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과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AI)가 낙태 문제를 놓고 심각한 대립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인터넷판이 13일 보도했다.
지난 6월 교황청은 '낙태 지지' 입장으로 선회한 AI에 대해 모든 재정지원을 중단한다고 발표했지만 AI 측은 전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 신문에 따르면 멕시코에서 모임을 갖고 있는 AI 주요 지도자들은, 자체적으로 2년간 기울여온 '진실 규명' 노력 끝에 지난 4월 AI 집행이사회가 채택한 '낙태 지지' 정책을 재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 회의에서 앰네스티는 낙태권 인정을 포함하도록 인권의 정의를 확대했고 이후 교황청 가톨릭 지도자들은 AI가 "자신들의 임무를 배반했다"고 강력 비난하고 있다. 특히 정의평화평의회 의장 레나토 마르티노 추기경은 앰네스티의 낙태 지지 정책이 철회되지 않으면 교황청은 전세계 가톨릭 신도들에게 앰네스티 활동을 거부하도록 요구하겠다고 위협했다.
이번주 AI 국제회의에서도 가톨릭 대표단은 이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400명의 AI 전세계 대표 회원들 가운데 대다수는 낙태를 지지한 새 정책을 유지하는 쪽으로 확고히 힘을 실어줄 것으로 간주된다고 신문은 밝혔다. 이와 관련, 케이트 길모어 AI 사무부총장은 '낙태 지지' 결정이 신학적 원칙이 아니라 법적인 차원에서 내려졌다고 강조하고 있다.
길모어 부총장은 "앰네스티의 입장은 권리로서의 낙태가 아니라 여성들이 성폭행과 다른 인권유린 앞에서 두려움, 위협 그리고 강제로부터 자유로워질 권리를 누릴 필요가 있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하지만 교황청은 앰네스티가 이중 기준을 갖고 있다고 비난한다.
교황청은 AI가어떤 상황에서도 사형에 반대한다면서 이제는 특정 상황 하에서는 태어나지 않은 생명을 없애는 것을 묵과한다는 입장을 보였다는 점을 그 근거로 주장했다.
세계인권운동의 효시인 앰네스티는 1961년 변호사 출신의 영국 인권운동가이자 가톨릭교로 개종한 피터 베넨슨에 의해 창설됐다. 이후 이 단체는 교황청의 지원에 힘입어 전세계 회원 180만 명의 조직으로 성장했으며 1977년에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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