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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926년 발해. 거란의 침입으로 발해는 멸망 위기에 처하고 왕자들은 하나 둘 살해된다. 발해의 마지막 희망은 변방으로 쫓겨난 왕자 대정현(이서진). 절대 고수인 여전사 연소하(윤소이)는 대정현을 무사히 발해로 데려오는 임무를 맡는다. 한편 조국을 배신하고 거란의 앞잡이가 된 무장 군화평(신현준)도 살기 넘치는 검술을 구사하는 여 검객이자 심복 매영옥(이기용)과 함께 대정현을 노린다.》
‘비천무’의 김영준 감독이 5년 만에 내놓은 무협영화 ‘무영검’의 액션 개념은 새로운 건 아니지만 분명 놀랍다. 홍콩 무협의 자유로운 상상력과 할리우드 전쟁물의 무지막지한 스펙터클을 이종교배한 듯 칼을 총처럼 사용하는 이 영화의 검술 액션은 찌르는 것도 베는 것도 찢는 것도 아닌, 상대를 아예 터뜨려버리는 쪽에 가깝다.
‘무영검’은 이야기에 구멍이 많다. 대정현이 왕자로서 스스로의 존재 능력에 대해 끝없이 회의하는 모습도, 군화평에게는 왕자를 없애야 하는
뼈아픈 사연이 있다는 점도 영화는 섬세하게 설득하지 못한다. 하지만 홍콩 무술감독 마옥성이 구현하는 압도적인 액션은 이런 이야기의 허점을
짓눌러버린다.
관객을 생각하게 만들기보다 관객이 생각할 틈을 빼앗겠다는 기세로, 강박에 가깝도록 촘촘히 배열된 액션 호흡은 그 자체가 영화의 주인공이다. 물속으로 숨어든 대정현과 연소하를 향해 수십 명의 검객들이 기관총을 난사하듯 표창 세례를 퍼붓자 표창이 수중에서 복잡한 궤적을 그리며 남녀를 쫓아가는 모습을 담은 수중 액션 신은 미학적으로 강렬한 잔상을 남긴다.
놀이공원의 무용수 같은 연극적인 분장, 넘치는 비장미, 과장된 캐릭터, 지구촌 풍물기행을 떠올리게 하는 무(無)국적 세트는 하나같이 비현실적이지만, 한편으론 컴퓨터 게임과 같은 완벽한 ‘과잉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리얼리티로 위장하려 하기보다 리얼리티를 질식시켜버리는 방식으로 이 영화는 ‘힘의 미학’을 축적해 간다.
달빛 아래 기와를 타고 뛰어가고 대나무 숲을 마구 날아다니는 익숙한 장면에도 불구하고 ‘무영검’이 파괴력을 갖는 이유는, 어쭙잖은 명상적 액션으로 포장하려는 시도를 애당초 버리고 육중한 물리력을 총동원해 비주얼의 끝장을 보려고 하는 초지일관한 태도에 있다.
이 영화는 한국영화의 세계 진출이란 측면에서도 또 다른 관심을 모은다. 미국의 메이저 배급사인 뉴라인시네마가 제작비(80억 원)의 30%가량을 투자한 영화로 이 회사의 배급망을 타고 내년 미국 전역과 세계 각국에 배급될 예정이다.
관람 등급은 초등학교 고학년이면 볼 수 있는 ‘12세 이상’이지만, 입이 찢기고 몸통이 박살나는 잔혹한 대목이 많아 부모의 각별한 지도가 요구된다. 1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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