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애

[스크랩] 살아 가는 일 / 풍영 임일환 (낭송 /설화 박현희)

황령산산지기 2015. 2. 7. 16:30
    살아 가는 일 / 풍영 임일환 (낭송 /설화 박현희) 처음엔 모두 잡을 수 있을 것 같았지 해마다 가까와 오는 것 같던 그것들 내년엔 틀림없이 잡을 수 있을 거야 한 해가 저물 땐 늘 서툼에 반성을 하고 새해엔 단단한 각오로 팔 벌려 달렸어 산을 넘고 강을 건너 쉼없이 쫓던 것들 더러는 손 안에 들어 오고 눈길에 닿고 하지만 잡힌 것은 언제나 초라한 것이 되고 아쉽게 놓친 것은 모두 커 보였었지 지쳐 포기하려 하면 멈춰 기다리는 체 하고 힘내어 달리면 다시 그 만큼의 거리로 남고 어렵사리 하나 잡으면 또 하나는 빠져 나가 아무나 있는 것만 있고 귀한 것은 당연히 없었어 이제야 어렴풋이 알 것 같다 내 품이 당초에 그만큼의 크기였기에 채우고 나면 그 만큼 없어지는 당연한 이치와 내 안의 것들은 작고 먼 것만 커 보이는 허구 늘 탐하고 살아도 취할 수 있는 건 하찮아 보여 살아 있는 동안에는 허기를 다 채울 수 없음을 더 많은 세월이 흐르고 나면 알 수 있을거야 내 우상이던 어떤 사람도 나 만큼의 허기로 숨 가쁘게 살아 왔다는 것과 내가 아는 곰살맞은 이야기를 모른다는 사실 어느 날 빈 들에 서서 고운 저녁놀을 바라볼 때 얼굴 가득한 회한의 빛은 그와 내가 같다는 것을


      출처 : 시인의 파라다이스
      글쓴이 : 참 송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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