …
어느새 묵은해가 기울고 새해를 맞이하게 되었다.
해가 바뀌면, 나이 어린 사람에게는 한 해가 보태지고,
나이 많은 사람에게는 한 해가 줄어든다.
당신은 지금 어느 쪽인가.
보태지는 쪽인가.
줄어드는 쪽인가.
그러나 보태지고 줄어드는 일에 상관이 없는 사람이 있다.
그는 육신의 나이에 집착하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순간순간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최대한으로 살고 있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세월의 물결에 휩쓸리지 않고 그 자신답게 살아간다.
삶은 끝없는 변화이다.
그리고 날마다 새로운 시작이기도 하다.
우리 자신과 세계가,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상황이
수시로 변해가면서 새롭게 전개되고 있다.
우리가 한숨 한숨 들이쉬고 내쉬는 생명의 숨결도
흐르는 강물처럼 낡은 것과 새것이 잇따르고 있다.
이게 바로 살아있는 생명의 흐름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우리가 제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목표도 지향도 없이 어디론지 끝없이 표류하고 만다.
덧없는 세월 속에서 의미 없는 삶으로 막을 내린다면,
우리 인간사가 너무도 허무하지 않겠는가.
우리 시대에 이르러 인류가 쌓아올린 문명은
그 중심을 잃은 채 휘청거리고 있다.
당당한 인간으로서 삶의 중심을 잃어버린 채
인간들 스스로가 그 설 자리를 무너뜨리고 있는 현실이다.
모든 존재와 현상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연결의 고리가 튼튼하면 조화와 균형을 이룬다.
개인이나 사회 또는 국가를 물을 것 없이
조화와 균형이 곧 건강이다.
그런데 오늘의 우리 사회는 그 조화와 균형을 잃어가고 있다.
현대인들의 가슴은 아스팔트로 포장되어 간다는 말이 있는데,
그만큼 삭막해서 생명의 싹이 움틀 여지가 없다는 소리다.
가슴은 존재의 핵심이고 중심이다.
가슴은 모든 것의 중심이다.
가슴 없이는 아무것도 존재할 수 없다.
생명의 신비인 사랑도, 다정한 눈빛도,
정겨운 음성도 가슴에서 싹이 튼다.
가슴은 이렇듯 생명의 중심이다.
그 중심의 기능이 마비된 것을 우리는 죽음이라고 부른다.
오늘의 문명은 머리만을 믿고,
그 머리의 회전만을 과신한 나머지 가슴을 잃어가고 있다.
중심에서 벗어나 크게 흔들리고 있다.
가슴이 식어버린 문명은 그 자체가 크게 병든 것이다.
비인간적인 이런 수렁에서 헤어나려면
우리 모두가 저마다 따뜻한 가슴을 되찾는 길밖에 없다.
물질의 더미에 한눈파느라고 식어버린 가슴을
다시 따뜻하게 가꾸어 삶의 중심을 이루어야 한다.
따뜻한 가슴만이 우리를 사람의 자리로 되돌릴 수 있다.
따뜻한 가슴은 어디서 오는가.
따뜻한 가슴은 저절로 움트지 않는다.
이웃과의 정다운 관계를 통해서,
사물과의 조화로운 접촉을 통해서 가슴이 따뜻해진다.
<「오두막 편지」중에서>
-산방한담(山房閑談) 월간 맑고 향기롭게 2011년 01월-
Zauberwelt - Edward Simo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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