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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부모미생전 본래면목

황령산산지기 2016. 3. 28. 13:52


 

 

 

 

 

 

三日修心千載寶

百年貪物一朝塵

사흘 동안이라도 수행한 마음은 천년이 지나가도 변하지 않으며

백년 동안 탐내어 모은 재산은 하루 아침에 티끌이 되느니라

 

- 野雲 스님의 자경문自警文 중에서 -

 

 

 

모처럼 포스트에 글을 올립니다.

벌써 12월!

올핸 음력 윤달이 있어 그런지 11월이 지나도록 겨울이 올 줄을 몰랐습니다.

그렇기에 나중엔 어떨지 몰라도 춥지 않은 날씨가 계속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었지요.

 

허나 12월이 시작하자마자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기온이 일주일 계속되더니

하루 밤 폭설에 강풍까지 온 세상을 얼어붙게 하고 말았습니다.

역시 겨울은 오는 것이지만 그저 평온하게 지나갔으면 하는 바램이 우리의 속마음임이었던 것입니다.

 

편안함은 당장에는 좋은 것으로 생각하고 언젠가 올 고난을 잊고 지내는 것이 우리의 삶입니다.

새삼 알아차리는 가르침을 얻게 되었습니다.

 

 

 


 

 

 

잠시 돌아봅니다.

그동안 시간이 나면 대부분 네이버 지식인 활동에 빠져 있었습니다.

물론 좋은 뜻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작은 지식이라도 나눌 수 있고, 어려움에 마음이나마 위로를 전하고,

그러면서 채택될 때의 뿌듯함에 쉽게 뿌리칠 수 없었던 것이지요.

 

지난 9월엔 지식인 최고 등급인 태양신에까지 오르게 되었습니다.

어쩜 그러한 자리에 대한 욕망이 지식인 활동에 매진한 것은 아닐까 합니다.

 

집착, 명예욕.

 

가장 경계해야하고 그렇게 노력해오고 있다고 생각하던 것이 사실은 또다른 길에서 찾아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감동 깊게 보고 읽고 느끼며 보배처럼 가까이 하던 초발심자경문初發心自警文이 불현듯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파노라마처럼 외우던 글들이 가슴을 치는 것입니다.

 

넌 누구니?

부모미생전 본래면목父母未生前 本來面目

부모님의 몸을 빌어 태어나기 전 본래의 자리가 무엇인가?​

 

 

월호 스님의 가르침이 일침을 줍니다.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한 나무 아래에서 사흘 이상을 정진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즉 한 자리에서 오래 머물다보면 그 자리가 자신의 자리라는 생각이 들게 되고

만일 그 자리에 다른 사람이 앉아 있다면 기분이 나빠지기도 합니다.

내 자리, 내 몸, 내 마음이 쉬어가는 것이 수행인데 내 자리라는 생각을 갖게 되면 수행의 의도가 거꾸로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저 부끄러움이 와락 다가옵니다.

참 뭐라 할 말도 없습니다.

 



 

 

 

지난 11월 초 때 아니게 핀 진달래입니다.

자연의 생명들도 가끔은 착각을 하지요.

공부하는 우리도 늘 경계하고 채근해야 하는 것이 이와 같지 않을까 합니다.

 

블로그에 대해서 생각하였습니다.

바빴다는 핑계를 떠나 이제는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이 두렵습니다.

처음엔 그저 무언가 새로움에 만끽하는 마음으로 시작하였지요.

다른 좋아하는 글, 사진 등을 옮겨담았고 마음에 있는 것도 내놓아 보았고...

얼굴을 보진 않았지만 친근한 블로거들과의 인사에 즐겁게 찾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돌아보면 그것도 모두 집착이고 욕망이 아니었나 합니다.

또한 많은 분들이 찾아 주시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결국엔 자신과는 다른 길을 가곤 하였습니다.

 

이제는 돌아보며 어떤 것이 우선인지 골똘히 생각하려 합니다.

진정한 마음을 드러내는 자리가 무엇인지 그 길을 찾아 보고자 합니다.

 

 

 

 

 

 

時時移移 速經日夜

日日移移 速經月晦

月月移移 忽來年至

年年移移 暫到死門

破車不行 老人不修

시간 시간이 흘러가서 낮과 밤이 훌쩍 지나가고

하루 하루가 흘러가서 한 달의 그믐이 훌쩍 지나가며

한 달 한 달이 흘러가서 홀연히 한 해의 끝에까지 왔고

한 해 두 해가 흘러가서 잠깐 사이 죽음의 문턱에 도달하느니라

부서진 수레는 운행할 수 없고

나이 들어서는 수행할 수 없느니라

 

- 元曉 스님의 발심수행장發心修行章 중에서 -

 

 

 

한 해를 보내는 날이 오면 마음이 바빠집니다.

하루 하루가 쌓여 한 달 두 달이 되고 그것이 한 해 두 해가 되는데

그 하루의 중요성을 이 때가 되어야 돌아보게 되니 아직 중생심은 어찌 할 수 없나 봅니다.

 

무언가 크게 변하는 것을 바라지는 않지만

그리 많지 않은 시간을 화급히 여기고 그동안의 나태를 참회하면서 새롭게 마음을 가다듬고자 합니다.

누가 나를 이끌어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미 무위의 자리에 이른 것도 아닌 바 정신精神을 차려야겠지요.

 

 

 

 

 

 

이 블로그를 찾아 주시는 모든 이웃님들께 늘 감사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이웃이 있기에 지금의 길상초도 있어 온 것입니다.

그것이 또한 길상초吉祥草의 소임이기도 합니다.

 

모두의 행복을 빕니다.

늘 부처님 가피 가득하시길 발원합니다.

 

 

 

숫타니파타에서의 널리 알려진 가르침으로 마칩니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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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보리수 아래 마음자리
글쓴이 : 길상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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