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두 노인의 무관심과 조롱으로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화를 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마지막으로 애원을 해보기로 했다.
“어르신들. 춥고 피곤해서 두 분을 성가시게 하지도 못할 겁니다.
저도 사랑의 즐거움을 맛본 적이 있습니다.
성대한 사랑의 순간을 위해서 제 지팡이와 이 동굴을 양보해 드리겠습니다.
제게 등불을 주지 않으시겠다고 하니 제가 이 동굴을 나가서 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을 알려주실 수는 없을까요?
방향감각과 균형감각을 모두 잃어버렸습니다.
제가 얼마나 올라왔는지, 앞으로 얼마나 더 올라가야 하는지도 모를 지경입니다.”
내 간절한 애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두 노인은 다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진정으로 높은 것은 낮은 곳에 있기 마련이고,
진정으로 빠른 것은 느리기 마련이네.
극도로 민감한 것은 둔감한 것이고,
최고의 달변은 말 없음이네.
썰물과 밀물은 똑같은 파도일 뿐.
안내자가 없는 것이 가장 확실한 안내자.
가장 작은 것은 가장 위대한 것이고,
모든 것을 내주는 자가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네.
나는 동굴을 떠나 어떤 길로 가야 하는지를 말해달라고 마지막으로 간청했다.
한 걸음만 내딛으면 죽음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고, 여기서 이렇게 죽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숨을 죽이고 대답을 기다렸지만, 두 노인은 또 다른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나는 인내심의 한계를 느꼈고 화가 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바위의 끝자락은 거칠고 가파르네.
하늘의 끝은 무르고 그윽하네.
사자와 구더기,
단단한 삼나무와 부드러운 섶단,
토끼와 달팽이,
도마뱀과 메추라기,
독수리와 두더지,
이 모두가 한 구멍 안에 있다네.
낚싯바늘 하나와 미끼 하나.
죽음만이 보상을 해주네.
아래 세상이나 저 위 세상에서도,
살기 위해서 죽고, 죽기 위해서 산다네.
동굴 바닥을 기어 나오자 등불이 꺼졌고, 나를 동굴 밖으로 확실히 내쫓으려는 듯 내 뒤에서 개가 무섭게 짖어댔다.
칠흑 같은 어둠이 눈꺼풀을 짓누르는 듯 무겁게 느껴졌다.
개가 하도 사납게 짖어대는 바람에 동굴 앞에서 한 순간도 더 지체할 수가 없었다.
망설이다가 첫 번째 발걸음을 내디뎠다. 두 번째 걸음도 망설여지기는 마찬가지였다.
세 번째 걸음을 떼는 순간 갑자기 발 아래로 산 전체가 무너져 내리며 암흑의 바다에 휘말려
숨도 쉬지 못하고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더 깊이, 더 깊이, 더 깊이.
암흑의 구덩이로 빨려 들어가면서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모습은 나를 냉정하게 내몰던 노인과 노파의 음침한 모습이었다. 마지막 숨을 쉬며 중얼거린 말은 그들이 부른 노랫말이었다.
“살기 위해서 죽고, 죽기 위해서 산다네.”
<미르다드의 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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