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지 천천히 해야 한다. 급하게 하면 사고난다. 걸을 때도 천천히 걷고 생각도 천천히 해야 한다.
선원에서 뛰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수행센터에서 뛰는 것은 금물이다. 천천히 사띠하며 걷는 것이다.
뒤에서 누가 부를 때 어떻게 해야 할까? 고개만 “획”하고 돌리는 것은 수행자에게 있을 수 없다.
소리를 알아차림 하면서 몸과 함께 천천히 돌려야 한다.
천천히 움직이는 사람은 보기에도 좋다. 사띠를 하면서 걷는 사람은 보기에도 거룩해 보인다.
사리뿟따 존자가 처음 앗사지 존자의 탁발 모습을 보았듯이. 선원에서나 일상에서나 천천히 하는 것은 미덕이다.
급하게 했을 때 명상주제를 놓쳐 버린다. 기둥의 밧줄이 끊어진 것과 같다.
밧줄 끊어진 송아지는 이리저리 배회한다. 마음의 밧줄이 끊어지면 방황할 것이다.
명상주제에 마음을 묶어 놓았을 때 마음은 밧줄의 범위에 있을 것이다. 행경(行徑: gocara)이 제한됨을 말한다.
그래서 마음이 벗어나려고 하면 밧줄이 잡아 당겨져서 알아차리게 될 것이다.
대상에 마음의 밧줄을 묶는 것은 사띠이고, 마음의 밧줄 범위 이내에서 움직이는 것도 사띠이다.
마음이 대상을 벗어나려 할 때 알아차림이 일어난다. 밧줄에 걸려 있어서 밧줄의 범주 안에 있는 것이다.
마음의 밧줄은 가르침의 밧줄이라 볼 수 있다. 가르침의 밧줄로 꽁꽁 묶어 놓으면 마음은 가르침의 행경 내에 있게 된다. 마음이 매혹적인 대상을 보고 그곳으로 달아나려 해도 가르침의 밧줄에 걸려 멈춘다. 그때 알아차림 하는 것이다.
가르침의 밧줄은 대표적으로 마흔 가지라 볼 수 있다. 마흔 가지 사마타 명상주제를 말한다.
그 중에는 불수념도 있고 법수념, 승수념, 계수념도 있다. 모두 기억하고 있어야 할 것들이다.
모든 학문은 외는 것으로 부터 시작된다. 수행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불수념이 무엇인지 알려면 불수념의 정형문을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기억을 넘어 새기고 외워야 한다.
외우지 않고서는 가르침을 제대로 알 수 없고 수행도 제대로 할 수 없다.
모든 부처님 가르침이 그렇다. 계수념을 보면 다음과 같다.
“그는 파괴되지 않고 균열되지 않고 잡되지 않고 더럽혀지지 않고 자유로워지고 현자가 칭찬하고
번뇌에 물들지 않고 삼매로 이끄는 고귀한 님들이 사랑하는 계행을 갖춘다.”(S55.1)
부처님 근본 가르침은 늘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일상에서도 늘 가르침을 사유해야 한다.
경전에 쓰여 있는 문구를 늘 기억하고 사유하는 것이다. 마음을 가르침에 묶어 두는 것이다.
어떤 매혹적인 대상과 접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경전에서는 괴로운 것으로 보라고 했다.
세상의 흐름과는 반대로 가는 것이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을 괴로운 것이라고 보고, 반대로 남들이 괴롭다고 보는 것을 즐겁다고 보라는 것이
부처님 가르침이다. 상, 락, 아, 정에 대하여 무상, 고, 무아, 부정으로 보는 것이다.
“형상, 소리, 냄새, 맛
감촉, 사실의 모든 것들
원하는 것, 사랑스런 것, 마음에 드는 것,
존재라고 하는 모든 것.
그것들은 하늘사람과 인간의 세상에서
즐거운 것이라 여겨지지만
그들이 소멸될 때가 되면
그들은 그것들을 괴로운 것이라 여기네.
개체가 소멸하는 것은
거룩한 님에게는 즐거운 것이라고 여겨지지만
모든 세상을 통해 보이는 것은
거룩한 님에게 그와는 정반대가 되네.
다른 사람들이 즐겁다고 하는 것,
고귀한 님은 괴롭다고 말하고
다른 사람이 괴롭다고 말하는 것,
고귀한 님은 즐겁다고 하네.”(S35.136)
운전 중에는 운전만 해야 한다. 그러나 운전 중에 라디오를 들을 수 있고 옆사람과 대화를 할 수 있다.
이때 운전은 큰 대상이다. 마음을 운전이라는 기둥에 묶어 놓는 것이다.
밧줄이 길면 행경도 넓어지게 된다. 행경 내에서 라디오도 듣고 옆사람과 대화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일상에서도 대상에 마음을 묶어 놓아야 한다. 가르침의 밧줄로 마음을 꽁꽁 묶어 놓는 것이다.
명상주제 안에서만 움직이어야 한다. 불수념, 법수념, 승수념, 계수념 같은 것이다.
명상주제에서 벗어나면 밧줄이 당기듯이 알아차리 것이다. 명상주제 안에서 어슬렁거릴 때 마음은 보호된다.
담마를 따르는 자는 담마가 보호해 주는 것이다.
항상 천천히 해야 한다. 급하게 하면 사고난다. 천천히 하는 모습은 보기에도 좋다.
오늘도 매사를 천천히 하자. 천천히 하는 것이 미덕이다.
2020-10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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