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일본, 후지모리 너무 감싼다" 화난 페루 단교도 불사

황령산산지기 2005. 11. 14. 21:09
이달 초 돌연 칠레를 방문한 직후 체포된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을 둘러싸고 페루와 일본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페루 정부는 10일 일본에 항의하는 뜻으로 주일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한 데 이어 최악의 경우 단교(斷交)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AFP통신은 12일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신병 인도를 둘러싼 양국의 오랜 불화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페루의 불만은 일본이 후지모리를 지나치게 감싼다는 것이다. 일본계 페루 이민 2세인 후지모리는 2000년 부패 스캔들로 실각한 뒤 일본으로 망명했다. 페루는 인권탄압.부정부패 등 20여 가지 혐의가 걸려 있는 그의 신병을 넘겨 달라고 일본 정부에 여러 번 요청했다.

그러나 일본은 "후지모리는 일본 시민권자이기도 하다"며 번번이 거절했다. 인터폴 체포 영장이 발부된 뒤에도 후지모리가 자국민이므로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여기에는 재임 시절 후지모리의 일본 정.관계 인사들과의 두터운 친분도 크게 작용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일본을 떠나 미국과 멕시코를 거쳐 칠레에 갔지만 3국 중 어느 나라도 일본 정부로부터 사전 통지를 받지 못했다.

체포 사흘 뒤인 9일에는 일본 영사관 관계자들이 칠레 헌병학교에 억류된 후지모리를 40분간 면회하기도 했다.

페루 외무장관은 이와 관련,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일본의 태도에) 진절머리가 난다"고 비난했다.

한편 칠레는 페루 정부가 후지모리의 신병 인도를 요청하는 소송을 내면 재판을 연다는 방침이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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