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애

[스크랩] 생명의 서(書) - 유치환

황령산산지기 2016. 9. 24. 08:10

                         

 

 

생명의 서(書) / 유치환

 

 

생명의 서() - 유치환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懷疑)

()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나는 가자

 

거기는 한 번 뜬 백일(白日)

불사신같이 작렬하고

일체가 모래 속에 사멸한

영겁(永劫)의 허적(虛寂)

오직 알라의 신()만이

밤마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열사(熱沙)의 끝

 

그 열렬한 고독 가운데

옷자락을 나부끼고 호올로 서면

운명처럼 반드시

'''대면(對面)케 될지니

하여 ''란 나의 생명이란

그 원시의 본연한 자태를

다시 배우지 못하거든

차라리 나는 어느 사구(砂丘)

회한 없는 백골을 쪼이리라

 

 

 

(Blackmore's Night -  Ocean Gypsy

 

 

    

-생명(生命)의 서(書) // 유치환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방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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