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야 / 수천 김용오 애야 네가 앉아 있는 그곳에 너 혼자만 있다고 생각해 혼자만 있는 것이 아니지 않겠니 그곳엔 방금 별 하나를 틔우고서 고사리이듯 웃고 있는 널 닮은 패랭이인 그 제비꽃도 있고 오를 수없는 그 더듬이로서 십자성 하나를 차지하겠다 무수한 가시나무 숲들을 헤치고선 어쩌면 영원히 오를 수 없을 시오리인 그 길을 지금도 오르고 있는 달팽이도 있고 새하얀 대문 하나를 열고서 치자꽃인 그 속살을 드러내고서 널 안아보겠다 그때의 그 모습으로서 걸어오고 있는 봉긋한 가슴인 너의 어머니인 그 해무도 있고 어젯밤 동구밖 주인이 없는 봉분이 하나 잠든 그 작은 숲에서 이유 없이 너의 뺨을 매몰차게 때리고 간 그 숲에 그 녀석인 그 바람도 있고. 전설을 빚어주겠다 너의 눈물을 받으려 왔다 너의 그 이야기를 듣고선 복받이는 슬픔에 더는 들어줄 수 없다며 들고 온 그 바가지를 내던져 버리며 파란 눈물을 들썩이며 저 바다를 향해 뛰어가고 있는 저 파란 강물도 있어 애야 혼자만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네가 네 마음을 볼 수 없게 너의 두 눈에 시간이라는 그 휘장을 네가 쳐놓았기 때문이 아니겠니 아니라 부인하고 싶어도 부인 할 수 없는 이 아픈 현실 속에서 지금의 너와 네가 살고 있지만 저들 누군가가 좋아할 꽃 하나쯤은 피워놓아야 하지 않겠니? 그래야 너처럼 어둠에서 울고 있는 누군가를 위해 등불 하나를 밝히는 일이라 생각하는데 너와 내가 해야 할 일이 아니겠니?. |
'비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태울 수 없는 보물 - 2014년 6월 회보 (0) | 2016.03.05 |
---|---|
[스크랩] 천개의 눈물 / 권순자 / 낭송 : 이온겸 (0) | 2016.03.02 |
[스크랩] 허공속에 사라진다 (0) | 2016.02.07 |
[스크랩] 아침이 오고 저녁이 오는 것과 같이 (0) | 2016.01.30 |
[스크랩] 술 한잔 하고 싶습니다 (0) | 2016.0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