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을 뜻하는 '타투(tattoo)'라는 영어 단어가 생긴 것은 1769년이다. 영국 탐험가 제임스 쿡 선장이 "무늬를
두드려 넣다"를 의미하는 '타타'라는 타이티 말을 영어식으로 발음하면서 비롯됐다. 당시 유럽인은 온몸을 문신으로 치장한 남태평양의 원주민을
혐오했다. "인체는 신이 만든 예술작품이며, 성스러움의 상징"이라는 지극히 서구적인 사고방식에서다.
그러나 남태평양 섬주민에게 문신은 중요한 생활방식이자 의식이었다. 뉴질랜드 마오리족의 얼굴에 빼곡히 새겨진 문신은 가족과 혈통의 상징이었다. 자신의 업적과 권위를 나타내는 수단으로도 작용했다. 단순한 장식이 아닌 신에 대한 경외감과 주술적 성격도 있었다. 성인이 되는 여성의 엉덩이를 검게 물들이거나, 부모가 죽으면 혀에 세 개의 점을 새기는 것은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양식이었다. 손바닥에 새겨진 눈(目) 모양의 문양이 자신을 내세(來世)로 인도해 줄 것으로 믿었다.
일본의 문신은 새로운 형태의 예술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18세기 중반부터 본격화된 일본의 문신은 권위에 대한 저항의 의미가 내포돼 있다. 당시 왕실이 왕족이나 부족 외에는 화려한 색상의 기모노를 입지 못하도록 하자 하층민들은 전신을 덮는 문신으로 통치 권력에 맞섰던 것이다. 가장 화려하고 정교한 문신으로 발전하게 된 계기다. "오랜 시간 문신의 고통을 참으면 영적으로 성장할 것"이란 내적 의식도 다양한 문신문화를 가져왔다.
반면 우리 사회에서 문신은 '금지된 예술'의 영역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터럭을 포함한 우리 몸은 부모로부터 받은 것이니 이를 훼손하지 않는 것이 효(孝)의 시작이라는 유교적 사상에서다. '불한당=문신'이란 내재적 도식에서 문신은 경멸의 대상에 불과했다.
최근 들어 문신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 연예계와 스포츠계 스타의 몸에 새겨진 문신을 보고 열광하기도 한다. 조직폭력배 등 사회적 일탈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자신을 남과 다르게 표현하려는 개성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가족에 대한 사랑을 표시하고 자신의 각오를 다지는 방편으로 문신을 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최근 미국 수퍼보울의 영웅으로 떠오른 하인스 워드의 오른팔에 새겨진 한글 이름 문신이 눈길을 끌었다. 2002년 월드컵 때 골 뒤풀이를 위해 웃통을 벗어 젖힌 한 축구 선수의 문신을 보고 환호하며 하나가 됐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박재현 사회부문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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