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緣起)로다
五龍/김영근
연기(緣起)로다
모든 것이 인연에서 왔으니
또다시 인연 따라 갈일이다
구름은 본시 무(無)였으나
땅에서 헤엄쳐 올라온 기(氣)가
서로 뭉치고
거기에 바람이 가세하여
비로 내리니
마음의 기가 상승하여
눈물로 흐르는 것과 같네
순환되는 자연처럼
인간의 마음도 그러하니
속절없구나!
무엇을 기대하고
무엇을 또한 바라리
변덕이 심한 날씨처럼
인연도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하며
이어지니
삶 자체가 맑지만은 않구나
혼탁한 연못에서
향기로운 연꽃이 피어나듯
세상의 탁연(濁淵)에서
청초한 영혼의 꽃이 피어나니
어둠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고
뜻하는 길을 가는 것과 같구나
정(情)이란 마음과 마음을 잇는 끈이거늘
그 정이 달아오르면 한없이 가까워지고
그 정이 식어지면 한없이 멀어지니
영원히 끈끈한 정(情)이 존재하지 않지 않는다고
푸념해서 무엇 하리
결속(結束)은 본래 구름처럼 무궁무진하여
그 다함이 없으니
인간의 마음 따라 영원하기도 하고,
단절되기도 하니
인연이여!
비처럼 촉촉하고
빗소리처럼 청아하기도 하고, 소란스럽기도 하고,
가문 땅에 내리는 비처럼 달콤하기도 하고,
비에 젖은 진흙탕처럼 추하기도 하구나
모든 것이 연기(緣起)로다
모든 것이 인연에서 왔으니
또다시 인연 따라 갈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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