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송 달송

새벽시장 '나타족'

황령산산지기 2005. 10. 2. 14:23

골라타는 그녀는 매춘본색?






어떻게 이해해야 할 지 진정 ‘알 수 없는 풍경’이었다. 지난 9월7일 새벽 1시경 택시를 타고 동대문 시장 뒤편 한적한 길을 지나던 필자는 눈앞에 펼쳐진 기이한 풍경에 놀라 택시를 세웠다.
필자가 계산을 마치고 내리자 택시에는 ‘빈차’라는 불이 들어왔지만 이를 잡으려는 손님은 거의 없었다. 마치 택시를 기다리는 양 도로변에 서있는 이들은 많았지만. 방금 지나온 동대문 운동장 앞 도로변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소위 ‘나타족’이라 불리는 이들이다. 혹자는 이들을 주부 탈선의 극단적인 모습이라 얘기하고 또 다른 사람은 이들을 성매매에 나선 중년여성이라 지칭한다. 과연 동대문 시장 부근에 출몰하는 ‘나타족’은 누구일까. 그들을 만나보도록 한다.

인류가 자동차를 발명한 이후 이를 매개로 한 남녀의 만남 역시 시작됐다. 물론 그 주류는 드라이브와 같은 일상적인 만남이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사실 자동차의 가장 중요한 존재가치는 ‘이동수단’이지만 ‘밀폐된 공간’이 확보되어 있다는 부분을 간과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자동차는 성을 매개로 한 남녀 간의 만남이 이뤄지는 공간이기도 하다.

고속도로를 비롯해 남산 순환도로 등 특정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길거리 매춘’부터 압구정동이라는 지명을 널리 알린 ‘야타족’까지, 이들에게 자동차는 ‘이동수단’이라는 본래의 의미 외에도 ‘이색지대’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타족’이란 어떤 이들일까. 신종어인 ‘나타족’은 ‘길거리 매춘’과 ‘야타족’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기본적인 의미는 ‘야타족’의 반대말이라는 의미에서 ‘나타족’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그런데 실질적으로는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길거리 매춘’의 일종이라 불리기도 한다. 그만큼 ‘나타족’이라는 말의 의미가 복잡다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함께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도록 한다. 우선 그들의 움직임은 소위 ‘히치하이킹’이라 불리는 그것과 유사하다.

차량이 지나가면 손을 들고 엄지손가락을 든다. 이에 응해 서는 차량은 유리창을 내리고 행선지를 묻고 대답하는 짧은 대화가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의견이 일치되면 여성이 차에 올라타고 어디론가 떠나게 된다.

40대 중반 남성이 탄 대형차 OK

그렇다고 누구나 이들을 차에 태울 수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차량 대여섯 대에 한 번 가량 이들은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다시 말해 ‘나타족’이라 불리는 중년여성들이 선호하는 차량은 따로 있다는 얘기. 그 기준의 범주에 드는 이들이 나타날 때에만 이들의 엄지손가락이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선정 기준은 무엇일까. 가만히 지켜보니 우선 자동차는 대형급 차량이어야 한다. 그렇지만 이것은 최소한의 기준일 뿐.

대형차라 할지라도 차를 세운 ‘나타족’들은 차창 너머로 운전자를 확인한 뒤 되돌아서는 경우가 빈번했다. 무엇인가 다음 기준이 있다는 의미.

여기에서는 나이가 중요하다. 너무 어리거나 많으면 안 된다. ‘나타족’ 여성은 대부분 30대 후반에서 40대 중반 사이.

이에 어울리는 연령대, 40대 남성이 타깃인데 본인의 나이보다 서너 살 가량 많은 남성이 운전을 하고 있어야 비로소 ‘진정한 대화’가 오갈 수 있는 셈이다. 마지막 기준은 인물. 훤칠한 외모의 소유자일수록 ‘나타족’의 엄지손가락은 망설임 없이 올라간다.

이런 이유로 ‘나타족’이 ‘야타족’의 반의어가 되는 셈이다. ‘야타족’이란 남성 위주의 만남을 지칭하는 단어다.

남성이 고급 차량을 타고 길거리를 오가다 마음에 드는 여성을 발견한 뒤 “야, 타!”라고 말하면 여성이 올라타는, 남성 선택 지향적인 방식이다.

반면 ‘나타족’은 여성 선택 지향적인 방식의 만남이다. 여성이 먼저 남성을 평가한 뒤 “나 타도 되냐”를 묻는 방식이다.

그런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나타족’ 자체를 구분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 필자가 취재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 역시 여기에 있다.

그 이유는 정말로 택시를 잡기 어려워, 내지는 할증 택시비가 아까워 차를 얻어 타려 하는 이들과 ‘불륜’ 내지는 ‘성매매’를 위해 히치舅謙렝뽀求?이를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 사퓨?취재 과정에서 지켜본 다양한 이들 가운데 과연 누가 ‘나타족’이었는지를 분간하기 어려웠다.

그 이유는 이들의 만남이 이뤄지는 방식에 있다. “어디로 가세요”라고 차량 안의 남성이 물으면 차 밖의 여성은 예를 들어 “사당동 방향이요”와 같이 행선지를 밝힌다. 그러면 “방향이 다르네요”내지는 “타세요. 같은 방향이네요” 등의 답변이 온다.

그러고 보면 최종 선택권은 남성에게 있는 것. 이를 두고 혹자는 결국 ‘나타족’이 성매매의 범주에 있다고 구분한다.

하지만 이렇게 만난 이들이 어디를 향하게 되는지, 또 그 과정에서 돈이 오가는지를 확인할 수는 없어 ‘성매매’인지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물론 무임승차는 아니다. 단순히 행선지만을 언급한 뒤 차에 올라탄다면 ‘성매매’의 흔적이 너무나 강하다.

이런 이유로 ‘나타족’은 행선지를 밝힌 뒤 적당 금액, 예를 들어 2만원에서 3만원 사이의 가격을 얘기한다. 예를 들어 “사당동 방향 2만원이요”가 정확한 ‘나타족’의 ‘콜’인 셈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인근에서 순찰을 돌던 경찰은 “성매매라는 확증이 있기 전에는 처벌이 불가능하다”라며 “동대문 시장의 특성상 같은 방향으로 가는 차량을 얻어 타는 이들이 상당수인데 이들을 모두 색안경 끼고 볼 수 는 없는 일”이라고 얘기한다.

남산 인근에서 동대문으로 영역 확산

하지만 경찰의 시선과는 달리 일반인들의 시선에는 색안경이 확실하게 끼워져 있는 듯하다.

인근에서 만난 한 30대 초반의 남성은 자신을 동대문 시장에서 새벽 도매 장사를 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동대문은 ‘길거리 매춘’으로 유명한 남산의 인근 지역에 해당된다”라며 “워낙 불경기라 남산에서 활동하던 이들이 자연스레 여기로 자리를 옮긴 것 아니냐. 여기에 뼈를 묻고 장사하는 입장에서는 여간 기분 나쁜 일이 아니다”라고 얘기한다.

그가 기분이 나쁘다고 언급한 이유는 괜한 편견이 제기되는 데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몇몇 중년 여성의 성매매로 인해 동대문 새벽시장 자체가 매도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 싶다는 뜻.

그만큼 이 지역 인근에서 벌어지고 있는 ‘나타족’의 활약상이 대단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반면 세태 전문가들은 또 다른 입장을 드러냈다. 그 다음 날 취재 목적으로 통화한 몇몇 세태 전문가들은 “나타족 역시 하나의 세태를 대변하는 족속으로 인정해달라”고 얘기했다.

지금의 시대가 중년 여성의 불륜을 야기하고 있는 만큼 이에 따른 ‘나타족’의 등장은 당연한 일이라는 얘기.

“나타족으로 불리는 몇몇 여성을 만나 대화를 나눠본 경험이 있다”는 한 세태 전문가는 “대부분 처음에는 택시비를 아끼려 차를 얻어 타지만 그들의 은밀한 접근에 스스로를 허락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라고 설명한다.

피치 못할 우연이 불륜, 그리고 일탈로 이어지는 사례가 급증하다 보니 요즘에는 일탈 자체를 목적으로 동대문 시장을 찾는 이들까지 생겨났다는 얘기.

‘욘사마’ 배용준이 출연한 영화 <외출>은 추석을 앞둔 영화계 최고의 기대작으로 구분되고 있다.

이 영화의 중요 소재 역시 ‘불륜’. 그만큼 이 시대가 알게 모르게 불륜을 허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나타족’이라는 신종어의 탄생이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야타족’과 마찬가지로 ‘나타족’ 역시 경찰의 단속 대상이 아니다. 그만큼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그들이 확대되고 있다.

다시 말해 ‘불륜’이 일반화되어 가고 있다는 얘기. 우리 사회가 건강한 부부 관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시기임을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