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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오마이뉴스 남소연 | "나라 지키러 군대갔지, 밥 지으러 갔나요?"
담백한 방송진행으로 정평이 난 손석희 MBC
아나운서 국장도 흥분할 때가 있다.
28일 오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진행하던 그는 육군 모 장성의 사병
폭행을 다룬 뉴스를 접하자 씁쓸한 심경을 드러냈다.
손 국장을 흥분시킨 뉴스는 국방부가 사병을 폭행한 여단장을 서면으로 경고했다는
<한겨레> 28일자 기사. 멸치를 잘못 보관했다는 이유로 작년 9월 공관근무 사병을 폭행한 특공여단장 S준장의 얘기는 지난 6∼7월
<오마이뉴스> 등 몇몇 언론을 통해 소개된 바 있다. 당시 2군사령부가 S준장의 징계를 유예하고 사건을 폭로한 당번병 K씨에게 근신
10일의 징계를 내린 것을 놓고 '장성 봐주기'라는 뒷말이 많았다.
그러나 군 수뇌부의 엉뚱한 징계는 해당 사병에게만 그치지
않았다. <한겨레>에 따르면, 공관병의 호소를 듣고 "인터넷에 올려도 좋다"고 말해준 참모장과 전속부관도 '범행 방조' 혐의로 정직
처분을 받았다.
육군본부는 "애초 사태를 일으킨 여단장에 비해 그 부하들이 심하게 징계를 당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약간의
실수만으로도 인사와 경력관리에서 큰 불이익을 받는 장군 계급의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며 "참모장과 전속부관이 중징계를 당한 배경에는 이들이
단순히 상담에 응한 것이 아니라 (여단장의 행태를 밖에 알리도록) 부추긴 측면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공관에서 생활하며
여단장의 시중을 드는 당번병 K씨는 S준장의 부인으로부터도 "너 같은 애 낳고도 너희 부모님이 미역국 드셨냐", "네 꿈이 요리사라며? 그 꿈을
버려, 네가 무슨 요리사냐"는 폭언을 들었다. 그는 운전병에게도 "(출신 학교가) ㅅ대가 아니라 ㄴ대 아니냐"고 '학력비하' 발언을
했다.
S준장의 부인은 이에 대해 군 수사당국에 "전입 초기에 음식 조리상태가 나쁘고 성의가 없을 때, 음식 보관상태가 나쁠 때
교육 차원에서 했다"고 해명했고, 지난 5월에는 남편의 직속상관(방효복 11군단장)에게 자신의 입장을 호소하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 같은 뉴스를 접한 손 국장은 S준장을 가리켜 "내용을 보면 이 사람은 징계도 징계이고, 치료를 받아야 할 사람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손 국장은 이어 "이 참에 문제제기를 하자면 공관에 왜 사병을 두고 밥 짓는 일까지 시키는지? 이건 분명히 시정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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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병을 폭행해 물의를 일으켰던 육군 장성은 징계유예되고, 오히려 폭행당한 사병은 징계를 당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예상된다.
권영기 육군 2군사령관(대장)은 예하 모 특공여단장 심모(3사 9기) 준장이 김모 상병을 폭행해 2개월
감봉징계를 당하자, 지난달 1일 관할관 확인조치권(지휘관이 형량을 감경할 수 있는 권한)을 발동해 심 준장의 징계를
유예했다.
이와관련 육군본부가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실에 보낸 '병사 폭행 사건 조사결과 보고서 및 징계위원회 징계처리 현황'에
따르면, 심 준장은 지난해 9월 공관 현관 앞에서 당시 공관근무병이던 김 상병(당시 일병)을 선물용 죽방멸치를 잘못 보관했다는 이유로 손바닥과
구둣발로 양쪽 볼과 정강이를 폭행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선물용 죽방멸치 잘못 보관했다고 가슴과 어깨 10회
때려
이 자료에 따르면 심 준장은 징계위에서 또다른 폭행혐의를 대부분 부인했다. 이 보고서를 일부 인용해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김 상병 : 같은 날 심 준장은 죽방멸치를 잘못보관했다는 이유로 김 상병을 공관 거실로
불러 다시 손바닥과 주먹으로 가슴과 어깨를 10회 때려 폭행했다. 심 준장 : 때린 적 있다.
김 상병 : 같은 해 9월 공관
거실에서 아침식사 준비가 되었다고 보고하는 나에게 "너 같으면 이 상항에서 밥이 넘어가냐"고 질책하며 보고있던 신문을 말아서 양볼을 약 10회
폭행했다. 심 준장 : 기억이 없다.
김 상병 : 공관 거실에서 꿀밤 주먹으로 머리를 수회 때려 폭행했다. 심 준장 :
교육 차원에서 한 행동이었다.
김 상병 : 2004년 11월 공관 텃밭에서 내가 상추를 재배하는 비닐하우스 측면 비닐을 내리다
잘못해 3센티미터 가량 찢었다는 이유로 슬리퍼 신은 발길로 정강이를 1회 때려 폭행했다. 심 준장 : 기억이 없다.
김 상병
: 2004년 11월 여단장실의 경유난로에서 "삐" 소리가 나는 이유에 대해 내가 "오래 켜놔서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하자 확인도 해보지 않고
대답한다는 이유로 손바닥으로 좌측 옆구리를 1회 때려 폭행했다. 심 준장 : 교육차원에서 한 것이고 폭행하지는 않았다.
김
상병 : 평소 부하 장병들이 실수할 때면 "어벙한 놈, 멍청한 놈, 병신같은 새끼" 등의 폭언 및 욕설을 퍼부어 언어폭력을 했다. 심 준장
: 그렇게 한 적 있다.
폭행당한 사병은 근신 10일 징계 "군인복무규율 어겼다"
지난 5월
31일 열린 징계위는 심 준장에 대해 감봉 2월의 징계를 결정했으나, 권 사령관은 "그간 군 복무에 성실히 매진해왔다"면서 다음날인 6월 1일
징계유예(3월)로 감경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사흘 뒤인 지난달 4일, 심 준장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던 김 상병은 11군단 징계위에
회부돼 근신 10일의 징계를 받았다.
군의 한 관계자는 "김 상병이 (이 사건을) 대외 기관에 알린 것은 군인복무규율을 어긴
것"이라면서 "김 상병이 국가인권위와 부패방지위원회 등 법률로서 내부제보자를 보호하는 기관이 아닌 곳에 제보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와관련 최재천 의원은 "사병들에 의한 사병 폭행은 엄벌에 처하면서 장교들의 사병 폭행은 봐주기한 전형적인 예"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군기가 바로 설 수 있으며, 군내 폭행이 없어지기를 바라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최 의원은 김 상병 폭행 사건에 대해 전면
재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당시 김 상병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열린 것은 심 준장의 징계를 유예한 권 사령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 관계자는 "김 상병이 신문사와 시민단체에 폭행 사실을 제보한 것과 관련해 권 사령관은 '지휘계통을
밟지 않았다'고 여러차레 지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2군사령부의 한 관계자는 "사령관이 김 상병의 징계를 지시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김 상병은 군인복무규율을 위반했기 때문에 징계를 받았다"고 밝혔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