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하늘 숲속에서 / 법 정
지난밤에는 모처럼 달이뜨고 별이 돋아
오래만에 들에 서서 밤이 이슥하도록 하늘을 바라 보았다.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투명하고 편해진다.
투명한 마음으로 우주 속의 인간사를 생각하게 된다.
무변광대한 우주에 견줄 때
우리 인간은 한낱 먼지같은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이 먼지끼리 어울려 서로 사랑하고 미워하고
싸우고 화해하면서 그 언저리에 맨돌다 살지는가 싶으니,
새삼스레 삶의 허무 같은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얼마전에 한 친지의 갑작스런 죽음 앞에서
우리는 에도와 함께 우리 몫으로 허락받은 남은 세월을
다시 헤아려보게 됐다.
이웃의 죽음은 결코 나와 무연한 남의 일이 아니라
현재의 내 "있음"을 비쳐주는 엄숙한 묵시다.
목숨을 지니고 살아가는 순간순간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물론 사람은 홀로 태어났다가 홀로 죽을 수밖에 없는
외로운 존재이다.
다른 일이라면 남에게 대행 시킬 수도 있지만
태어나고 죽는 일만은 그럴 수 없다.
언젠가 커토릭 성자의 묘소에 갔을 때 그 정문에 라틴어로
"오늘은 내 차례, 내일은 네 차례" 란 말을 듣고
지당한 말씀이라 마음에 세겨 두었다.
휴정선사는 한 친구의 죽음 앞에서 이런 시를 남겼다.
올 때는 흰구름 더불어 왔고
갈 때는 밝은 달 따라서 갔네
오고 가는 한 주인은
마침내 어느 곳에 있는고....
날씨가 개니 밤이면 숲속에서 여기저기 반딧불이 날고 있다.
우리들의 삶도 잠시 반짝이다가 사라지는 저 반딧불과
같은 존재가 이닐까 싶다.
밤하늘 아래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우주는 두꺼운 침묵으로 이루어진
커다란 생명체
로 여겨진다
님 이시여 / 도신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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