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송 달송

삭티파트

황령산산지기 2022. 1. 16. 08:20

진정으로 영적인 사람은 아무것도 주장하지 않는다.

그는 내가 삭티파트를 행한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내가 행위자라면 해프닝이 일어났을 때 그대는 내게 집착하게 될 것이다.

 

진정한 사람은 행위자가 되지 않는다. 그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다. 그는 공이다.

그런 사람의 곁에만 있어도 어떤 일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그 일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고대 로마 시대에 한 성자가 있었다.

그의 존재로부터 뻗어나가는 향기와 지혜의 빛이 어찌나 강했던지

하늘에 있는 신들까지 그것을 알게 되었다.

 

신들이 그에게 찾아와 말했다.

 

그대의 소원을 말하라.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들어주겠다.

 

성자가 말했다.

 

일어나야 할 일은 이미 모두 일어났다. 내겐 더 이상 아무 욕망도 남아 있지 않다.

그러니 무엇인가를 원하라는 부탁으로 나를 곤란하게 만들지 말라.

당신들의 제의로 나를 곤경에 빠뜨리지 말라.

그 제의를 거절하고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것이 예의가 아니라는 것은 나도 안다.

그러나 내게는 아무것도 요구할 것이 남아있지 않다.

일어나야 할 일은 모두 일어났다. 내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들까지.

 

이 말을 듣고 신들이 더 감동받았다.

그가 모든 욕망을 초월했다는 것을 알고 나니 그의 향기가 더 강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신들이 고집을 피웠다.

 

당신은 무엇인가 요구해야 한다.

우리는 당신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고는 이 자리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성자가 난처한 지경에 처했다.

 

나보고 무엇을 요구하라는 말인가? 나는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다... 좋다.

그렇다면 당신들이 주고 싶은 것을 주어라. 그것을 받아들이겠다.

 

신들이 말했다.

 

우리는 당신에게 신비한 힘을 주겠다.

당신이 만지기만 해도 병든 자가 깨끗이 나을 것이며 죽은 자가 살아날 것이다.

 

성자가 말했다.

 

좋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훌륭한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어떻게 되는가?

나는 큰 문제에 빠질 것이다.

내 안에 내가 병든 자를 치료했다. 내가 죽은 다시 살려놓았다.라는 에고가 들어올지도 모른다.

이렇게 에고가 들어오면 나는 끝장이다.

나는 어둠 속에서 길을 잃고 말 것이다. 그러니 부디 나에게 자비를 베풀어 달라.

내가 기적을 일으켜도 나 자신은 그것을 모르게 해 달라.

 

이 말에 신들이 동의했다.

 

이제부터 당신의 그림자가 스치는 곳마다 죽은 자가 다시 살아날 것이다.

 

성자가 말했다.

 

좋은 생각이다. 이제 내 마지막 소원을 들어 달라. 내 목을 뻣뻣하게 만들어 달라.

그래서 내 그림자가 어떤 효력을 미치는지 돌아보지 못하게 해 달라.

 

신들이 이 소원을 들어 주었다. 성자는 목이 굳어서 뒤를 돌아볼 수 없게 되었다.

그는 이 마을 저 마을로 방랑했다. 그의 그림자가 스치는 곳마다 시들었던 꽃이 다시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그는 저만큼 가버린 뒤였다.

 

그는 목이 굳어서 돌아볼 수 없었기 때문에 자신의 그림자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전혀 몰랐다.

죽음을 맞는 날, 그가 신들에게 당신들의 선물이 결실을 맺었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자신이 일으킨 기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나는 이 이야기를 매우 사랑한다.

 

삭티파트는 이처럼 일어난다. 삭티파트는 매개체의 그림자와 더불어 일어난다.

그런데 그는 목이 뻣뻣하게 굳어서 뒤돌아 볼 수 없다.

신의 에너지가 흐르는 매개체는 완벽한 공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의 머리가 뒤를 돌아볼지도 모른다.

 

조금이라도 에고의 흔적이 남아있으면 뒤를 돌아보고 싶은 충동이 생길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돌아보고 싶을 것이다.

그리고 무슨 일인가 일어난 것을 알게 되면 내가 그 일을 했다.라는 생각이 들어온다.

이런 생각을 버리기가 어려울 것이다.

 

어떤 사람이 완벽한 공이 되면 그의 주변에서 삭티파트가 아주 쉽게 일어난다.

이것은 태양이 떠오르면 꽃이 피어나는 것과 같다.

강물이 흐르고, 나무는 그로부터 양분을 흡수한다.

강은 많은 나무에게 물을 주었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나 때문에 많은 나무가 꽃을 피웠다.라고 자랑하지 않는다.

 

강은 이런 일에 대해 알지도 못한다.

나무에서 꽃이 피어날 때쯤이면 이미 강물은 바다에 도달해 있을 것이다.

강물이 나무 곁에 기다리면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보려고 하겠는가?

그럴 시간이 있는가? 뒤돌아볼 방법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일어나는 삭티파트는 영적인 가치를 갖는다.

그러나 에고가 남아있다면, 내가 이 일을 했다.라는 행위자가 남아있다면 그것은 심리적인 형상에 불과하다.

그것은 최면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오쇼의 <생명의 에너지를 일깨워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