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통!!또 비통!!!

[스크랩] 전생과 업보....

황령산산지기 2014. 7. 17. 13:56

 

옛적에 어느 재상가에 사기장수가 하룻밤을 묵어갔더라네.

그런데 다음날 사기장수가 떠난 뒤 재상 부인이 온 데 간 데 없어지고 말았지.

사기장수를 따라 도망을 친 거지.

재상은 망신스럽기도 했으나 그보다 더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식음을 전폐하고 궁리를 해봤으나

세상에 부러울 게 없는 재상가 부인이 사기장수를 따라간 연유를 알 길이 없었더란다.

그래서 재상은 벼슬을 내어놓고 부인을 찾아 그 연유나 알아보아야겠다고 팔도 방랑길을 떠났는데,

어느 날 깊은 산골에 이르러 해는 떨어지고 길은 더 갈 수 없고 해서 마침 외딴 수숫대 움막집을 찾아 들어갔더란다.

하룻밤을 묵고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 아낙 하나가 밥상을 들고 들어오는데 이게 왠일일까.

바로 그 아낙이 재상의 부인이 아니었겠나?

하도 기가 차서 재상이 부인 고개를 드오, 나를 모르겠소?하고 말하니까

부인은 얼굴을 숙인 채 알면 뭐하고 모르면 뭐하겠느냐, 다 인연이 한 짓이라 아무 말씀 마시고 돌아가달라고 대답을 하더란다.

"그래 그 연놈을 가만히 두었는가요?"

강청댁이 티를 넣었다.

"이 얘기나 들어라. 그래 수숫대 움막집을 하직하고 나선 재상은 그 곱던 손이 갈구리가 되고 옷은 살만 가렸다뿐이지

남루하기가 거렁뱅이 꼴이요, 재상댁에서는 말도 못 먹는 험한 음식을 마다 않고 화전을 일구어서 사는 부인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는데 재상은 그렇게 살 수 밖에 없었던 부인의 팔자, 인연을 되새겨 생각해 보았더란다.

집에 돌아온 재상은 전생록을 펼쳐보고 처음으로 모든 것을 깨닫게 되었다는데

전생록에 재상은 중이었고 사기장수는 곰이었고 부인은 이더라네."

"저런!"

"어느 날 중이 산길을 가다가 제 몸에서 이 한 마리를 잡았는데 살생을 못 하는 중은 잡은 이를 어쩔까 망설이는 판에

마침 죽어자빠진 곰 한 마리가 있어서 거기다 이를 버리고 길을 떠났다는 거지.

그러니 인연이라는 것도 그렇고 잘 살고 못 사는 것도 모두 전생에서 마련된 것 아니겠나?"

 

-박경리의 '토지1부 1권'중에서...

 

 


 

우리네 선조들은 현명한 분들이었이 틀림없다.

결과를 돌릴 수 없다면 납득할 명분을 만들고 수긍한다면 마음이 조금은 편해지지 않을까.

불교에서의 전생이라는 하는 측면을 잘 살린다면 분명 우리는 세상을 어렵게 살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전생에만 매달린다면 허무하기만 인생을 살수도 있을 것이다.

나와 맺어진 사람들은 어떤 인연을 맺은 사람들일까.

나와 악연을 맺은 사람도, 좋은 인연을 맺은 사람도, 가슴아픈 인연을 가진 사람들 모두 나와 어떠한 일들이 엮어져 있을까...

 

전생을 생각하고 현재의 관계에 매달리기보다는

현실에 순응하여 체념할 것은 버리고 좋은 인연으로만 묶는다면 한결 세상사는데 행복하지 않을까.

지금의 인연이 닿지 않는 모든 것들은 다음 세상에서 어떻게든 또 엮어지겠지.

 

그냥 다 인연이고 업보니 하면 세상에 미워할 사람도 없지 않을까.

좋아하는 사람들과도 또 좋은 인연을 맺지 않을까. ^^

출처 : 평범함을 꿈꾸는 소심한 남자
글쓴이 : 꿈 꾸듯...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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