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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상춘곡(賞春曲)/어람 최증수

황령산산지기 2015. 3. 10. 11:45

 

    상춘곡(賞春曲)

 

"묵향의 여유로움 "  출품작 

첨부이미지어람 최증수 (120-65)  국한혼서

 

 

 

               

   

           - 풀이-

 

      세상사람들 나의삶  좀 들어보소.

      옛 사람의 풍류에 미칠지 모르겠소?

         세상남자 나만한 사람은 많고 많은데

      어찌 산림속의 지극한 즐거움을 누릴 줄 모르시오?

      소박한 초가를 시냇가에 지어 놓고,

      송죽 울창한 숲에서 대자연의 주인이 되었도다.

 

        엇 그제 겨울지나 새봄이 돌아오니

        복숭아꽃 살구꽃은 석양에 피어 있고,

        버들과 들풀들은 가랑비에 푸르구나.

        칼로 재단했나? 붓으로 그려냈나?

       조물주의 솜씨가 사물마다 야단스럽구나.

       산새는 흥에겨워 소리마다 교태롭고

       자연과 내가 한 몸이니 나 또한 새들과 다를 바 있겠는가?

       사립문밖으로 나와 산책도하고 정자위에 앉아도 보고,

       시를 읊조리며 지내는 산속의 하루가 적막하기만 한데,

       참 자연의 맛을 아는사람이 나 혼자뿐이구나!

 

     이보시게 이웃님들 산수 구경 가보세.

     풀 밭 산책하는 답청놀이는 오늘하고,

     시냇가의 물놀이는 것은 내일 하도록하세.

     아침에는 산나물을 뜯고, 저녁나절에는 낚시질하세.

     갓 익은 술을 갈포두건으로 걸러 놓고,

     꽃가지 꺾어서 잔헤면서 마셔보세.

 

     향긋한 봄바람이 푸른시내를 건너오니,

     맑은 향은 술잔에 고이고, 붉은 꽃잎은 옷자락에 떨어지네. 

     술잔이 비었거든 내게 말하시게

     어린아이 시켜 주가에서 술을 받고,  

     어른은 지팡이를 짚고, 아이는 술동이를 메고,

     나직이 시를 읊조리며 천천히 걸어가서 시냇가에 홀로앉아

     백사장 맑은 물에 잔을 헹궈 술을 따르고

     맑은 물 굽어보니, 복사꽃이 떠오르는구나.

 

     무릉도원이 가까운가 보다. 저산이 그곳인가?

     솔숲사이 오솔길에 진달래꽃을 붙들고,

     산봉우리 급히 올라 구름 속에 앉아보니,

     한가로운 촌락들이 여기저기 벌여 있네.

     안개, 노을, 햇살로 채색된 자연은 수놓은 비단을 펼쳐 놓은 듯 하고,

     엊그제까지 검던 겨울 들판엔 봄빛이 완연하구나.

 

    공명도 부귀도 나를 꺼리니,

    청풍명월 외에 어떤 벗이 있겠는가?

    청빈한 생활에 부귀공명 같은 번거로운 생각 아니하니.

    아무튼 한평생이 이만하면 만족하지 아니한가?

 

 

    작가소개
        정 극 인(丁克仁)
    본관 영광(靈光). 호 불우헌(不憂軒) 전북 태인(泰仁)출생.

    1429년(세종 11) 생원에 합격하고, 1453년(단종 1) 문과에 급제,

    정언(正言)에 이르렀으나 단종이 왕위를 찬탈당하자 사직하고

    고향에서 후진을 가르쳤다. 1472년(성종 3) 절의(節義)가 높고

    후진양성에 힘쓴 공으로 삼품교관(三品敎官)이 되었다.

    문학에도 특출한 재능을 보여 조선최초의

    가사(歌辭)작품인 《상춘곡(賞春曲)을 지었다.

    저술로 짧은 노래《불우헌가(不憂軒歌)》와

    경기체가인《불우헌곡(不憂軒曲)》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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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영일서단(해맞이 마을)
글쓴이 : 어람. 최증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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