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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농부가 알아두어야 할 밧줄 매듭법

황령산산지기 2016. 4. 14. 14:25

 

출처 흙부대 생활기술 네트워크 | 팻독피쉬

원문 http://cafe.naver.com/earthbaghouse/8305 

 

 

농부가 알아두어야 할 밧줄 매듭법

(농촌생활에 유용하게 사용되는 기본적인 매듭법들)

 


귀농한 지 벌써 6년. 아직도 몸써 하는 일이 서툴기만 합니다. 제 살 집도 짓고 제법 쓸만한 화덕과 벽난로도 제 손으로 만들어 요긴하게 쓰고 있으니 아재들은 제가 손재주가 좋다 합니다. 되려 아재들께 배워야 할 농촌 살림 기술들이 많은데도 당신들 갖지 못한 기술은 부러워하고 정작 당신들 손에 익혀둔 기술은 하챦다 감춥니다. 어깨너머 손놀림 지켜보면 어느 하나 매혹적이지 않은 게 없습니다. 본래 생각많은 사람이라 몸치인걸 봐줘도 제 손 놀림엔 생각없이도 술술 풀어낼 수 있는 습관처럼 벤 기술을 찾을 수 없습니다.

 

(두 장대 이음 밧줄 매듭법과 삼각 장대 매듭법)

그럭저럭 집밖에서 일할만큼 날씨가 풀린다 싶어 지붕에 올라 바람에 휘청이던 연통을 바로잡았습니다. 4M 높이의 연통을 북풍에 흔들리지 않게 사방을 철사로 묶는 일이 쉽지 않네요. 야물게 묶지 못한 철사가 끊기는 바람에 연통이 넘어지면서 다칠 뻔 했습니다. 집 안에 있던 아내를 부르고 뒷 집 최선생을 불러서야 제대로 연통을 바로 잡아 세울 수 있었습니다. 손이 야물지 못하니 철사매듭 묶을 때마다 서툴기 그지 없습니다.

 

(짧은 두줄을 이을 때 매듭)

뒤돌아 보면 제가 직장에선 줄 설줄 몰랐고, 농촌에 와선 제대로 줄 맬 줄도 모릅니다. 고춧대 줄을 매 보면 어지러운 것이 거미줄 뺨을 칩니다. 딸 집에 다니러 오신 장인 어른 앞에서 마당 빨래줄 맬 때를 생각하면 낑낑매던 제가 부끄럽습니다. 비닐 하우스 파이프 두 개를 마당에 대여섯 걸음 간격을 두고 박은 다음 여기에 스테인리스 줄을 매서 빨래줄을 만들었습니다. 전동 드릴, 말뚝 쐐기, 조임 철물, 망치, 뻰치, 철사 절단기등 별별 공구들을 다 늘어놓고서야 간신히 이불 빨래를 널어도 넘어지지 않게끔 만들 수 있었네요. 귀한 딸 시골 데리고 와서는 빨래줄도 제대로 못 매는 사위가 믿음직스럽지 않았던지 잠깐 머무시다 후딱 강릉으로 돌아가시더군요.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장대에 밧줄 매는 법만 몇 가지 알았다면 그렇게 많은 공구를 늘어놓지 않고도 간단히 해냈을 일입니다.

 

(트럭 적재함 화물을 묶을 때 사용하는 매듭법)

어줍쟎아도 제대로 배워둔 매듭법 하나가 있습니다. 트럭 적재함 줄(일명 바) 매는 법이죠. 트럭에 짐을 실고 그저 단단히 옭아매는 것으론 부족합니다. 농사 지으면서 영업 화물차를 모는 한 동네 주서 아재한테 배웠는데 고리에 건 채로 당겨도 풀리지 않은 채 단단히 화물을 옥 죌 수 있는 방법이죠. 머리 속으로 떠올리려면 어렴풋하던 것이 적재함에 밧줄을 걸어 잡으면 생각없이도 손짓이 매듭 길을 찾아갑니다. 생각 많은 사람이라도 결국은 머리가 아니라 손이 배웁니다. 아직도 몸과 손에 익혀두고 배운 것이 모자란 제가 알고 있는 세상이란게 아직도 관념에 많이 치우칩니다.

 

 

(항만이나 부두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밧줄 매듭법들)

제 집은 밭을 집터 삼아 지었기에 마당과 밭 구분이 따로 없고 담장도 문도 따로 없습니다. 옹벽 둘레로 사철나무 생울타리가 일부 둘러쳐 있고, 집 뒤는 마른 고랑이 있어 집 안밖을 나눕니다. 텃밭과 사랑채 둘레는 두충나무가 한발씩 띄엄 띄엄 심겨져 있어 나름 경계를 이루지만 듬성듬성 성근 틈으로 오 가는 사람 눈길도 낯 선 불청객 방문도 피할 수 없습니다. 간벌한 잔 가지나 마을에 지천인 대나무로 마른 울타리라도 만들어야지 마음만 먹고 있습니다. 지난 여름엔 생태화장실 옆에 수세미 넝쿨이 뻗도록 대나무 지지대를 삼끈으로 묶어 세워봤는데 멀찌감치 떨어져 보니 코웃음만 나오네요. 수세미 덩쿨손도 손 내미길 마다했네요. 대나무에 못을 박으면 쉽게 쪼개지기 때문에 대나무로 울을 만들려면 필히 삼줄을 이용해서 묶어야 하니 밀어두었던 생각을 실현하려면 먼저 울타리 매듭 먼저 배워야 하겠지요. 양파나 시레기, 마늘 엮을 때도 그렇고 잡물 걸어둘 줄 고리 만들 때도 제대로 매듭을 묶을 줄 알아야 합니다. 이처럼 농촌 살림엔 용도에 맞게 배워야할 매듭이 많네요 .

 

(장대, 울타리, 사다리를 묶을 때 사용하는 매듭법)

매듭은 실이나 끈, 밧줄을 묶어 맺은 자리인데, 매고 죄며 여러 모양을 만드는 수법이나 만들어진 그 형태를 말합니다. 매듭이라면 보통 장식적인 전통공예 매듭을 떠올리는 데 용도에 따라 다양한 실용적인 매듭이 많습니다. 실용적인 매듭은 끈 목의 한 끝을 매어 매듭을 지을 때나 끈 목과 끈 목의 끝을 서로 맞 이을 때, 줄을 다른 물체에 잡아 매거나 물건을 늘어뜨릴 때, 밧줄의 길이를 줄이거나, 소나 말을 잡아 맬 때 등 생활 속에서 다양하게 이용됩니다.

 


(물건을 걸어두기 위한 줄 고리 매듭)

매듭법을 발견하면서 인류는 처음으로 사냥이나 낚시는 말 할 것도 없고, 건축, 물건 운반 등이 가능하게 되었다고 말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죠. 목구조를 짜 맞추는 결구법이나 못이 등장하지 않았던 원시시대 칡넝쿨과 같은 덩굴을 끈 삼아 나무 가지를 잡아매서 움막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매듭은 이뿐 아니라 문자로도 이용되었는데 매듭문화가 가장 발달한 고대 페루에는 키푸(quipu)라는 줄 매듭을 이용한 결승문자가 사용되었습니다. 매듭을 이용해서 수를 세기도 했는데 하와이 토인, 인도, 타이완의 고산족(高山族) 등이 매듭 수를 이용했습니다. 이처럼 매듭은 인류에게 있어 기원이 오래된 근원적인 전통 기술 그 이상이었습니다.

 

(목책, 대나무 울타리, 장대 사다리 묶는 매듭법)

자료를 뒤져 농촌 살림에 필요한 매듭법을 정리하고 배우면서 ‘매듭 학교’나 ‘밧줄 학교’ 가 어딘 가 만들어지기를 바래봅니다. 그깟 몇 가지 밧줄 매듭으로 어떻게 학교를 만들겠냐 싶겠지만 전 세계 알려진 매듭법만 4.000 가지라니 학교를 만들만 합니다. 하찮아 보이는 전통기술 그 어느 하나라도 꼼꼼히 살펴보고 정리해보면 인류 문화의 근원에 맞닿아 있는 보물이구나 알게 되지요. 유럽과 호주, 북미에는 농촌 생활에 필요한 돌담쌓기, 잔목울타리 엮기, 이엉 얹기 등 사라져 가는 농촌 기술들을 복원하고 체험교육이나 장인을 키워내는 정규교육 과정을 운영하는 기관들과 협회, 협동조합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농촌기술과 공예축제를 벌이고 있는 미국의 빅스킬(www.thebigskill.com), 데본농촌기술신탁(www.devonruralskillstrust.co.uk), 코츠월즈농촌기술(www.cotswoldsruralskills.org.uk)을 살펴보면 그들이 어떻게 농촌의 전통 기술을 의미 있는 현재의 기술로 만들어 가고 있는가 알 수 있습니다.
2010년 유네스코(UNESCO)은 이태리 건축가이자 유네스코의 자문 역할을 담당하던 피에트로 로레아노가 운영하던 전통지식세계은행(www.tkwb.org)에서 영향을 받아 그의 주도 하에 국제전통지식연구소를 만들고 세계전통기술과 지식에 대한 온라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 시작했습니다. 전통지식세계은행이 전통기술과 지식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지를 밝히고 있는 글을 소개하며 제 부족한 글을 마칩니다.

“전통적인 기술은 우리 과학과 문화를 발전시켜온 가장 깊은 근원을 이루고 있는 인류 고대의 지식과 생활 상의 필요를 해결하면서 지구의 지표 위에 이루어진 모든 문화적 전경과 환경을 관리하고 창조해온 토착기술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전통적인 지식과 기술들은 적은 에너지와 자원을 사용하면서 발전할 수 있게 하는 해결책이자 환경 변화와 위기, 재앙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하고 다 기능의 대안입니다. 환경 파괴와 전 지구적 위기에 직면한 오늘날 전통 지식과 기술은 자원을 고갈 시키지 않으면서 그 잠재성을 확장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우리가 어떻게 환경과 관계를 만들어가야 할 지 알려주고 있습니다.”

 


(다양한 기본 밧줄 매듭들)


이글은 귀농통문 봄호에도 실립니다.
출처 : 초보 귀농인의 원두막
글쓴이 : 마당바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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