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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간은 휘어져 있나?

황령산산지기 2015. 3. 12. 16:35

시공간은 휘어져있나? 상대론을 이해하자 질량 주위의 시공간은 일반상대성이론의 설명대로 정말<br>휘어져 있을까? 수 많은 실험이 있어왔다.

아인슈타인이 제안한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질량 주위의 시공간은 질량의 영향으로 휘어져 있다. 중력은 뉴턴이 주장했던 것처럼 두 물체 사이의 원격 작용에 의해 작용하는 힘이 아니라 휘어진 시공간의 곡률 때문에 작용한다는 것이 일반상대성이론의 설명이다. 미국의 물리학자 존 휠러(John Archibald Wheeler, 1911 – 2008)는 이것을 “물질은 공간의 곡률을 결정하고, 공간은 물질의 운동을 결정한다.”라는 말로 표현했다.

공간이 휘어졌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그렇다면 공간이 휘어졌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평면이 휘어졌다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것은 우리가 3차원 공간에 살고 있어서 평면을 3차원에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2차원밖에 모르는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그런 생명체도 자신이 살고 있는 평면이 휘어졌다는 것을 아는 방법이 있을까? 그렇다. 만약 큰 삼각형을 그려서 내각의 합을 재보면 자신이 있는 평면이 평평한지 휘어져 있는지 알 수 있다. 휘어진 평면 위에 그린 삼각형의 내각의 합은 180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3차원 공간에 살고 있는 우리도 여러 가지 기하학적 측정을 통해 우리 공간이 휘어져 있는지 알 수 있다. 공간이 휘어져 있다는 것은 우리가 사는 공간이 중고등학교에서 배운 기하학과 맞지 않는 공간이라는 것을 뜻한다. 우리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우주 공간이 간단한 측정으로는 그것을 알아챌 수 없을 정도로 조금 휘어져 있기 때문이다.

증거 1: 수성의 근일점 변화 중 설명할 수 없는 43초

수성의 궤도는 빨간 선과 같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파란 선과 같이 계속 움직인다. 근일점도 따라서 매우 조금씩 변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과장하여 그린 그림이다.
<출처: KSmrq at Wikipedia>

질량 주위의 시공간은 일반상대성이론의 설명대로 정말 휘어져 있을까? 1915년 일반상대성이론이 제안된 이래 많은 과학자들이 시공간이 휘어져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수많은 실험을 했다. 태양 주위의 시공간이 휘어져 있다는 첫 번째 증거는 수성의 근일점의 변화이다. 수성의 근일점은 수성이 태양과 가장 가까운 점을 말한다. 프랑스의 천문학자 르베리에(Urbain Jean Joseph Le Verrier, 1811 – 1877)가 수성의 근일점이 움직여 간다는 것을 발견한 이래 이것은 태양계의 가장 큰 수수께끼 중의 하나였다.

수성의 근일점은 100년마다 5600초 움직여 가는데 이 중의 5557초에 대해서는 뉴턴 역학으로도 설명이 가능하지만 43초에 대해서는 설명할 수 없었다. 일반상대성이론은 휘어진 시공간을 이용해 이 43초를 설명하는데 성공했다.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으로 이것을 설명하고 난 후 친구에게 심장이 고동쳤고 흥분으로 여러 날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편지를 보냈다.

증거 2: 태양을 지나는 빛이 휘어진다

시공간이 휘어져있다는 두 번째 증거는 태양과 같이 큰 질량 주위를 지나가는 빛이 휘어져 간다는 것이다. 1919년 영국의 에딩턴(Sir Arthur Stanley Eddington, 1882 – 1944)이 이끄는 영국의 탐사팀은 일식 때 태양 옆을 지나온 별빛을 측정하여 별빛이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예측한 대로 태양 주위의 휘어진 시공간을 통과하면서 휘어진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 이후 수많은 일식 관측을 통해 에딩턴의 결과가 재확인되었다. 1960년대에는 여러 개의 전파 망원경(VLBI)를 사용하여 먼별에서 오는 전파가 태양 부근을 지날 때 휘어지는 정도를 측정하여 에딩턴이 얻었던 결과보다 훨씬 정밀한 결과를 얻었다. 관측 기술의 발전에 따라 태양보다 질량이 훨씬 작은 목성에 의해 빛이 휘는 것도 50%의 오차 내에서 관측이 가능하게 되었다.

은하단(Abell2218) 주변에 길고 희미한 호가 보인다. 이 호는 사실은 더 멀리 있는 은하이다. Abell2218중력에 의해 빛이 휘어 이렇게 왜곡되어 보이는 것이다.<출처: NASA>

증거 3: 중력에 의한 적색편이가 나타난다

1960년대에는 지상에서 휘어진 시공간을 측정하려는 실험이 시도되었다. 시공간의 곡률이 다르면, 즉 중력장의 세기가 다르면 시간이 다르게 가기 때문에 같은 원자가 내는 전자기파의 진동수와 파장이 조금 달라진다. 이것을 중력에 의한 적색편이라고 부른다. 하버드 대학 구내에는 높이가 22m인 제퍼슨 탑이 있다. 1960년 파운드(R. V. Pound)와 레브카(G. A. Rebka), 그리고 스니더(J. L. Snider)는 탑 위에 있는 원자가 내는 감마선을 탑 아래에 있는 원자가 흡수하도록 하는 실험을 통해 오차 한계 내에서 일반상대성이론의 예측치에 일치하는 결과를 얻었다.

이러한 실험은 인공위성을 이용하여 계속 되었다. 지구상에 있는 원자시계와 토성 궤도를 지나고 있던 보이저 탐사선과 태양을 부근을 지나고 있던 갈릴레오 탐사선에 실려 있는 시계를 비교한 실험에서도 예상했던 것과 같은 정도의 중력에 의한 적색편이가 측정되었다. 가장 정확한 중력에 의한 적색편이 측정은 1976년에 베소(Robert Vessot)와 레빈(Martin Levine)이 행한 인공위성(Gravity Probe-A)를 이용한 실험이었다. 이 실험에서는 지상에 있는 수소 원자시계와 1만 km 상공에서 지구를 돌고 있던 인공위성에 실려 있는 같은 종류의 시계를 비교하여 이론적인 값과 0.02%의 오차 내에서 일치하는 결과를 얻었다.

재미있는 것은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위치 추적 장치(GPS)가 중력에 의한 적색편이 현상을 증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GPS가 15m의 오차 범위 내에서 위치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위성이 가지고 있는 시계의 오차는 50나노초 이내여야 한다. 이것은 GPS 위성의 고도인 20000km 상공에서의 중력효과의 이론값인 40마이크로초보다 훨씬 작은 값이다. 따라서 상대성이론에 의한 효과를 고려하지 않으면 정확한 위치를 결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고 있는 GPS는 일반상대성이론의 정당성을 증명해주고 있는 것이다.

증거 4: 태양부근을 지나는 전자기파는 느려진다

1964년 미국의 천문학자 샤피로(Irwin Shapiro)는 만약 일반상대성이론이 옳다면 태양을 부근이 지나 행성이나 인공위성으로 전자기파는 휘어진 시공간의 영향으로 느려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다른 행성과 인공위성을 이용하여 이런 효과를 측정할 것을 제안했다. 그의 제안에 따라 수성과 화성이 지구에서 보았을 때 태양 반대편에 있을 때 전자기파를 보낸 뒤 반사되어 온 전자기파를 측정하는 실험을 했다. 수성과 화성에 의해 반사된 빛은 5%의 오차범위 내에서 일반상대성이론의 예측과 일치했다. 1976년에 행한 화성에 착륙한 바이킹 탐사선이 반사한 신호를 이용한 실험에서는 오차가 0.1% 이내로 줄었다. 마리너 6호와 7호, 그리고 보이저 2화와 같은 우주 탐사선을 이용해서도 같은 실험을 했다. 2003년에는 토성으로 향하는 카시니 탐사선을 이용하여 정밀한 샤피로 시간 지연 실험이 진행되었다. 실험 결과는 오차 범위 0.002% 내에서 일반상대성이론과 일치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현재까지 얻은 가장 정밀한 실험결과이다.

증거 5: 휘어진 공간을 자이로스코프로 측정했다, 중력 측정 위성-B

2004년에는 지구 질량에 의해 휘어져 있는 시공간을 직접 측정하려는 야심찬 연구를 위해 중력 측정 위성-B(Gravity Probe B, GP-B)가 지구 궤도에 올려졌다. 스탠퍼드 대학 연구팀이 주관하는 이 프로젝트는 1959년에 처음 제안되었고 1964년부터 미항공우주국(NASA)에서 연구비를 제공해온 프로젝트로 NASA에서 추진하고 있는 물리학 연구 프로젝트 중에서 가장 오래 지속되고 있는 프로젝트였다. GP-B가 측정하려는 것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지구의 질량에 의해 휘어진 시공간을 측정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하면서 이 휘어진 시공간을 끌고 가는 효과를 측정하려는 것이다.

중력측정위성-B의 핵심 부품. 자이로스코프의 회전자와 케이스<출처: NASA>

이 인공위성에는 네 개의 정교한 자이로스코프가 실려 있다. 자이로스코프는 회전 관성에 의해 항상 같은 방향을 유지하도록 고안한 장치로 비행기가 비행을 할 때 방향을 정하기 위해 사용되기도 한다. GP-B에 실려 있는 자이로스코프는 페가수스자리IM 별(IM Pegasi)을 향해 고정되었다. 만약 지구 주위의 공간이 휘어져 있지 않다면 GP-B가 지구를 공전하는 동안 이 자이로스코프들은 항상 이 별을 향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구 주위의 시공간이 휘어져 있다면 위성이 지구의 반대편에 왔을 때는 자이로스코프의 방향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GP-B의 측정 결과에 의하면 페가수스자리의 IM 별에 정확하게 정렬시켜 놓았던 GP-B의 자이로스코프는 1년 동안에 6.606초(0.0018도) 정도 방향을 바꾸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이 결과는 1%의 오차 범위 내에서 일반상대성이론의 예상과 일치하는 것이었다. GP-B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스탠퍼드 대학의 에버리(Francis Everitt)는 “자이코스코프를 이용해 지구 주변에 휘어진 공간을 직접 측정할 수 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구의 공전에 의해 휘어진 공간을 끌고 가는 효과는 아직 측정 중에 있다. 이론에 의하면 이 효과에 의해 자이로스코프의 지전축이 0.039초(0.000011도) 정도 달라져야 한다. 이것은 휘어진 시공간 효과의 170분의 1이다. 스탠퍼드 연구팀은 관측 자료에서 이 값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확실한 마지막 한방, 중력파를 찾아서

현재까지의 모든 실험과 관측 결과는 일반상대성이론이 예측한 대로 질량 주변의 시공간이 휘어져 있다는 것을 확인해 주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과학자들은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확실한 마지막 한 방을 원하고 있다. 그것은 일반상대성이론이 예측한 중력파를 측정하는 것이다.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조용한 수면에 돌을 던지면 파동이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공간의 급격한 변화가 만들어낸 시공간의 파동인 중력파가 빛의 속도로 퍼져 나가야 한다. 그러나 아직 중력파를 측정하려는 노력은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중력파가 측정된다면 그것은 시공간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바꿀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주를 관측하는 새로운 유력한 수단을 얻는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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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영직 | 수원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켄터키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수원대학교 물리학과 교수이다. 저서로는 [과학이야기], [자연과학의 역사], [원자보다 작은 세계 이야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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