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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作 '방외지사'를 읽고

황령산산지기 2021. 11. 22. 12:22

조용헌作 '방외지사'를 읽고

[方外之士](전2권) 를 읽고 감명 받은 부분이 많아 정리합니다.
2005년 1월 정신세계원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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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그늘에서 낮잠만 자는 아프리카인에게 서양인이 일어나서 일하라..
좋은 신발, 옷, 음식..해도 시큰둥하기에 일을 하면 여가생활을 즐길 수가 있다고 하니
‘내가 지금 여가를 즐기고 있잖느냐’란 우스개소리가 있다.




방외지사란 아웃사이더랄까...열외, 초월과도 일부 통하겠다.
내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이리 먹고 사는 문제만 걱정하다가 한 세상 끝나는 것인가’
하는 자탄을 수시로 한다. 일상의 탈출을 꿈꾸지 않는 이가 어디 있을까마는...

웰빙이던가, 과연 잘 사는 것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아니 한국사회는 획일적으로
고정관념적인 가치에 대다수가 매몰되어 있는 성 싶다.
좋은 직장, 좋은 집, 좋은 차, 멋진 여가생활, 그러나 좋다는 것은
어쩌면 대부분이 상대적 개념일 것이다.

하여간 행복의 조건이란 돈과 시간으로 압축되는 듯싶다.
한국사회는 있는 사람은 있는 대로 그걸 유지하고 확장하느라고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린다.
시간과 일의 노예라고 볼 정도다.
남들이 보기엔 성공한 인생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도대체 여유가 없는 인생들이다.

그러나 인생에는 한 길만이 아니고 여러 길이 있다. 고정관념과 경계선 너머의 삶을
영위하는 것도 나름 의미와 가치가 있지 않을까?



(조용헌 건대교수,칼럼니스트)

가령,
책 내용 중 대학졸업하고 시골 고택을 지키며 살아가는 백수의 제왕 강모씨,
월 50정도의 급료로 일가족 4명이 충분히 먹고 살며 더 이상의 욕심을 안 부린다.
그리고 서울의 잘나가는 잡지사 기자를 하다 때려치우고 무작정 지리산에 뛰어들어
오토바이타고 전국을 누비는 이모시인...월 20정도의 생활비만 든단다,
또 이십년 공무원 생활을 그만두고(연금충족기간) 귀향해 작은 수목원을 가꾸며
살아가는 박모씨, 계룡산에서 전통무예를 연마하고 가르치는 박고수,
중국 화산파의 23대 장문인인 부산여인 곽모씨. 차맛 감별사 손모씨, 木匠人 이모씨,
전국의 산하를 오직 두발로만 걸어 다니는 신모씨.등등....

이상 살고 싶은 대로 한번 살아보기란 걸 저질러 성공적인 삶을 사는 이들 중 일부다.
지긋지긋한 출퇴근이 필요 없는 밥만 굶지 않을 정도의 백수생활이란 얼마나 멋진가?

지리산에만 그런 낭인들이 삼사천은 된다는데 이시인 왈 지리산에 계곡이 30곳인데
한군데서 1년씩만 살아도 30년이란다(스스로는 십년간 대여섯 군데를 옮겨가며 살았다).
아침에 일어나 하루하루 주말이나 휴가만 바라보며 사는 삶이란 얼마나 타성적이고
무의미한가? 그러나 이들은 마음껏 하고 싶은 대로 할 수가 있다.
강모씨왈 아침에 마음껏 한낮이 되도록 이부자리에서 뭉기적거릴 수도 있다는 게 큰 기쁨이란다.

사람들이 그들에게 꼭 묻는 게 어떻게 먹고 사느냐? 애들 교육 문제는? 심심하지 않느냐?
등이라는데 상대적 개념에서 벗어나면 그런 것이야말로 문제거리도 아닐 것 같다.





근래 아이비리그에 입학시키기 위한 대원외고나 민족사관고의 혹독한 '공식'을
비판하는 뉴욕타임즈의 기사가 있었다. 새벽6시에 일어나 밤 두시까지의 공부도
모자라서 기숙사 소등후에 랜턴켜고 더 한다니...이성교제등도 시간낭비라니,
효도나 봉사도 공부의 방해거리겠다 싶다. 심하게 말하면 공부기계밖에 더 되는가.
오죽하면 주한미대사가 '미 명문대 입시는 한국의 국가적 강박관념이 되었다'
고까지 말할 정도겠는가.

어디 공부 뿐인가,....

가까이 아는 최고대학출신인 누군가가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다고 들었다.
‘평생 먹고사는 일에 매달리지 않겠다 직업 없이 백수로 살겠다‘는...처음 들었을 땐
무슨 말인가 잘 납득이 안 갔는데 방외지사를 읽고 보니 아하 바로 그 의미겠구나.
이해가 간다.

선진국은 대개 오후에 일찍 일을 접는다. 한 끼 식사에 두어 시간 할애하는 나라도 있다.
더운 나라들은 낮잠 시간도 있고...살다 온 친구말로는 뉴질랜드는 해만 지면
사람은 물론 차도 거의 안 다닌단다.







도대체 해 뜨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자야 되는 게 자연의 이치인데 일이십 분 만에
허겁지겁 끼니를 때우고 잔업이니 철야니 밤중까지 죽어라 일하거나 공부하는
나라는 아마 한국뿐이 아닌가 싶다. 자원 없이 인구과잉이니 어쩔 수 없는 면도 있지만...
세계10위권 경제일지 몰라도 삶의 질로 볼 때 한국은 세계 100위권일지도 모른다.

-옮긴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