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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스승이 된 도둑 / 법정스님

황령산산지기 2016. 9. 18. 09:55





         스승이 된 도둑 마치 하늘을 나는 목이 푸른 공작새가

 아무리 애를 써도 백조를 따를 수 없는 것처럼

 집에 있는 이는

 세속을 떠나 숲 속에서 명상하는

 성인이나 수행자에게 미치지 못한다.

   

 

친한 데서 두려움이 생기고

가정생활에서 더러운 먼지가 낀다

그러니 친교도 없고

가정생활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

바로 성인의 생각이다.

*성인의 원어는 무니muni(牟尼).

즉 침묵을 지키면서 수행하는 성자를 가리킨다.

석가모니는 샤카Sakya(釋迦)족 출신의 성인이란 뜻.

 

이미 돋아난 번뇌의 싹을 잘라버리고

새로 심지 않고

지금 생긴 번뇌를 기르지 않는다면

이 홀로 가는 사람을 성인이라 부른다

저 위대한 선인仙人은

평안의 경지를 본 것이다.

 

번뇌가 일어나는 근본을 살펴

그 종자를 헤아려 알고

그것에 집착하는 마음을 기르지 않는다면

그는 참으로 생을 멸해 구경究竟을 본 성인이다

그는 이미 망상을 초월했기 때문에

미궁에 빠진 무리 속에 끼지 않는다.

*구경은 해탈을 의미한다.

 

모든 집착이 일어나는 곳을 알아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탐욕을 떠나 욕심이 없는 성인은

무엇을 하려고 따로 구하지 않는다

그는 이미 피안彼岸에 도달해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이기고 온갖 것을 알며

지극히 총명하고

여러 가지 사물에 더럽히지 않으며

모든 것을 버리고

애착을 끊어 해탈한 사람

현자들은 그를 성인으로 안다.

 

지혜의 힘이 있고 계율과 맹세를 잘 지키고

마음이 잘 집중되어 있고 선정禪定을 즐기며

생각이 깊고 집착에서 벗어나 거칠지 않고

번뇌의 때가 묻지 않은 사람

현자들은 그를 성인으로 안다.

 

홀로 행하고 게으르지 않으며

비난과 칭찬에도 흔들리지 않고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남에게 이끌리지 않고 남을 이끄는 사람

현자들은 그를 성인으로 안다.

 

남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거나 욕을 하더라도

수영장에 서 있는 기둥처럼 태연하고

애욕을 떠나 모든 감관感官을 잘 가라앉힌 사람

현자들은 그를 성인으로 안다.


*강이나 연못 등 사람들이 목욕을 하는 곳에 네모나 팔모의 기둥이 있어,

그 기둥에 대고 몸을 문지르며 씻는다.   이 기둥은 귀한 사람이 오거나 천한

사람이 오거나, 조금도 우쭐거리지도 비굴하지도 않다.

 

베 짜는 북처럼

똑발 스스로 편안히 서서

모든 악한 행위를 싫어하고

바른 것과 바르지 않은 것을 잘 알고 있는 사람

현자들은 그를 성인으로 안다.

 

자제하여 악을 행하지 않고

젊을 때나 중년이 되어서도

성인은 자신을 억제한다

그는 남을 괴롭히지 않고

남한테서 괴로움을 받지도 않는다

현자들은 그를 성인으로 안다.

 

남이 주는 것으로 생활하고

새 음식이거나 먹던 음식이거나

또는 남은 찌꺼기를 받더라도

먹을 것을 준 사람을 칭찬하지도 않고

화를 내어 욕하지도 않는 사람

현자들은 그를 성인으로 안다.

 

성의 접촉을 끊고

어떤 젊은 여성에게도 마음을 빼앗기지 않으며

교만하지도 태만하지도 않은

그래서 모든 속박에서 벗어난 사람

현자들은 그를 성인으로 안다.

 

세상을 잘 알고 최고의 진리를 보고

거센 흐름과 바다를 건넌 사람

속박을 끊고 의존하지 않으며

번뇌의 때가 묻지 않은 사람

현자들은 그를 성인으로 안다.

 

출가한 이와 집에 있는 이는

거처와 생활 양식이 같지 않다

집에 있는 이는 처자를 부양하지만

계를 잘 지키는 이(출가자)는

무어을 보아도 내 것이라는 집착이 없다.

집에 있는 이는 남의 목숨을 해치고 절제하기 어렵지만

성인은 자제하고 항상 남의 목숨을 보호한다.

 

마치 하늘은 나는 목이 푸른 공작새가

아무리 애를 써도 백조를 따를 수 없는 것처럼

집에 있는 이는

세속을 떠나 숲 속에서 명상하는

성인이나 수행자에게 미치지 못한다.

 

★강론

 

본래의 자기 모습 되찾기

 

오늘 아침은 날씨가 화창하여 덧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방청소를 한바탕 했다.

마침 라디오에서는 비발디의 <봄>이 흘러나왔다.

맑고 투명한 선율에는 비발디 나름의 으밀한 슬픔이 배어 있는 것 같다.

 

이 '봄' 의 소리를 들었음인지 숲에서 새들이 몇 마리 날아와 태산목 가지에서 뭐라

재잘거렸다.

같은 것끼리는 서로 끌어당기는 모양이다.

생명의 원천은 하나이므로, 모두 이 우주가 벌이는 생명의 잔치에 함께하고 있는 것이다.

 

저녁 예불을 마치고 나서 차를 한잔 마실까 하다가 그만두고,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들었다.

요요마의 연주, 봄밤에 첼로 소리를 듣고 있으니 내 마음 한구석에 연둣빛 밀물이

고이려고 한다.

음악은 가장 자연스러운 우주의 호흡일 거라는 생각이든다.

이 호흡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우리들 자신도 맑고 투명해진다.  

작은 우주의 호흡이 된다.

 

이야기를 하나 꺼내려고 한다.

이슬람교의 위대한 신비가 하산이 바야흐로 이 세상을 하직하려는 임종의 자리에서,

어떤 사람이 물었다.

"하산, 당신의 스승은 어떤 분이셨습니까?"

그는 말했다.

"나에게는 수천 수만의 스승이 계셨다.

그분들의 이름만 늘어놓는 데도 몇 달 몇 년이 걸릴 것이다.  그러면 나는

죽을 시간을 놓쳐버리고 만다.

하지만 단 한 사람의 스승만큼은 그대에게 분명히 말해주고 싶다."

 

하산은 목청을 가다듬고 말을 이었다.

"그 스승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도둑이었다.

어느 날 나는 여행중이었는데, 사막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간신히 어떤 마을에 이르렀다.

시간이 이미 늦었기 때문에 가게며 집들이 모두 문을 닫고,

거리에는 사람 그림자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다가 나는 어떤 길모퉁이에서 담에 구멍을 뚫으려고 애쓰는 사람과 마주쳤다.

나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고 하룻밤 머물 곳을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밤늦은 시간에 어디서 머물 곳을 찾겠소?  당신이 나같은 도둑과 함께

있는 것이 괜찮다면,

우리 집에서 하룻밤 묵어도 좋소,'

그 도둑은 너무나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나는 그날 밤만이 아니라 한 달 동안을 그 도둑과 함께 지냈다.

밤이 깊어지면 그는 나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자' 나는 이제 일을 하러 나갑니다.  

당신은 여기서 푹 쉬면서 나를 위해 기도해주시오.'

 

그가 돌아오면 나는 이렇게 물었다.

'무슨 소득이 있었소?'

그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하곤 했다.

'오늘 밤은 실패했소. 하지만 신의 뜻이 그렇다면

내일 밤에 나는 다시 시도해볼 것이오.'

그는 단 한 번도 절망하거나 낙담한 적이 없었다.

언제나 그는 행복에 넘쳤다.

나는 수년 동안 명상과 사색을 계속하왔으면서도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었다.

이런 때 나는 번번이 깊은 절망에 빠져 이 모든 어리석은 짓을

그만둬버리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그럴 때면 문득 밤마다 이와 같이 말하던 그 도둑이 생각났다.

'신의 뜻이 정 그렇다면 아마도 내일은 뭔가 소득이 있을 것이오.......' "

 

 

성인聖人에 대해서 읽다가 문득 하산이 임종하는 자리에서 말한 그의 스승인

도둑 이야기가 떠올라

여기에 소개했다.   도둑이면서도 그는 깊은 신앙을 지니고 있었다.

자기 생각대로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그는 신의 뜻을 생각하면서 절망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늘 다시 시도한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스승 중에서 하필이면 도둑을 유일한 스승으로 임종의

자리에서 떠올릴 만큼 그에게는 커다란 감화를 끼쳤던 모양이다.

 

임종의 자리까지 미룰 것도 없이, 단 한 사람의 스승을 가리키라면 우리는 어떤 사람을

떠올릴 것인가.

지금까지 이 풍진 세상을 살아오면서 삶의 지표가 되어준 그런 스승이 있다면,

그 인생은 결코 삭막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들의 통상적인 관념으로 볼 때 성인이라고 하면 석가모니, 예수, 공자 또는

소크라테스 같은

인류의 정신사에 커다란 흔적을 남긴 그런 분들을 연상하기 쉽다.  

그러나 이 경에서 이야기하는 성인은 그처럼 거창하고 거룩한 인격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일상적인 생활 규범 안에서 투철한 질서를 지니고 살아가는, 때묻지 않고 어디에

매이지 않아 평안에 이른 자유인을 말한다.  

거룩한 인격이기보다는 성숙한 인품을 성인으로 보고 있다. 

 

번뇌건 집착이건 일어나는 근원을 살펴 거기에 물들거나 얽매이지 않으면

사람은 본래부터 지녀온 자신의 천성을 드러낼 수있다.  

러나 아무리 밝고 신령스런 불성佛性(또는 靈惟)을 지녔다

할지라도 한 생각 콕 막혀 매이거나 갇히면 윤회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만다.

 

성인은 "홀로 행하며 게으르지 않다." 고 했다.

자신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남에게 떠맡기거나 의존해 버릇 하면 자신이 지닌

잠재력과 가능성을 이끌어낼 기약이 없다.  

한마디로 자신의 삶을 제대로 살 줄 모르는 것은 게으른 탓이다.

우리들의 삶속에서 게으름이 최대의 악덕임을 명심해야 한다.

 

투철한 자기 삶의 질서를 지니고 사는 자주적인 인간은 남의 말에 팔리지 않는다.

누가 귀에 거슬리는 비난을 하건 달콤한 칭찬을 하건, 그건 엄밀한 의미에서

나와는 상관이 없다.

누가 내 삶을 대신할 수 있는가.  지나가는 한때의 '바람'이을 알아야 한다.

일시적인 바람에 속거나 흔들려서는 안 된다.  

바람을 향해서 화내고 희희거린다면 그건 사람이

아니라 허수아비거나 인형일 것이다.

 

그와 같은 '바람' 앞에 꿋꿋한 사람이야말로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남에게  이끌리지 않고 남을 이끄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동물과 사람의 다른 점은 자제할 줄 아는냐 모르는냐에 있다.

들뜨기 쉬운 감정만이 아니라 냉철한 이성理性을 지닌 사람이므로 자신의 분수를

알고 자제할 줄 을 알아야 한다. 자제란 무엇인가,? 

타율에 의해 억지로 참는 일이 아니다. 자제란 자신의 질서다.

그리고 내 삶의 양식樣式이다.  

자신의 질서요 삶의 양식이기 때문에 남에게 패를 끼치거나 남을

괴롭힐 수 없으며, 또한 남한테서 괴로움을 받을 일도 없다.

 

경전읽기 모임의 지표는 다 알다시피 "먼저 깨달으라, 그리고 이웃과 함께 나누라." .

우리는 무엇을 먼저 깨닫고, 무엇을 이웃과 함께 나눌 것인지 분명히 알아야 한다.  

더 말할 것도 없이,자기 자신의 실체를 깨닫고 그 깨달음에서 나온 지혜와 자비의

말씀을 나누라는 뜻이다.

이 말을 바꾸어 하면, 지혜와 자비의 가르침이 우리들 일상의 삶에 용해될 때

깨달음은 저절로 이루어진다.

깨달음이란 어디서 오는 것이 아니라 본래의 자기 모습을 되찾는 일이다.

 

지혜와 자비에서 벗어난 말이나 행위는 자신의 모습과는 10만8천 리다.

우리는 경전을 읽으면서 성숙한 인간으로 거듭거듭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독경의 공덕을 입게 될 것이다.


                                                          세월..노을에 / 임긍수작곡/Sop 김민지

                                                                           





출처 : 화 목 한 사람들
글쓴이 : 취선당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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