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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007-50주년 특집1탄--제임스본드와 친구들

황령산산지기 2014. 9. 27. 10:39

50년 동안 제임스 본드라는 똑같은 캐릭터로 달려온 007 시리즈. 하지만 수많은 조력자들의 도움과 희생이 없었다면 그는 결코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을 것이다. M과 Q와 머니페니를 비롯한 MI6의 동료들, 그리고 KGB와 CIA를 비롯한 수많은 작전 수행지에서 만난 사람들. 본드가 이 자리까지 달려올 수 있도록 목숨을 걸고 도왔던 캐릭터들을 만난다.

* 숀 코너리가 1983년에 출연한 [007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은 공식 007 시리즈의 작품이 아니므로 제외했습니다.

글 l 김형석(영화 저널리스트)       구성 |  네이버 영화

M, Q, 머니페니 그리고 007, 제임스 본드 그리고 조력자들
* 제임스 본드
1대 본드: 숀 코너리
총 6편(1편~5편. 7편) 출연.
[007 살인 번호](1962) [007 위기 일발](1963) [007 골드핑거](1964) [007 썬더볼 작전](1965) [007 두 번 산다](1967) [007 다이아몬드는 영원히](1971)
1, 2. 숀 코너리의 제임스 본드. 3. 1편인 [007 살인 번호] 현장의 원작자 이언 플레밍과 숀 코너리.
본드 이전: 1930년 영국 에딘버러의 가난한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난 코너리는 1953년 미스터 유니버스 대회에 참가해 동상을 수상했다. 이후 뮤지컬 [남태평양]의 코러스 댄서로 순회 공연을 다녔고, 공연이 끝날 즈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축구선수가 될 기회를 얻었지만 배우의 길을 선택했다. 간간히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했지만 TV에서 주로 활동하던 그는 서른 두 살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007 살인 번호](1962)로 제임스 본드가 되었고, 이 영화는 그의 인생을 바꾸어놓았다.

경쟁자들: 007 시리즈를 기획하면서 프로듀서 앨버트 R. 브로콜리와 해리 솔츠먼은 히치콕의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1959)에서 영감을 받았고, 이 영화의 주연인 캐리 그랜트를 캐스팅 하려 했으나 당시 50대 후반이었던 그랜트가 역할을 맡는 건 무리였다. 테렌스 영 감독의 퍼스트 초이스였던 리처드 존슨은 007 시리즈의 제작사인 MGM과의 계약이 끝나가는 마당이었다. TV 시리즈에서 스파이 역을 맡았던 패트릭 맥구헌은 거절했고, 전형적인 온화한 영국 신사 스타일인 데이비드 니븐도 사양했다.

원작자인 이언 플레밍은 리처드 토드를 선호했고, 결국은 3대 본드가 될 로저 무어도 물망에 올랐다. 이외에도 트레버 하워드, 렉스 해리슨, 윌리엄 프랭클린, 스탠리 베이커 그리고 리처드 버튼까지 당시 수많은 영국 배우들이 모두 본드가 될 가능성이 있었다. 기회는 숀 코너리에게 왔다. 제작자인 브로콜리와 솔츠먼은 마초적이면서도 거침 없고, 큰 키에 나름 근육질이면서도 우아한 움직임을 지닌 코너리에게 끌렸다. 캐스팅이 결정되자 테렌스 영 감독은 그를 데리고 양복점과 헤어샵을 먼저 들렀고, 상류층들이 다니는 레스토랑과 카지노를 경험시켰으며, 런던 사교계의 파티에 데리고 갔다.

1. 본드를 대표하는 자동차인 애스턴 마틴에 기댄 숀 코너리. [007 골드핑거]의 한 장면이다. 2. 숀 코너리의 마지막 본드 무비인 [007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40대에 접어든 코너리의 중후한 멋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그는 12년 후, [007 썬더볼 작전]을 리메이크 한 [007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으로 돌아온다.
캐릭터: 사실 이언 플레밍의 소설 속 제임스 본드와 숀 코너리 사이엔 차이가 있다. 잉글랜드의 상류층 출신인 소설 속 제임스 본드에 비해, 코너리는 스코틀랜드의 하층 계급이었던 것. 다소 거친 느낌이었던 것. 하지만 이언 플레밍은 영화를 본 후 제작자에게 "완벽한 캐스팅"이라고 말했고, 그렇게 정립된 '숀 코너리의 본드' 이미지는 반세기 후 대니얼 크레이그가 여섯 번째 본드가 된 지금도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그 어떤 적 앞에서도 여유를 가지는 모습, 단순하면서도 조롱기 섞인 조크, 부드러운 미소 이면의 잔혹함, '옴므 파탈'에 가까운 치명적 매력 등은 모두 숀 코너리가 현실화시킨 덕목들. 지금까지도 가장 완벽한 제임스 본드로 숀 코너리가 꼽히는 건 그런 이유이며, 이후 본드 역을 맡은 모든 배우들은 숙명적으로 숀 코너리와 비교되어야 했다.

본드 이후: 그가 프리미어 리그 축구선수를 마다하고 배우가 된 건, 30대 초반이면 은퇴를 생각해야 하는 축구선수에 비해 배우는 평생 할 수 있는 직업이기 때문. 이처럼 그는 '길게 보는' 배우였고, 자신을 스타덤에 올려 놓은 007 시리즈로 인해 이미지가 굳어진다고 느낄 즈음 시리즈를 하차한다(원래는 5편까지만 할 예정이었으나, 6편인 [007 여왕 폐하 대작전](1969)에서 본드 역을 맡은 조지 레이젠비가 한 편만 찍고 그만두자, 제작진의 설득과 파격적인 개런티 제의로 그는 7편 [007 다이아몬드는 영원히](1971)를 찍었다. 이후 정식 시리즈는 아닌, [007 썬더볼 작전](1965)의 리메이크 [007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1983)에서 다시 본드 역을 맡았다).

제임스 본드에서 벗어난 후 그는 오히려 더 승승장구 했고, 70대가 될 때까지 배우로 활동했다. [언터처블](1987)로는 오스카 남우조연상을 수상하기도. 서사극이나 판타지 액션 등의 장르에서 선 굵은 카리스마를 보여주었으며, [붉은 10월](1990)이나 [더 록](1996) 같은 영화에서 노익장을 과시했다. 2003년 [젠틀맨 리그]로 은퇴한 그는 여유로운 노년을 즐기고 있는 중이다.


2대 본드: 조지 레이젠비
총 1편 출연.
[007 여왕 폐하 대작전](1969)
1, 2. 조지 레이젠비의 제임스 본드. 3. 레이젠비의 본드는 시리즈 사상 유일하게 '결혼한 본드'였다.
본드 이전: 1939년 호주에서 태어난 조지 레이젠비는 캔버라에서 록 밴드의 리더로 활동했으며, 여자친구와 재회하기 위해(결국은 만나지 못했지만) 런던에 왔다. 이후 자동차 세일즈맨으로 일하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사진작가의 눈에 띄어 광고에 출연하게 되었으며, 이후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모델 중 한 명이 되었다.

경쟁자들: 숀 코너리는 하차했지만 제작진은 계속 시리즈를 이어갈 생각이었다. 2대 본드로 물망에 올랐던 사람은 애덤 웨스트, 밥 캠벨, 앤서니 로저스, 존 리처드슨, 제레미 브렛, 로이 씬즈 등. 하지만 당시까지 연기 경험은 전무하던 조지 레이젠비에게 기회가 갔고, 그는 서른 살의 나이에 본드가 되었다(시리즈 사상 최연소 본드).

캐릭터: 오디션을 보러 가기 전, 조지 레이젠비는 숀 코너리가 다니던 양복점과 이발소에 들러 '본드 스타일'로 다듬었고, 이 부분은 제작진에게 큰 호감을 주어 그를 제임스 본드로 만들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결국 그는 '숀 코너리의 본드' 안에 갇혀 있었던 것. 코너리에 익숙했던 관객들은 그를 '다른 본드'라기보다는 '뭔가 부족한 코너리'처럼 여겼고, 코너리에 비해 덜 거친(대신 더 로맨틱한) 레이젠비의 이미지는 크게 어필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007 여왕 폐하 대작전]에서 트레이시(다이애너 릭)와 결혼을 하는, 시리즈 사상 유일한 '유부남 본드'였고, 결혼식 직후 아내를 잃어야 하는 슬픔을 겪어야 했던, 아마도 가장 큰 감정적 고통을 경험한 본드였다.

본드 이후: 그가 007 시리즈에서 하차한 이유에 대해선 여러 이유가 있지만, 하나 확실한 건 데뷔작으로 007 시리즈에 출연했다는 것이 그에겐 큰 부담이었다는 것. 이후 그는 데뷔작만큼 주목 받는 작품에 출연하진 못했고, 현재까지 유럽과 미국을 오가며 TV와 영화에서 조연 혹은 단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3대 본드: 로저 무어
총 7편(8편~14편) 출연.
[007 죽느냐 사느냐](1973) [007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1974)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1977) [007 문레이커](1979) [007 유어 아이스 온리](1981) [007 옥토퍼시](1983) [007 뷰 투 어 킬](1985)
1, 2. 로저 무어의 제임스 본드. 2. 현장의 로저 무어.
본드 이전: 1927년 영국의 런던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로저 무어는 배우로서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왕립연극학교를 나온 그는 이후 런던과 뉴욕을 오가며 연극 무대에 섰고 TV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스타덤에 오르고 있었다. 그가 제임스 본드를 맡은 건, 숀 코너리나 조지 레이젠비 같은 깜짝 발탁이 아니라, 좀 더 안정적으로 시리즈를 이끌고 싶었던 제작진의 바람이었다.

경쟁자들: 영국 배우로는 줄리언 글로버, 존 개빈, 제레비 브렛, 사이먼 오츠, 존 로네인, 마이클 맥스테이, 마이클 빌링턴 등이 경쟁하고 있었다. 미국 측 제작사인 유나이티드 아티스츠는 버트 레이놀즈, 폴 뉴먼, 로버트 레드포드 등의 할리우드 배우들을 원했지만 프로듀서인 브로콜리는 본드는 반드시 영국 배우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최종 결정은 로저 무어였다. 한편 [007 죽느냐 사느냐](1973) 출연을 놓고 당시로선 엄청난 금액인 550만 달러의 개런티 제안을 받고도 거절했던 숀 코너리는 자신의 후임으로 로저 무어가 결정되자 "가장 이상적인 본드"라고 말했다.

1. 첫 본드 무비 [007 죽느냐 사느냐]. 본드걸로 등장한 제인 세이무어와의 러브 신. 2. 마지막 본드 무비 [007 뷰 투 어 킬]. 이 영화가 개봉될 때 그의 나이 58세였다.
캐릭터: 거칠면서 섹시했던 숀 코너리에 비해 좀 더 부드럽고 코미디적인 요소의 연기를 보여주었던 로저 무어는, 어쩌면 이언 플레밍의 원작 소설 속 본드에 좀 더 가까운 이미지였을지도 모른다. 마티니보다는 버번 위스키를 마시고, 담배보다는 두툼한 시가를 피우는 제임스 본드. 그는 1970~80년대 007 시리즈가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했던 시기를 이끌었던 본드였으며, 완력보다는 특유의 유머로 어필했다.

본드걸들과의 뜨거운 로맨스가 부각되었던 것도 로저 무어 시기. 혹자는 그가 007 시리즈를 싸구려 로맨스로 변질시켰다고 비판했지만, 그가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본드 이미지를 만들어낸 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다. 힘을 내세웠던 초기의 본드 이미지가 약화된 건, 시리즈가 거듭 될수록 점점 발전하는 무기와 탈것 덕분이기도.

본드 이후: 46세에 본드가 되어(그는 숀 코너리보다 세 살이 더 많았다) 환갑 직전인 58세까지 007로 활동했던, 시리즈 사상 가장 장기 집권 했던 로저 무어. 그에게 007 시리즈는 배우 경력의 정점이자 모든 것이었다. 1985년 [007 뷰 투 어 킬] 이후 지금까지 TV와 영화와 목소리 연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긴 하지만, 예전처럼 비중 있거나 활발하진 못하다.


4대 본드: 티모시 달턴
총 2편(15~16편) 출연.
[007 리빙 데이라이트](1987) [007 살인 면허](1989)
1, 2. 티모시 달턴의 제임스 본드. 3. [007 살인 면허]의 달턴.
본드 이전: 1946년 영국 웨일즈 지역에서 태어난 그는, 할머니가 찰리 채플린과 같은 무대에서 공연했고 할아버지도 보드빌 연기자였던, 뿌리 깊은 배우 집안 출신이다. 로저 무어와 마찬가지로 왕립연극학교 출신인 그는 영화와 TV에서도 활동했지만, 가장 애정을 쏟는 분야는 연극이었다. 사실 그는 조지 레이젠비가 [007 여왕 폐하 대작전] 이후, 20대 초반의 나이에 본드 역을 제안 받았는데, "본드는 35세에서 40세 사이에 시작해야 제격"이라고 생각했던 달턴은 정중히 사양했다.

경쟁자들: 샘 닐과 멜 깁슨도 캐스팅 라인에 올랐다. 프랑스의 람베르 윌슨은 프랑스식 억양의 영어 때문에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이외에도 앤터니 해밀턴, 파인들레이 라이트, 앤드류 클라크, 숀 빈 등의 이름이 거론되었다. 하지만 제작진은 달턴이 퍼스트 초이스였던 듯. 1960년대 말에 제안한 이후, [007 옥토퍼시](1983)와 [007 뷰 투 어 킬](1985)에도 끊임없이 달턴을 캐스팅하려 노력했는데 달턴은 여전히 연극 무대를 고집했고, [007 리빙 데이라이트]에 와서야 그는 본드가 되었다.

캐릭터: 로저 무어가 만들어놓은 유머러스한 바람둥이 이미지의 정반대에 서 있던 티모시 달턴은, 무대에서 고전극을 주로 했던 배우답게 진지한 카리스마로 승부했다. 선 굵은 외모도 이런 느낌에 크게 한 몫 했던 요소. 하지만 안타깝게도 달턴은 단 두 편만 출연했는데, 이것은 [007 살인 면허](1989) 이후 생겨난 법적 분쟁 때문. 미국 쪽 제작사인 MGM/UA가 매각되면서 영국의 제작사인 '이온 프로덕션'과 007 시리즈의 소유권 분쟁이 생겼고, 그 결과 시리즈는 6년의 공백을 맞이했으며, 분쟁이 해결되었을 땐 어느새 달턴은 50대에 접어들었다. 이 문제만 없었다면 우린 달턴의 본드 무비를 두세 편은 더 볼 수 있었을 것이며, 그의 좀 더 성숙해진 본드 카리스마를 만났을 것이다.

본드 이후: 본드 시리즈 이후, 달턴은 시리즈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여전히 연극 무대를 중심으로 TV와 영화도 꾸준히 출연하고 있는 상황. 최근엔 [토이 스토리 3](2010)에 목소리 연기로 출연했고, 조니 뎁과 안젤리나 졸리가 주연을 맡았던 [투어리스트](2010)에서도 만날 수 있었다.


5대 본드: 피어스 브로스넌
총 4편(17편~20편) 출연.
[007 골든아이](1995) [007 네버 다이](1997) [007 언리미티드](1999) [007 어나더 데이](2002)
1~3. 피어스 브로스넌의 제임스 본드.
본드 이전: 1953년 아일랜드에서 태어난 그는 대학에선 미술을 전공했지만 연극에 매료되었고, 전설적인 극작가 테네시 윌리엄스의 눈에 띄면서 무대에 서게 되며 주목 받았다. 1980년부터 TV를 중심으로 활동했는데, 대표작은 TV 시리즈인 [레밍턴 스틸](1982~87). 그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작품이다.

경쟁자들: 리암 니슨, 멜 깁슨, 샘 닐, 휴 그랜트 등이 본드로 출연한다는 루머가 돌았지만 제작진은 예전부터 피어스 브로스넌을 점 찍어놓았다. 사실 브로스넌은 좀 더 빨리 제임스 본드가 될 수 있었다. 그의 아내 카산드라 해리스는 [007 유어 아이즈 온리]에서 본드걸 중 한 명인 리슬 역을 맡았는데, 그 인연으로 제작자인 브로콜리와 함께 식사할 기회가 있었고, 이때 브로콜리는 20대 후반인 브로스넌에게서 본드의 가능성을 봤다.

대중도 브로스넌을 원했다. 1983년에 [007 옥토퍼시]가 개봉되었을 때 '로저 무어의 본드'가 너무 늙은 것 아니냐는 논쟁이 있었고, '차기 본드'를 놓고 설문 작업이 있었는데 이때 1위는 단연 피어스 브로스넌이었다. 이후 로저 무어가 시리즈를 떠나겠다고 발표했고, 브로스넌이 본드가 되는 건 기정사실화되었다(여러 매체에서 캐스팅 기사가 나올 정도로 확실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레밍턴 스틸]을 제작한 NBC와의 계약 문제로 일이 꼬였고 그 자리를 티모시 달턴이 대신 들어갔으며, 계약 문제가 해결된 시점에선 제작사의 법적 문제로 시리즈는 6년의 공백 중이었다. 결과적으로는 '브로스넌의 본드'는 10년 정도 미뤄진 셈. 만약 1986년 당시의 계약 문제만 없었다면, 티모시 달턴은 본드가 되지 못했을 것이며, 브로스넌은 10년 넘게 제임스 본드로 살 수 있었을 것이다.

1. 브로스넌의 첫 본드 무비 [007 골든 아이]. 2. [007 언리미티드]의 브로스넌. 숀 코너리에 대한 오마주 컷.
캐릭터: 베를린 장벽 붕괴로 냉전 시대는 막을 내렸고, 제임스 본드의 입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007 시리즈가 위기를 맞는 듯했던 1990년대. 이 시기를 안정적으로 이끌며 2000년 이후 대니얼 크레이그에게 넘겨준 주인공은 바로 피어스 브로스넌이었다. 역대 본드 중 가장 완벽한 '수트빨'을 보여주는 브로스넌은, 숀 코너리와 로저 무어의 장점을 적절히 배합한 듯한, 섹시하면서도 유머러스하고, 신사적인 기품과 강한 힘을 겸비한 본드였다.

신인 중심의 캐스팅에서 벗어나 팜케 얀슨, 양자경, 소피 마르소, 드니즈 리처즈, 할 베리 등 굵직하면서도 다양한 개성의 여배우들이 등장했던 것도 브로스넌 시기. 그 어떤 여배우와 함께 해도 잘 어울리며 무난한 앙상블을 만들어낼 수 있는 건, 브로스넌의 드러나지 않지만 조용하고 단단한 카리스마 덕분이었다.

본드 이후: 브로스넌은 본드로 재직하는 기간에도 자신만의 이미지를 007 시리즈에 고정시키지 않고 [로빈슨 크루소](1997)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1999) [테일러 오브 파나마](2001) 등 다양한 작품들을 무리 없이 소화했다. 본드 이후도 마찬가지. [사랑에 빠지는 아주 특별한 법칙](2004) [맘마 미아!](2008) [퍼시 잭슨과 번개 도둑](2010) [유령 작가](2010) [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여자](2011) 등, 본드 시절에 비해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 필모그래피를 보여주고 있다.


6대 본드: 대니얼 크레이그
총 3편(21~23편) 출연. 현재 25편까지 계약된 상태.
[007 카지노 로얄](2006) [007 퀀텀 오브 솔러스](2008) [007 스카이폴](2012)
1~3. 대니얼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본드 이전: 1968년 영국 체스터에서 태어난 그는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연극 무대에 큰 관심을 가졌고, 16세 때 국립유소년극단에 들어가 배우 훈련을 받았다. 무대를 거친 후 첫 영화는 [파워 오브 원](1992). 이후 10년 가까이 다양한 장르의 영화와 TV 시리즈와 연극 작품을 통해 경력을 쌓은 그는 샘 멘데스 감독의 [로드 투 퍼디션](2002)으로 할리우드에서도 주목 받는 배우가 되었다. 이후 [실비아](2003) [마더](2003) [레이어 케이크](2004) [뮌헨](2005) 등으로 알차게 필모그래피를 쌓아갔다.

경쟁자들: 아마 대니얼 크레이그처럼 본드가 되기 위해 힘든 과정을 거쳤던, 그리고 캐스팅이 확정된 후에도 수많은 논쟁과 잡음에 시달렸던 본드는 없었을 것이다. 원래 세 작품만 계약했던 피어스 브로스넌은 네 번째 작품인 [007 어나더 데이](2002)까지 마친 후 갈림길에 섰다. 어느덧 50대가 된 브로스넌은, 로저 무어의 노익장을 떠올리며 한 작품을 더 하려고 했고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가세해 브로스넌을 주인공으로 초기의 본드로 돌아가는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하지만 결국 제작사는 브로스넌도, 타란티노도 선택하지 않았다. 그리고 새 얼굴을 찾기 시작했다.

2년에 걸쳐 물색 작업이 펼쳐졌고 신인부터 중견까지 200여 명의 이름이 오갔다. 에릭 바나, 휴 잭맨, 제임스 퓨어포이, 더그레이 스콧, 도미니크 웨스트, 헨리 카빌, 줄리언 맥마헌, 제라드 버틀러, 클라이브 오웬, 샘 워싱턴, 이완 맥그리거…. 마틴 캠벨 감독은 헨리 카빌을 마음에 두고 있었지만 너무 젊다는 이유로 결국 떨어트렸다. 최종 승자는 대니얼 크레이그. 본드의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리부트 무비인 [007 카지노 로얄](2006)을 기획하며, 제작진은 40년 넘게 너무 고상하게 늙어 온 시리즈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생각으로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1. [007 퀀텀 오브 솔러스]의 크레이그. 2. [007 스카이폴]의 크레이그.
캐릭터: 크레이그의 캐스팅 뉴스가 발표되었을 때 수많은 안티 사이트들이 생겨났고 시리즈의 골수팬들은 역할을 재선정하라는 목소리를 높였다. 크레이그는 '일단 기회를 달라. 그리고 심판했으면 한다"고 항변해야 했다. 그리고 2006년 [007 카지노 로얄]이 나왔을 때, 사람들은 근육질 본드에 환호하기 시작했고 평론가들은 스티브 맥퀸과 크레이그를 비교했으며, 영화는 단숨에 시리즈 사상 최고 흥행작이 되었다. 이 기록은 2년 후 [007 퀀텀 오브 솔러스](2008)에 의해 갱신되었고, 웬만한 장면은 스턴트 없이 직접 소화하는 크레이그의 리얼 액션은 한 동안 정체되었던 시리즈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대니얼 크레이그는 제임스 본드라는 캐릭터를, 한 마디로 '재정의'했다. 숀 코너리부터 시작해 피어스 브로스넌까지 이어진, 40년 동안 20편을 통해 쌓인 전통의 그림자에서 벗어난 크레이그는 시리즈를 신선하면서도 더 위험하게 만들었다. 날 것 그대로의 육체적 충돌과 강한 정서적 집중과 다소 어두운 톤의 유혹적 매력. 그것은 오롯이 대니얼 크레이그의 것이었다. 한편 그가 가장 닮고 싶은 본드 액터는 숀 코너리. "야수 같고, 섹시하고, 유머러스한 본드의 매력을 골고루 갖춘 최고의 제임스 본드"라는 게 크레이그의 평가다.

본드 이후: 2000년 이후 1년에 서너 편의 영화를 꾸준히 내놓았던 크레이그는, 제임스 본드가 된 이후에도 그 다산성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현재는 시리즈의 24편과 25편까지 계약한 상황. 동시에 [밀레니엄] 시리즈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네이버와 만난 대니얼 크레이그

* MI6 패밀리
M(MI6의 수장)
1대 M: 버나드 리(1962년 1편 [007 살인 번호]부터 1979년 11편 [007 문레이커]까지)
2대 M: 로버트 브라운(1983년 13편 [007 옥토퍼시]부터 1989년 16편 [007 살인 면허]까지)
3대 M: 주디 덴치(1995년 17편 [007 골든 아이]부터 2012년 23편 [007 스카이폴]까지)
1. 버나드 리의 M. 윈스턴 처칠과 흡사한 외모였다. 2, 로버트 브라운의 M.
MI6의 수장인 M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본드에게 미션을 전달하는 것이다. 원작자인 이언 플레밍이 해군 정보부 중령으로 근무할 당시 상관 중 한 명이었던 맨스필드 스미스 커밍스 경에게서 힌트를 얻어 M이라는 캐릭터를 창조했는데, 커밍스 경은 서류에 항상 'C'라고 서명을 했고, 플레밍은 이것을 'M'으로 바꿔 캐릭터의 이름으로 삼았다.

M은 12편 [007 유어 아이즈 온리](1981)를 제외한, 23편 중 22편에 등장하는 캐릭터인데, 첫 M 역을 맡은 배우는 버나드 리. 1950~60년대 영국의 인기 배우 중 한 명이었던 그는 1편부터 11편까지 17년 동안 M으로 재직했다. [007 죽느냐 사느냐](1973) 때 건강이 좋지 않아 교체될 뻔했지만 극적으로 회복되어, 1981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M으로 살았다. 그가 연기한 M은 플레밍의 소설에 등장하는 M에 매우 근접한 이미지인데, 본드와는 가끔 조크 수준의 논쟁이 오가곤 하지만 마치 장난꾸러기 아들을 둔 아버지 같은 모습이었다(1908년생인 그는 실제로 숀 코너리나 로저 무어의 아버지뻘이었다).

1. 1995년 [007 골든아이]. 주디 덴치는 여성 M의 시대를 열었다. 2. [007 스카이폴]의 주디 덴치.
버나드 리가 세상을 떠난 후 뒤를 이은 배우는 로버트 브라운. 그는 'M이 등장하지 않는 본드 무비'인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에 해군 제독인 하그리브스로 등장했고, 다음 편인 [007 옥토퍼시](1983)부터 M이 되는데, 하그리브스가 MI6로 부서를 옮겨 M이 된 것인지, 새로운 배우가 M 역할을 맡은 것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명확하진 않다. 로버트 브라운의 M은 본드와 약간의 신경전을 벌이기 시작한다.

명령 하달이라는 기능적 캐릭터였던 M의 비중은, 17편 [007 골든 아이](1995)에서 주디 덴치가 M이 되면서 커지기 시작했다. 본드를 "성차별주의자에 여성 혐오주의자인 냉전 시대의 유물"이라고 부르지만 그 필요성을 인정하는 M은 이때부터 확고한 이미지를 지녔고, 통계적 분석에 의존하는 그녀의 모습에 MI6 요원이자 본드의 동료인 빌 태너는 "사악한 숫자의 여왕"이라고까지 표현했다.

19편인 [007 언리미티드](1999)에선 엘렉트라 킹(소피 마르소)에 의해 납치되기도. M과 본드의 애증적 관계는 대니얼 크레이그가 본드 역을 맡으면서 더욱 부각되는데, [007 카지노 로얄](2006)에선 그래도 든든한 후원자였지만 [007 퀀텀 오브 솔러스](2008)에선 본드에게 몇 차례에 걸쳐 경고를 한다. [007 스카이폴]은 본드 못지 않게 M의 비중이 큰 영화. 더 이상 언급하면 치명적인 스포일러가 될 듯하다.


Q(Q 부서의 책임자)
1대 Q: 피터 버튼(1962년 1편 [007 살인 번호])
2대 Q: 데스먼드 루엘린(1963년 2편 [007 위기일발]부터 1999년 19편 [007 언리미티드]까지)
3대 Q: 존 클리즈(2002년 20편 [007 어나더 데이])
4대 Q: 벤 위쇼(2012년 23편 [007 스카이폴])
1. 1편 [007 살인 번호]의 본드와 Q. 2. 2편 [007 위기일발]부터 등장한 데스먼드 루엘린은 36년 동안 Q 역할을 맡았다.
007 시리즈의 백미 중 하나는 시리즈마다 등장하는 기상천외한 무기들. 그것들은 MI6 안의 Q 부서에서 만들어내는 것이며, 영화 초반에 임무를 부여 받고 사무실을 나가려는 본드에게 부서의 수장인 Q는 항상 몇 가지의 신무기를 소개한다(가끔씩은 해외 출장을 가서 본드에게 설명할 때도 있는데, 그럴 땐 영화 중간에 등장한다).

원작자 이언 플레밍에게 영감을 준 사람은 그가 군 복무 시절 만났던 찰스 프레이저-스미스라는 장교. 그는 지도와 나침반과 총을 숨기는 기발한 방법을 고안했다고 한다. Q는 군수장교(Quartermaster)의 약자로, Q의 사무실은 본드의 병참기지와도 같은 곳이다. Q의 본명은 부스로이드 소령인데, 이 이름은 플레밍의 소설이 나왔을 때 편지를 보낸 제프리 부스로이드라는 독자의 이름에서 온 것이다. 총기 전문가인 부스로이드는 플레밍의 첫 소설을 읽고 "베레타25는 여자들이나 쓰는 총"이라고 항의했다고 한다.

1편인 [007 살인 번호]엔 피터 버튼이라는 배우가 '부스로이드 소령'으로 등장하지만, Q 캐릭터가 본격화된 건 데스먼드 루엘린이 등장한 2편 [007 위기일발]부터. 루엘린은 이 영화부터 1999년 [007 언리미티드]까지 무려 36년 동안 17편에서 Q 역을 맡았다. 그가 8편 [007 죽느냐 사느냐](1973)엔 등장하지 않은 건, 무기에 대한 관심 때문에 본드 캐릭터가 묻힌다고 본 제작진의 생각 때문인데, 그가 등장하지 않자 수많은 관객들의 항의가 빗발쳤고 결국 9편 [007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1974)로 돌아왔다.

1. 노년의 데스먼드 루엘린. 2. 영화 속에서 직접 무기를 사용해보는 루엘린의 Q. 3. 루엘린에 이어, R에서 Q로 승격된 존 클리즈. 4. [007 스카이폴]의 젊은 Q. 벤 위쇼.
대니얼 크레이그를 제외한 모든 본드에게 무기를 공급했던 '데스먼드 루엘린의 Q'는 1999년 [007 언리미티드]에서 부하 직원인 R(존 클리즈)에게 물려주고 조용히 떠나는데, 49세에 Q가 된 그는 85세에 은퇴했고 그 해 자서전 사인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자동차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이토록 길게 Q로 활동했지만, 36년 동안 그가 007 시리즈에 등장한 시간은 30분 남짓. 루엘린은 실생활에선 VCR 켜는 것 외엔 그 어떤 기계나 전자기기도 작동하지 못하는 '기계치'였다고 한다.

2002년 [007 어나더 데이]에서 존 클리즈가 Q 자리를 물려 받은 후 10년 동안 시리즈에 등장하지 않았던 Q 캐릭터는 올해 23편 [007 스카이폴]에서, 벤 위쇼를 통해 훨씬 더 젊은 느낌으로 바뀌었다. 예전의 Q가 나이 지긋한 중년(혹은 노년) 과학자였다면, 벤 위쇼의 Q는 젊은 천재 해커의 느낌. 앞으로 그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머니페니(M의 비서)
1대 머니페니: 로이스 맥스웰(1962년 1편 [007 살인 면허]부터 1985년 14편 [007 뷰 투 어 킬]까지)
2대 머니페이: 캐롤라인 블리스(1987년 15편 [007 리빙 데이라이트]와 1989년 16편 [007 살인 면허])
3대 머니페니: 서맨더 본드(1995년 17편 [007 골든아이]부터 2002년 20편 [007 어나더 데이]까지)
1. 로이스 맥스웰의 머니페니. 2. 맥스웰의 머니페니와 본드. 3. 2대 머니페니인 캐롤라인 블리스. 4. 3대 머니페니인 서맨더 본드.
007 시리즈의 관습적 장면 중 하나. 사무실로 들어선 본드는 M의 비서인 머니페니와 노닥거리기 시작하고, 이때 빨리 들어오라는 M의 목소리가 인터폰으로 들린다. 임무를 받고 나가면서 다시 본드는 다시 머니페니와 농담을 시작하고, 이때 인터폰으로 다시 M의 목소리가 들린다. "미스 머니페니, 본드를 빨리 놔주게."

원작자 이언 플레밍은 두 실제 인물에게서 영감을 받아서 머니페니 캐릭터를 만들었다. 해군 정보부에서 일할 때 만난 패디 베넷이라는 직원. 그리고 당시 비밀정보국 국장이었던 스튜어트 멘지스의 개인 비서 미스 페티그루. 그렇게 창조된 머니페니는 M의 비서로서, 본드와의 가망 없는(?) 로맨스를 꿈꾸는 캐릭터. 어쩌면 가장 충성스러운 본드걸일 수도 있으며, 종종 플롯 전개에서 Q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머니페니로 가장 긴 세월 동안 살았던 배우는 로이스 맥스웰. 1편에서 35세로 시작한 그녀는 14편 [007 뷰 투 어 킬]을 마지막으로 58세에 비서직에서 물러났다. [007 옥토퍼시]엔 페넬로페 스몰본(마이켈라 클래벨)이라는 어시스턴트가 등장하기도 한다. 이후 티모시 달턴이 본드로 등장하면서 머니페니도 바뀌는데, 이때 역할을 맡았던 캐롤라인 블리스는 20대의 젊은 배우. 맥스웰의 감성적 느낌보다는 지적인 톤이 좀 더 강했다. 피어스 브로스넌과 함께 등장한 서맨더 본드는 30대 초반으로, 그들은 아마도 가장 끈적끈적한 관계를 보여준 본드-머니페니 커플인 듯한데, 급기야 [007 어나더 데이]에서 둘은, 가상현실 속에서나마 키스를 나눈다. 한편 [007 스카이폴]에선 머니페니의 탄생을 만날 수 있다.


빌 태너(MI6 소속)
1대 빌 태너: 마이클 굿리프(1974년 9편 [007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
2대 빌 태너: 제임스 빌리어스(1981년 12편 [007 유어 아이즈 온리])
3대 빌 태너: 마이클 키친(1995년 17편 [007 골든아이]와 1999년 19편 [007 언리미티드])
4대 빌 태너: 로리 키니어(2008년 22면 [007 퀀텀 오브 솔러스]와 2012년 23편 [007 스카이폴])
1. 마이클 키친의 빌 태너. 2. 로리 키니어의 빌 태너.
M의 오른팔 같은 위치로, 가끔은 M을 비난하기도 하고 조언을 하기도 하는, 그리고 본드를 두둔하기도 하는 MI6의 직원 중 한 명. 본드보다 선배의 위치인 듯할 때도 있지만 상하 관계가 명확하게 등장하진 않는다. 역할의 비중이 크진 않지만 1970년대에 첫 선을 보인 후 이따금씩 등장하고 있다. 최근엔 연속으로 두 편에 등장했다. 현장에 직접 나서진 않는다.

한편 찰스 로빈슨(콜린 새먼)은 빌 태너의 부재시 혹은 빌 태너와 함께 MI6 소속 요원으로 활동하는 인물인데, [007 네버 다이]엔 빌 태너가 등장하지 않고 로빈슨이 본드와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007 언리미티드]에서 엘렉트라 킹에게 가는 M을 에스코트 하는 인물도 바로 로빈슨. 그는 [007 어나더 데이]의 남한 측에 있는 미군 벙커에서도 만날 수 있다.


"00" ? 다른 요원들
002: 글린 베이커(1987년 15편 [007 리빙 데이라이트])
004: 프레드릭 워든(1987년 15편 [007 리빙 데이라이트])
006: 숀 빈(1995년 17편 [007 골든아이])
009: 앤디 브래드포드(1983년 13편 [007 옥토퍼시])
1. 영화 초반에 피에로로 등장해 죽음을 맞이하는 [007 옥토퍼시]의 009. 2. 조국과 동료를 배신하는 [007 골든아이]의 006.
007 시리즈엔 007만 있는 건 아니다. 그 비중이 크진 않지만, 종종 본드 외에 살인 면허 소지자들을 만날 수 있다. 먼저 002는 [007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에서 본드와 머니페니의 대화 속에서 적에게 암살 당한 걸로 언급되는데, [007 리빙 데이라이트]에선 새롭게 선발된 002(글린 베이커)가 007(티모시 달턴), 004(프레드릭 워든)와 함께 지브롤터의 암벽에서 훈련을 한다. 이때 004는 적에게 암살 당한다.

006은 [007 골든아이]에서 알렉 트레벨리언(숀 빈)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데, 영화 초반 007(피어스 브로스넌)과 함께 임무 수행 중 죽은 줄로 알려졌던 그는 영국을 배신하고 악당이 되어 본드와 대결한다.

이안 플레밍의 소설엔 본드와 같은 방을 쓰는 걸로 설정되어 있는 008은 본드의 대체 인력인 듯. M은 종종 본드에게 명령을 듣지 않으면 대신 투입하겠다는 '위협용 카드'로 008을 이용하며, 본드 자신도 [007 골드핑거]에서 골드핑거의 레이저 빔으로 죽기 직전에, 자신이 죽어도 008이 대신 올 것이라고 말한다. [007 옥토퍼시]의 도입부에 피에로 복장을 하고 적에게 살해 당하는 인물은 바로 009. [007 뷰 투 어 킬]에서 본드(로저 무어)는 시베리아에서 003의 시체를 발견한다.

* M16 밖의 조력자들
프레드릭 그레이
제프리 킨이 10편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1977)부터 15편 [007 리빙 데이라이트](1987)까지 10년 동안 6편에 걸쳐 역할을 맡은 프레드릭 그레이는 영국의 국방장관으로, 수상과 M 사이의 연결고리이자 종종 본드의 행동을 통제하고, KGB와의 협상 테이블에 앉는 인물이다. MI6 입장에선 보호막이자 걸림돌이기도 한 인물이다.


아나톨 고골
프레드릭 그레이와 마찬가지로 10편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1977)부터 15편 [007 리빙 데이라이트](1987)까지 10년 동안 6편에 걸쳐 등장하는 캐릭터로, 흔히 '고골 장군'으로 불리는, 구 소련의 정보기관인 KGB의 수장이다. 종종 M과 공동 작전을 펼치기도 한다. [007 유어 아이즈 온리]에서 본드는 ATAC(미사일의 경로를 유도하는 초저주파발신기)를 고골 앞에서 파괴하며 "이젠 화해의 시대입니다, 동지. 소련도 우리도 이런 걸 가질 필요가 없지요"라고 말하는데, 이 교훈(?)을 깊이 새겼는지 [007 옥토퍼시]에선 전쟁을 일으키려는 올로프 장군에 맞선다. [007 뷰 투 어 킬]에선 전직 KGB 요원이자 악당인 막스 조린(크리스토퍼 워큰)을 제압한 공으로 본드에게 레닌 훈장을 수여하기도 한다.

1. 데이비드 헤디슨의 펠릭스 라이터. 2. 제프리 라이트의 펠릭스 라이터.
펠릭스 라이터
미국 CIA 요원으로 본드도 알 수 없을 정도로 현장을 주시하다가 결정적인 순간해 접근해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도움을 주는 펠릭스 라이터. 23편의 시리즈 중 9편에 등장하지만 7명의 배우가 그 역할을 맡았던, 캐스팅 교체가 가장 잦았던 역할이기도 하다. 1편 [007 살인 번호]에선 잭 로드가 역할을 맡았는데, 그는 본드(숀 코너리)에게 크랩 키 섬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며, 마지막에 본드와 허니 라이더(우르술라 안드레스)를 구하기 위해 달려온다. 3편 [007 골드핑거]에선 폴란드 출신 배우인 체치 린더가 라이터 역을 맡아 본드를 도왔고, 4편 [007 썬더볼 작전]엔 릭 밴 너터가 역할을 맡았다.

7편 [007 다이아몬드는 영원히]에선 노먼 버튼이 역할을 맡았는데, 악당 블로펠드의 유전에 헬리콥터로 폭격을 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섯 번째 펠릭스 라이터인 데이비드 헤디슨은 8편 [007 죽느냐 사느냐]와 16편 [007 살인 면허]에, 무려 16년의 시차를 두고 등장하며, 그 사이에 존 테리가 15편 [007 리빙 데이라이트]에 라이터로 출연하기도 했다. 아마도 21편 [007 카지노 로얄]에서 밑천이 바닥난 본드에게 500만 달러를 빌려주는, 제프리 라이트가 맡은 펠릭스 라이터가 우리에겐 가장 낯익을 듯. 그는 22편인 [007 퀀텀 오브 솔러스]에도 등장해 본드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


잭 웨이드
16편 [007 살인 면허]에서 펠릭스 라이터는 아내를 잃고 다리에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후 은퇴한다. 이후 시리즈의 처음으로 돌아간 21편 [007 카지노 로얄]에 다시 펠릭스 라이터가 등장하기 전까지, 본드를 도왔던 CIA 요원은 바로 잭 웨이드다. 그는 17편 [007 골든아이]와 18편 [007 네버 다이]에 등장하는데, 흥미로운 것은 웨이드 역을 맡은 조 돈 베이커가 15편 [007 리빙 데이라이트]에선 악당인 무기밀매상 브래드 휘태커로 등장했다는 사실. 하지만 이후 캐릭터를 바꿔 본드의 조력자가 되었다.

형식에 얽매이는 걸 싫어하며 자신의 첩보 업무에 대해 냉소적인 입장을 취하기도 하는 자유분방한 스타일로, 본드의 스릴 넘치는 스파이 활동에 함께 하는 것을 즐긴다. [007 골든아이]에선 본드에게 러시아 마피아에 대한 결정적인 정보를 제공한 그는, [007 네버 다이]에선 일본의 오키나와에서 본드와 접선한다.


르네 마티스
지안카를로 지아니니가 역할을 맡았다. 21편 [007 카지노 로얄]에 본드의 접선책으로 등장한 후 포커 게임에 본드가 들어갈 수 있도록 한다. 이후 르 쉬프르(매즈 미켈슨)의 거짓말로 본드의 의심을 샀지만, 이후 그의 진실이 밝혀졌다. 22편 [007 퀀텀 오브 솔러스]에선 악당과 손 잡은 옛 친구의 부하들에 의해 총격을 당하고 본드의 품 안에서 죽어가는데, 베스퍼 린드(에바 그린)와 자신을 용서하라는 유언을 남긴다.

1. 본드의 첫 조력자. [007 살인 번호]의 쿼렐. 2. [007 두 번 산다]의 일본인 캐릭터 타이거 다나카.
기타 인상적인 조력자들
이외에도 각 시리즈마다 인상적인 본드의 조력자를 꼽자면 1편 [007 살인 번호]의 쿼렐(존 키츠뮬러)을 먼저 꼽을 수 있다. 자메이카 킹스턴의 어부이자 CIA 요원으로 본드의 크랩 키 침투를 돕다가 닥터 노(조셉 와이즈먼)의 탱크가 내뿜는 화염에 휩싸여 죽는다. 그의 아들인 쿼렐 주니어(로이 스튜어트)는 [007 죽느냐 사느냐]에 역시 어부로 등장해 역시 본드를 돕는다.

2편인 [007 위기일발]의 케림 베이(페드로 아르멘다이즈)는 이스탄불에서 본드를 돕는 인물로, 사실 이 영화에서 본드의 미션 성공은, 절반은 베이의 덕인데 안타깝게도 근육질에 엄청난 파워를 과시하는 악당 레드(로버트 쇼)에게 죽게 된다. [007 두 번 산다]의 타이거 다나카(탐바 테츠오)도 잊을 수 없는 캐릭터. 일본 정보국의 수장인 그는 본드를 도와 3차대전의 발발을 막는다. 본드에게 닌자 훈련과 함께 다소 어설픈 분장을 시키는 것도 그다.

1. 본드의 장인어른인 마르크 앙주 드라코. 2. 로비 콜트레인이 역할을 맡은 발렌틴 주코프스키.
본드는 [007 여왕 폐하 대작전]에서 결혼을 하는데, 이때 본드의 장인 어른이 바로 마르크 앙주 드라코(가브리엘레 페르제티). 자살을 시도한 그의 딸 트레이시(다이애너 리그)는 본드에 의해 구조되는데, 이 일 이후 본드를 딸에게 완벽한 남자라고 생각한다. 유럽 최대의 범죄 조직을 이끌던 그는 블로펠드에 맞서는 본드를 돕고, 이후 본드와 트레이시는 결혼식을 올린다(하지만 블로펠드 조직에 의해 신부는 암살된다).

12편 [007 유어 아이즈 온리]에 등장하는 밀로스 콜롬보(토폴)는 이 영화의 악당인 크리스타토스(줄리언 글로버)의 라이벌. 그는 본드를 돕는 것은 물론, 2차대전 때부터 자신의 숙적이었던 크리스타토스를 단검으로 죽인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해그리드로 유명한 로비 콜트레인이 역할을 맡은 발렌틴 주코프스키는 [007 골든아이]와 [007 언리미티드]에 등장해 본드를 돕는다. 전직 KGB 요원으로 [007 언리미티드]에서 안타깝게도 엘렉트라 킹에 의해 죽게 되고, 그의 죽음으로 본드는 위기에서 벗어난다.
출처 : 그리움의 향기방
글쓴이 : 나누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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