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애

[스크랩] 애야

황령산산지기 2016. 2. 13. 11:47

        애야 / 수천 김용오


        애야
        네가 앉아 있는 그곳에
        너 혼자만 있다고 생각해
        혼자만 있는 것이 아니지 않겠니
        그곳엔 방금 별 하나를 틔우고서 고사리이듯 웃고 있는
        널 닮은 패랭이인 그 제비꽃도 있고 오를 수없는 그 더듬이로서
        십자성 하나를 차지하겠다 무수한 가시나무 숲들을 헤치고선
        어쩌면 영원히 오를 수 없을 시오리인 그 길을 지금도
        오르고 있는 달팽이도 있고

        새하얀 대문 하나를 열고서 치자꽃인 그 속살을 드러내고서
        널 안아보겠다 그때의 그 모습으로서 걸어오고 있는 봉긋한
        가슴인 너의 어머니인 그 해무도 있고

        어젯밤 동구밖 주인이 없는 봉분이 하나 잠든 그 작은 숲에서
        이유 없이 너의 뺨을 매몰차게 때리고 간 그 숲에
        그 녀석인 그 바람도 있고. 전설을 빚어주겠다
        너의 눈물을 받으려 왔다 너의 그 이야기를 듣고선
        복받이는 슬픔에 더는 들어줄 수 없다며 들고 온
        그 바가지를 내던져 버리며 파란 눈물을
        들썩이며 저 바다를 향해 뛰어가고 있는
        저 파란 강물도 있어

        애야 혼자만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네가 네 마음을 볼 수 없게
        너의 두 눈에 시간이라는 그 휘장을
        네가 쳐놓았기 때문이 아니겠니
        아니라 부인하고 싶어도 부인 할 수 없는
        이 아픈 현실 속에서 지금의 너와 네가 살고 있지만
        저들 누군가가 좋아할 꽃 하나쯤은 피워놓아야 하지 않겠니?
        그래야 너처럼 어둠에서 울고 있는 누군가를 위해
        등불 하나를 밝히는 일이라 생각하는데
        너와 내가 해야 할 일이 아니겠니?.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헤르만햇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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