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송 달송

휴대폰 요금 내렸다, 절반의 진실

황령산산지기 2006. 10. 14. 17:21
휴대폰 요금 내렸다? 국민 절반 "아닌데..."

지난 9월말 열린우리당과 정부는 휴대전화 요금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내년 1월1일부터 데이터통신요금을 무려 30% 내린다는 것이다. 30%나 내렸다면 엄청나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래도 이동통신업체들이 안 망하는지 궁금할 정도다. 과연 휴대전화 요금이 내려갔을까? 대답은 '절반은 아니다'다.

정부는 거의 해마다 한번 꼴로 휴대전화 요금을 내린다고 발표한다. 그러나 소비자 절반은 휴대전화 요금이 내렸다는 것을 체감하지 못한다.

과연 휴대전화 요금이 얼마나 떨어졌을까?

일단 담당 부처인 정보통신부가 요금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전체 시장을 절반 이상 차지한 업체)인 SK텔레콤 뿐이다. SK텔레콤만 요금에 대해 정부 인허가를 받는다. 쉽게 말해 정부가 데이터통신 요금을 30% 내린다고 결정해도 KTF와 LG텔레콤은 따라야 할 의무가 없다.

SK텔레콤 매출 가운데 데이터통신 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상반기 기준 26%다. 또 이른바 문자(SMS·단문메시지)가 데이터 통신 매출의 40%를 차지한다. 즉 순수 데이터통신 매출은 전체 매출의 15% 정도다.

당정협의회는 문자메시지를 제외한 데이터 통신 요금을 최대 30% 인하한다고 했다. 즉 15%의 최대 30%를 내린다는 것이다. 결국 전체 요금을 생각해 단순 계산하면 전체 매출의 최대 4.5% 정도가 사라진다.

이제 SK텔레콤은 그런 요금제를 만들어 정통부에 가져가야 한다. 정통부는 따져보고 도장을 찍어 줄 것이다. 물론 매출 4.5%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가격이 떨어지면 사람들이 데이터 통신을 더 많이 이용할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전화요금이 내렸다는 것을 체감하지 못한다. 일단 휴대전화 통화료 인하폭이 과거에 비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2002년 1월 휴대전화 요금을 8.3% 내렸다. 당시 SK텔레콤은 월 기본료를 1만6000원에서 1만5000원으로 1000원 내리고 10초당 통화료를 22원에서 21원으로 내렸다. 그리고 2002년에 2003년 1월부터 통화료를 7.3% 내리기로 결정한다(월 기본료 1000원, 10초당 통화요금 1원 인하).

2003년 10월 다시 추가 인하조치가 있었다. 발신자 표시 요금(CID·Caller ID)을 한달 2000원에서 1000원으로 내린 것이다. 소비자는 1년 1만 2000원을 아낄 수 있다. 다시 2004년 9월엔 다시 통화료가 3.7%(월 기본요금 1000원 인하) 떨어졌다. 대체로 월 요금을 1000원 내리면 휴대폰 요금이 3.7% 내려간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정부는 요금인하 효과가 약 2100억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들어선 휴대전화 요금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 2006년 1월 SK텔레콤은 정부의 권고를 받아 들여 1000원이던 CID 요금을 아예 받지 않기로 했다. 과거 예를 보면 2100억원 정도가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내년 1월 적용하는 이번 데이터통신료 30% 인하다. 당정협의회는 요금 인하 효과를 2100억원(최대 2800억원) 정도로 보고 있다. 말하자면 월 요금을 1000원 내린 것과 비슷한 효과다. 휴대전화 요금을 3.7% 정도 내린 것과 같은 효과라도 보아도 무방하다.

김대중 정권 말기인 2001년과 2002년 정부는 2002년과 2003년 휴대전화 요금을 확 떨어뜨렸다. 당시엔 사람들이 요금이 내렸다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정부 들어 선 휴대전화 요금이 떨어지는 속도가 점차 느려지고 있다.

2004년 9월 한 차례 기본료가 1000원 내려간 것이 유일하다. 게다가 과거 요금 인하는 이통3사 공통이었다. 그러나 이제 KTF와 LG텔레콤이 정부 지도를 그대로 받아 들이지 않기 시작했다. 그것이 정상이다.

올해 발신자 표시 요금 1000원을 무료화 했다지만 실제로 무료화 한 것은 SK텔레콤 뿐이다. KTF와 LG텔레콤은 CID요금을 받지 않는 요금제를 내 놓은 것에 불과하다. 그나마 LG텔레콤은 기본료를 1000원 올렸다. 결국 요금을 내리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SK텔레콤 서비스 이용자만 올해 요금 인하 혜택을 온전히 다 받았다. SK텔레콤은 국내 시장의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거꾸로 말해 국민의 절반이 KTF와 LG텔레콤 고객들이다. KTF와 LG텔레콤 가입자들은 2004년 9월 통화료가 떨어진 다음 거의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

SK텔레콤 요금은 정통부가 인허가를 내 주지만 다른 업체들은 다르다. 요금을 결정할 권리도 없고 의무도 없다. 정부는 계속 요금을 내렸다고 발표하지만 결국 국민 절반 입장에서 생각하면 지난 2004년 9월 이후 요금 인하는 없었다. 또 내년 1월 1일부터 데이터통신 요금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도 분명하지 않다.

게다가 KTF의 경우 전체 매출에서 데이터 통신이 차지하는 비율이 10%에 불과하다. 즉 30%를 다 내려도 전체 매출의 3%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LG텔레콤은 7% 정도다. 결국 돌려 준다고 해도 소비자에게 돌아갈 몫이 작다.

조삼모사(朝三暮四) 통신요금

데이터통신 요금 30% 인하는 조삼모사(朝三暮四)란 고사 성어를 연상하게 만든다. 요금을 3.7%를 내린다와 데이터통신료 30%를 내린다는 거의 같은 이야기다. 그러나 30% 쪽이 휠씬 큰 것처럼 들린다. 소비자를 바보로 여긴다는 생각이 든다.

또 요금 인하 혜택이 휴대전화 사용자 모두에게 돌아가지 않는 것도 문제다. KTF와 LG텔레콤 고객들은 몸으로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다. 또 SK텔레콤 사용자도 데이터통신을 거의 이용하지 않는 고객 입장에선 아무 도움이 안 된다. 쉽게 말해 휴대전화로 이야기하고 문자나 보내는 사람들 입장에선 요금 인하란 없다.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대신 휴대전화 통화료 인하 폭을 발표 할 때 숫자가 커진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정부는 내년 휴대전화 요금을 0~3.7% 정도 내릴 예정이다. 이것이 데이터통신 요금 30% 인하다.

KTF와 LG텔레콤은 “우리 서비스 요금이 SK텔레콤보다 15% 정도 저렴하다”고 말한다. 정부가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내년에는 그 차이가 12% 선으로 줄어 들 것이다.


백강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