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행하기전에 먼저 생각해야, 바른 생각이 혜학인 이유

황령산산지기 2021. 1. 31. 10:50

행하기전에 먼저 생각해야, 바른 생각이 혜학인 이유


사람들은 상황을 탓한다. 상황이 그렇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엎질러진 물이다.

눈물을 흘릴 정도라면 크게 잘못된 것이다.

상황 탓을 해 보지만 큰 죄업을 저질렀다면 돌이킬 수 없는 것이 된다. 업에 대한 과보가 익을 날만 남았다.

새벽이 되면 이런저런 생각이 떠오른다. 어제 있었던 행위는 어떠했을까?

아무리 잘 살려고 노력했지만 마음이 착 가라앉은 상태에서는 부끄럽고 창피하다.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고 만 것이다. 이럴 때 상황 탓을 하게 된다.

누구나 범죄자가 될 수 있다. 그 상황에서 조금만 삐끗하면 성인군자라고 칭송받던 사람도 범죄자가 될 수 있다.

그가 인격이 고매하고 아무리 수행을 많이 했어도 그 상황에서는 어찌할 수 없다.

그러나 일은 벌어졌다. 눈물을 흘릴 정도로 후회한다면 크게 잘못된 것이다.

미래 어떤 과보로 나타날지 알 수 없다.

지금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나의 연속이다. 조건발생하여 여기 이렇게 있는 것이다.

지금 내가 괴롭다면 과거 업보를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업보는 이번 생에서 행위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전 생에서의 행위가 익어서 나타난 것일 수도 있다.

과거 무수한 생에서의 행위가 익어서 현재 나타난 것이다.

부처님의 업과 업의 과보 가르침으로 알 수 있다.

결국 죽음의 침상에 누워 있게 될 것이다. 그때 다음 생을 결정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아비담마에서는 임종순간을 매우 중요시한다.

마지막 죽음의식에서 어떤 것을 대상으로 하여 마음이 일어나는지에 따라 다음생이 결정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의식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죽어가는 자는 눈 뜰 힘도 없기 때문에 그 동안 행한 업의 지배를 받는다.

그래서 무거운 업, 임종에 다다라 짓는 업, 습관업, 일반업에 따라 다음 생이 결정된다.

무거운 업은 한생에 있어서 가장 강렬한 업이다. 예를 들어 살인업 같은 것이다.

부모를 살해했다면 이것보다 더 큰 업은 없을 것이다.

아버지를 죽이거나 어머니를 죽인 자는 한우주기가 끝나도 구원받지 못한다고 한다.

빛도 들어오지 않는 사이지옥(lokantarikā)에서 겁나게 오랜 세월을 보내야 한다.

살인업을 저지르면 무엇보다 마음에 드리워진다는 것이다.

설령 완전범죄를 저질러 세상을 속일 수 있지만 자신만큼은 속일 수 없다.

맛지마니까야에서는 석양 산그림자의 비유로 범죄에 대한 원초적 두려움을 설명해 놓았다.

살인과 같은 무거운 업을 지으면 그 사람의 마음을 지배한다. 마음의 그림자로 남아 있는 것이다.

그림자는 산그늘처럼 커져서 그 사람을 압도하게 될지 모른다.

임종 순간에 살인업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면 그 살인했을 때의 끔찍한 현장이 떠오를 것이다.

그 이미지나 업을 대상으로 마지막 죽음의식이 일어났을 때, 이 의식은 다음 생의 첫 의식이 된다.

다음 생이 시작되는 것이다. 무거운 업을 대상으로 결생식이 생겨 났기 때문에 악처이기 쉽다.

무거운 업이라 하여 살인업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선정삼매 체험했다면 역시 무거운 업에 속한다.

선정삼매도 강렬한 것이기 때문에 마음을 지배한다.

임종순간에 선정삼매의 마음을 대상으로 결생식이 일어날 것이기 때문에

해당선정삼매에 해당되는 세계에 태어날 것이다.

살인업이나 선정삼매체험도 없다면 다음으로 습관업이 임종순간의 마음을 지배할 것이다.

아비담마에서는 임종에 다다라 지은 업을 그 다음 순위로 보고 있다.

그러나 청정도론에서는 습관업으로 보고 있다. 어느 것이든지 무거운 업은 아니다.

살인업이나 선정삼매업과 같이 무거운 업을 지으면 갈 곳이 확실히 정해져 있다.

 

그러나 임종업이나 습관업은 어디에 태어날지 모른다.

그가 아무리 선업공덕을 지었어도 선정삼매나 열반체험을 하지 않았다면 육도 중에 어디에 태어날지 알 수 없다.

보시하고 지계하고 수행했다고 하더라도 성자의 흐름에 들지 않는 한 선처는 보장되지 않는다.

그러나 수행을 하여 수다원이 된다면 확실히 선처는 보장된다.

이번 생에서 성자의 흐름에 들지 않으면 악처에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런데 청정도론에 따르면 설령 수다원이 되지 못하더라도 준수다원만 되면 한번에 한해서 악처를 면할 수 있다고 한다. 위빠사나수행을 하여 원인과 결과를 아는 지혜만 갖추어도 다음 생만큼은 악처를 면할 수 있다는 말이다.

습관업은 매우 중요하다. 어떤 것이든지 습관적으로 하면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습관은 좋은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다. 알코올 중독은 좋지 않은 습관이다. 그가 평생 술로 살았다면 죽음 이후 그의 운명은 어떤 것일까? 술 마신 과보를 받을 것임에 틀림없다. 평생 흐리멍덩한 정신으로 살았다면 다음 생에 그런 과보를 받기 쉽다. 바보나 천치와 같은 아둔한 자의 과보를 말한다. 마약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중독은 중독과보를 받는다. 익숙한 것에 끌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관성과 가속도라는 운동의 법칙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중독이 되면 멈추기 힘든데 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좋은 중독이라면 장려되어야 할 것이다. 좋은 습관을 말한다. 글쓰기 하는 것도 좋은 습관이다. 보시하고 지계하는 것도 좋은 습관이다. 가장 좋은 것은 수행하는 것이다. 꾸준히 하다 보면 습관이 되는데 임종순간에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실아가면서 무수한 업을 짓는다. 그것이 선업일수도 있고 불선업일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불선업이 되기 쉽다.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어도 불선업을 짓기 쉽다. 왜 그런가? 우리는 탐, , 치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탐욕, 분노, 미혹이라는 불선업을 짓기 때문이다.

지금 탐욕의 마음이 일어나면 신체적, 언어적 행위로 나타나기 쉽다. 신업과 구업은 먼저 의업으로 발생되기 때문이다. 분노도 미혹도 마찬가지이다. 먼저 악한 생각이 일어나고 그 다음에 몸으로 말로 업을 짓게 된다.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 앉아 있기만 해도 악업을 짓게 되는 것이다.

악업을 짓지 않고 선업을 지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팔정도를 닦아야 한다. 특히 삼마상깝뽀(正思惟)에 주목한다. 모든 행위에는 의업이 먼저 있기 때문이다. 이는 “따빠씬이여, 이와 같이 구분되고 이와 같이 구별되는 세 가지 행위 가운데 나는 악한 행위를 짓고 악한 행위를 행함에 있어서 신체적 행위이나 언어적 행위가 아니라 정신적 행위가 가장 비난할 만한 것이라고 말합니다.(M56)라는 가르침으로도 알 수 있다.

 

의업이 있고 나서 구업도 있고 신업도 있다. 팔정도에서 삼마상깝뽀가 삼마와짜(正語), 삼마깜만또(正業), 삼마아지워(正命) 보다 앞선 이유라 본다. 먼저 생각이 있고 나서 실행에 옮기기 때문이다.


누군가 저사람을 죽여 버려야 겠다.”라고 생각하면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설령 그것이 순간적 격분에 따른 우발적 살인이라도 먼저 해칠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삼마상깝뽀에서는 먼저 넥깜마상깝뽀, 아브야빠다상깝뽀, 아위힝사상깝뽀 이렇게 세 가지를 강조한다. 욕망을 여읜 생각, 분노를 여윈 생각, 폭력을 여읜 생각을 말한다. 이와 같은 세 가지 바른 생각이 있어야 구업과 신업을 짓지 않게 된다.

팔정도를 보면 대단히 체계적임읕 알 수 있다. 여덟 가지 순서에 대한 배치도 의미가 있다. 아무렇게나 무작위로 배치해 놓은 것이 아니다. 팔정도가 동시적인 것이라고 하지만 선후관계는 분명히 보인다. 그것은 정사유와 정어, 정업, 정명 관계에서 알 수 있다. 먼저 의도가 있어야 언어적, 신체적 행위가 뒤따르기 때문에 정사유를 앞에 배치해 놓은 것이다.

삼마상깝뽀를 바른 사유라고 번역한다. 그러나 바른 생각이 더 적합할 것 같다. 정사유(正思惟)보다는 정사(正思)가 더 낫다는 것이다. 바른 생각이 있어야 바른 행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욕망을 여읜 생각, 분노를 여윈 생각, 폭력을 여읜 생각이 있어야 망어, 양설, 악구, 기어라는 구업을 저지르지 못해서 정어가 된다. 또 바른 생각이 있어야 살인, 도둑질, 음행이라는 신업을 저지르지 못해서 정업이 된다. 마지막으로 바른 생각을 하면 구업과 신업을 초래하는 생계를 멀리하기 때문에 정명이 된다. 이렇게 본다면 삼마상깝뽀는 삼마딧티와 함께 지혜의 영역에 해당된다.

행하고 나서 후회하면 늦다. 행하기전에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것은 팔정도에서 삼마상깝뽀로 나타난다. 욕망을 여읜 생각, 분노를 여윈 생각, 폭력을 여읜 생각을 하면 오계는 자동적으로 지켜 진다. 오계뿐만 아니라 십선업도 된다. 정사유는 정어, 정업, 정명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부처님이 왜 삼마상깝뽀를 지혜의 다발에 배치했는지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행하기전에 먼저 생각해야 한다.



2021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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