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 삭제 → 이레이저로 재삭제 → 디가우저로 영구 파괴
진경락 前과장 징역 1년 등 증거인멸 지원관실 3명 유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컴퓨터에 담겨 있던 사찰 관련 파일과 문서들이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치밀하게 파기된 것으로 22일 밝혀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정선재)는 이날 윤리지원관실 컴퓨터 하드디스크의 데이터를 복원이 불가능하게 파괴한 혐의(증거인멸 등)로 기소된 진경락 전 기획총괄과장에게 징역 1년, 장모 전 주무관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사찰 관련 보고서 등을 집에 숨긴 혐의(공용서류 은닉 등)로 기소된 전 점검1팀 직원 권모 경정에게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조직적으로 증거를 없애고 공용물건을 손상한 것은 국가의 사법 기능을 방해한 것으로 용인할 수 없는 중대범죄”라고 밝혔다.
○ 세 차례에 걸쳐 치밀하게 증거 인멸
이날 판결문에는 이레이저와 디가우저로 컴퓨터 파일들을 삭제하기 이틀 전부터 이미 증거 인멸이 진행된 과정이 상세하게 드러나 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총리실의 자체 조사가 진행되던 7월 3일과 4일 진 전 과장은 윤리지원관실에서 보관하던 다량의 문서를 파기하고 컴퓨터에 저장된 파일을 모두 삭제하게 했다.
그래도 안심이 되지 않았는지 진 전 과장은 일요일인 4일 오후 11시 16분경 밤늦게 퇴근해 막 취침하려던 장 씨에게 세 차례 전화를 걸어 “지금 사무실에 가서 점검1팀의 컴퓨터가 복구되지 않도록 조치하라. 내일 아침이라도 일찍 가서 1팀원들에게 알리지 말고 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장 씨는 5일 오전 6시경 이레이저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점검1팀 직원들의 컴퓨터 9대의 데이터를 삭제했다. 이날은 총리실의 수사 의뢰로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날이었다.
진 전 과장은 다음 날인 6일에는 기획총괄과 직원들의 컴퓨터 역시 이레이저 프로그램으로 파일을 지우라고 지시했다. 여직원 유모 씨는 “파일을 삭제하면 더 큰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이의를 제기했으나 진 전 과장은 “공무원에게는 국가기관의 정보를 유출시키지 않을 의무도 있다”며 묵살했다. 진 전 과장은 이날 오후 검찰에 출석해 참고인 조사를 받았으며 다음 날인 7일에는 장 씨를 다시 불러 “자료를 영구히 복구할 수 없도록 확실하게 조치하라”고 재차 지시했다. 이에 장 씨는 청와대 최모 행정관에게 빌린 대포폰을 이용해 디가우저 업체를 수소문한 뒤 점검1팀 직원 4명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데이터를 완전히 파괴했다. 검찰의 압수수색은 이틀 뒤인 9일 이뤄졌으나 이미 관련 자료들은 사라진 뒤였다.
○ 광범위한 정치권 사찰 의혹 여전
법원이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과 관련한 검찰의 공소사실을 대부분 인정하고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 등 7명에게 모두 유죄를 선고했지만 윤리지원관실이 광범위하게 정치권 등을 사찰을 했다는 의혹은 계속 제기되고 있다.
특히 검찰이 수사 초기 압수했던 원충연 전 점검1팀 조사관의 수첩에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이혜훈 유승민 서상기 의원 등 친박(친박근혜)계 의원 등의 동향에 관한 메모가 적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오 시장이 이미지 관리를 위해 (서울시에) 대선활동 관련 부서를 만들었고 직원을 인사발령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혜훈 의원의 사례는 ‘이 의원 징수공단 통합안 발의, 전 정부 시절에도 찬성, 국감 때 박근혜 의원·전재희 장관 논쟁’이라는 메모가 있었다. 또 ‘음성적인 저항사례’ 등의 문구와 함께 정부 부처 일부 고위공무원의 이름과 성향 및 출신지역도 수첩에 빼곡히 적혀 있었다. 이 밖에 ‘경찰청-이○○’, 사회수석실-최○○‘, 인사수석실-장○○’ 등 동향을 보고한 듯한 내용도 있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원 씨의 수첩에 이름, 부처, 기관 등이 적혀 있다는 점만으로 어떤 불법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 없었다”며 “원 씨는 조사과정에서 ‘언론이나 인터넷에 보도되거나 지인들로부터 들은 주요 공직자나 부처, 기관의 동향을 그때그때 수첩에 적어놓았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유성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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