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유 태 경.
언제 어디서나 우리나라 꽃 무궁화만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발걸음이 멈춰진다. 화려하지도 특별히 예쁘지도 않고 수심이 가득한 듯한 꽃송이의 꽃술은 나를 가리키며 '너는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하며, 했느냐!'라고 묻는 듯하기 때문이리라.
우리 뒷집 울타리 곁에 한 그루의 제법 큰 무궁화나무가 있다. 무슨 꽃인지도 모르는 남미 사람이 가지를 치며 함부로 가꾸기에 늘 가슴이 아프다. 물줄기가 미치지 않아 물주기도 버겁기에 피어 있는 꽃을 보면 늘 안타까워 돌아서는 발걸음이 무겁다.
어느 날이다. 물을 주려다 깜짝 놀랐다. 무궁화나무가 보이지 않는다. 주위를 둘러보니 가지가 도막도막 잘려 울타리 곁에 쌓여 있다. 별안간 내 몸이 잘려 쌓인 듯 오싹하며 전율했다. 정신을 차리고 자세히 살펴보니 나무의 맨 밑동 뿌리가 잘린 부분에 흙에 묻혀있던 자리가 선명하다. 살릴 수 없음을 알면서도 혹시나 하고 주인을 불러 나무 밑동을 달라고 했다.
앞뜰에 구덩이를 파고 거름을 넣어 정성 들여 심고는 날마다 물을 주며 지켜보았다.
한 달쯤 후였다. 싹이 트는가 싶더니 두 개의 꽃망울이 맺혀 마침내 자랑스러운 우리나라 꽃 무궁화 한 송이가 활짝 피었다. 왠지 버거워하는 듯한 꽃송이를 들여다보니 대한민국 국민의 희로애락이 가득한 모습으로 보여 가슴이 찡하다. 나머지 한 개의 꽃망울은 피는가 싶더니 시들어 떨어져 마치 김정일의 최후를 보고 있는 듯하여 희비가 교차한다. 꽃이 지고 나서 새싹은 보이지 않았다. 혹시 봄이 오면 살아나겠지 했지만, 봄이 지난 어느 날 밑동이 썩어 쓰러졌다.
마지막까지 온 힘을 다하여 자기 몸을 불살라 한 송이의 꽃을 피우고 죽는 꽃이 우리나라 꽃 무궁화다. 애국선열들이 그렇듯이 우리 민족은 죽었다고 죽은 것이 아니다.
1977년 당시 국방은 허술하여 언제 월남처럼 공산화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한 마디 상의도 없이 미국은 미사일 부대를 철수하고 지상군 1만 7,000여 명을 철수하기 시작했고 남아 있는 핵도 철수할 계획이다.
박 대통령은 자제를 호소하고 사정도 해 보았지만, 들어 줄 미국이 아니기에 결심한다. 미국도 감히 넘보지 못하는 강대국이 되기 위한 핵을 개발하기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책은 사실을 소설화한 듯싶다. 주인공은 세계적인 핵물리학자 이휘소 박사로 1935년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27세에 프린스턴 대학 연구원으로 미국에서 10명에 꼽히는 물리학자다. 28세에 뉴욕주립대학 정교수, 30세에 시카고대학 교수 겸 페르미연구소 물리학부장으로 세계적인 핵물리학자 중 일인자다. 1974년에 방한, 서울대에 AID 차관에 의한 과학연구소를 설립해 주면서 박 대통령과 국가 안보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
박 대통령은 이휘소 박사에게 조국이 처한 현실을 한탄하며 도와달라는 장문에 편지를 썼다. 기다려도 답이 없자 눈물을 흘리며 사정하는 편지를 또 썼다.
한 번도 아니고 두 차례나 대통령의 눈물겹고 절박한 편지를 받은 이 박사는 밤잠을 설친다. 조국에서 겪었던 일제 강점기와 6.25전쟁보다 더한 비극의 문턱에 있는 조국을 생각하며 가슴을 친다. 미국은 월남에서 손을 떼고 한국에서도 손을 떼고 있다. 핵 개발의 원리를 제공하면 미국에 신세를 지지 않아도 조국은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강대국이 된다는 사실을 알기에 눈물로 잠자리를 적시며 헤맨다.
마침 이휘소 박사는 일본 동경 제대에 강의가 잡혔기에 비밀문서를 정리하여 다시 50분의 1로 축소해서 다리를 째고 뼛속에 감추는 수술을 받는다. 1977년 5월 19일 동경에 도착한 다음 날, 청와대에 전문을 친다. '5월 21일 PM 11시 정각 나리다공항 대기' 이휘소 박사가 비행기에 올라 김포공항에 내린다. 대기하던 헬리콥터에 올라 청와대 정원에 내린다. 기다리던 박 대통령이 "고맙소! 이 박사" 서로 부둥켜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린다. 이휘소의 다리를 째고 빼어내는 수술은 간단히 끝났다. 피범벅이 된 비밀문서를 받아든 박 대통령은 만세를 부르며 핵 개발의 문을 여는 눈물의 종을 울린다. 비밀리에 동경에 도착한 다음 날 아침, 이휘소 박사는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동경 제대에서 강의를 마치고 미국으로 귀국한다.
미국은 청와대를 24시간 도청하고 이휘소 박사도 미국 CIA, 소련에서도 24시간 감시하는 하늘조차도 겁내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이기에 김일성도 밤잠을 설친다.
1977년 6월 16일 입자 물리학자 이휘소는 예상대로 의문에 교통사고로 42세에 생을 마감한다. 카터 미국 대통령은 박 대통령에게 핵 개발을 즉시 중지하도록 압박하지만, 미사일과 핵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
대전차 로켓, 다연발 로켓 중거리로켓, 특히 관심의 초점이었던 사정거리 150km 유효사거리 350km인 장거리유도탄을 우리의 기술로 개발하여 1978년 8월 26일 발사실험까지 성공했다. 북한 전역은 물론 소련과 중공의 일부 지역까지 공격할 수 있다. 세계 최고라는 미국이 최신 개발한 나이키 미사일보다 성능이 훨씬 우수하다.
박정희 대통령도 궁정동 지하에서 세상을 떠났다. 북한 주민을 살리기 위해 북으로 날아가던 두 마리의 평화의 새는 미국이 만든 자동차와 총에 맞아 고인이 되었다.
1980년 제5공화국이 들어서면서 원자력연구소와 핵 개발 공단은 에너지 연구소로, 과학원과 과학기술연구소는 과학기술연구원으로 통합됐다. 핵무기를 만들기 위하여 목숨을 바쳤던 모든 자료는 폐기되고 원통하게도 지금은 오히려 북한이 먼저 핵을 개발하여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과연 진정한 애국자는 누구란 말인가? 일제 강점기를 겪고 6.25를 겪어보았는가? 배부르고 등 따습다고 태극기도 부정하는 국회의원이 있다니 이를 어쩌랴!
언제 어디서나 태극기나 우리나라 꽃 무궁화만 보면 이휘소 박사, 박 대통령과 순국선열들의 통곡소리가 들리는 듯하여 한없이 작아지는 내 모습이 보이니 감히 고개를 들고 다닐 수가 없다.
지금도 남과 북, 또는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말없이 무궁화는 피고 지며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자랑스러운 태극기와 애국선열들이 일거일동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명백히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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