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인생은 손님처럼

황령산산지기 2020. 7. 5. 12:26

인생은 손님처럼

 

 

리조트에서 아침이 밝았다. 집을 떠나 낯선 곳에서 잤다. 수많은 사람들이 거쳐 간 곳이다. 어제는 어떤 사람들이 묶고 갔을까? 그제는? 리조트가 생겨난 이래 수많은 사람들이 이 방에서 보냈을 것이다.

 

 

콘도는 주인이 있다. 주인이 안쓸 때는 다른 사람들이 쓴다. 공유하는 것이다. 사용하는 날 만큼은 내가 주인이다. 내것이기 때문에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파손이 있어서는 안된다. 얼룩이 지게 해서도 안된다. 내집에서처럼 조심해서 사용해야 한다.

 

 

사는 아파트는 내것이 아니다. 잠시 빌려 쓰는 것이다. 이사갈 때 파손 된 것은 원상복구 해 놓아야 한다. 하루밤 머무는 콘도에서는 다음 사람을 위해 조심해서 사용해야 한다.

 

리조트가 재벌소유라 해서 재벌 것이 아니다. 등기상으로 재벌 것임에 틀림없다. 콘도 소유자가 있다고 해서 소유자의 것이 아니다. 사용하는 자의 것이다. 아파트 소유자가 있어도 아파트는 사는 자의 것이다. 토지가 있어도 토지를 활용하는 자의 것이다. 은행에 거액을 예금해 놓았어도 이를 운용하는 은행의 것이다. 내것처럼 보여도 내가 사용하지 않으면 내것이 아니다. 장부상으로만 내것이다. 통장에 찍혀 있다고 해서 내것이 아니다. 사용해야 내것이다.

 

주식 시가총액이 이만큼 된다고 하여 내것이 아니다. 내일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사람들은 주가의 등락에 따라 이득과 손실을 따진다. 이익이 나면 내것이 되어서 뿌듯하고 점심 먹을 맛이 난다. 기분도 업되어서 종일 즐거운 마음이다. 주가가 폭락하면 마음도 무너진다. 밥맛도 없고 종일 우울하다. 통장 잔고의 변화에 따라 즐거운 마음이 되기도 하고 우울한 마음이 되기도 한다. 주가에 따라 마음이 출렁인다. 사용하지도 못하면서 숫자에 민감해진다.

 

장부에 있는 것이나 통장에 있는 것은 내것이 아니다. 내손을 떠난 것은 내것이 아니다. 받을 돈이 있지만 받기 전에는 내것이 아니다. 부동산이나 화폐를 자아와 동일시하면 자만이 생겨난다. 장부상에 있는 것임에도 내것이라고 생각하면 우월의식이 생겨난다. 이를 부자의 자만이라 해야 할 것이다. 지위를 자아와 동일시해도 자만이 생겨난다. 지위의 자만이라 해야 할 것이다. 학력이 있어도 자만이 생겨난다. 배운자의 자만이라 해야 할 것이다.

 

사람들은 자만으로 살아간다. 대표적으로 부자의 자만, 배운자의 자만, 태생의 자만이 있다. 태생의 자만은 가문의 자만과 같다. 요즘 같으면 출신의 자만이라고 볼 수 있다. 성직자도 자만일 수 있다. 수행자도 자만일 수 있다. 대개 자만은 내가 누구인데.”로 나타난다. 이를 우월적 자만이라 한다. 그러나 자만은 우월적 자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동등도 자만이고, 열등도 자만이다.

 

자만은 근본적으로 이것은 나이다.”라는 마음에서 생겨난다. 여기서 이것은 무엇일까? 자신과 동일시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이것이 될 수 있다. 부자라면 부를 자신과 동일시한다. 그래서 부동산을 자신이라고 본다. 콘도를 하나 가지고 있다면 콘도는 그가 된다. 그래서 콘도가 그가 되고, 그가 콘도가 되는 것이다. 주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시가총액을 자신과 동일시한다. 오르면 기분이 좋아 지는 것은 주식을 자신과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떨어지면 안절부절한다. 역시 주가를 자신과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내 손을 떠나 있는 것은 내것이 아니다. 자식도 내것이 아니다. 내손으로 키울 때 내자식이다. 독립해서 나가서 살면 내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노심초사하면 집착이다. 아파트도 내가 살지 않으면 내것이 아니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의 것이다. 땅이 있다고 해서 내것이 아니다. 농사를 지어먹고 사는 사람의 것이다. 은행에 돈이 있다고 해서 내것이 아니다. 운용하는 은행의 것이다. 내손을 떠난 것은 내것이 아니다. 장부에만 있는 것으로 잉여에 지나지 않다.

 

잉여는 있어도 그만이고 없어도 그만이다. 있으면 활용해야 한다. 사용하는 것에서 힘이 생겨난다. 평생 모은 돈을 써 보지도 못하고 죽는 다면 상속자의 것이 된다. 잉여는 써야 내것이 된다.

 

 

리조트를 떠나야 한다. 하루밤 묶고 다음 행선지를 가야 한다. 인생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잠시 머물다 떠나는 것이다. 내것이라 하여 자만한다면 오점만 남기는 것이다. 인생은 손님처럼 왔다가 가야 한다. 인생은 나그네길과 같다.

 

 

2020-06-29

담마다사 이병욱

'종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숭고함에 대하여  (0) 2020.07.12
현재의 상태에 정복당하지 않으려면  (0) 2020.07.12
사나사에 보리수가 있었네  (0) 2020.07.05
수행자의 밥상  (0) 2020.07.05
돼지의 눈과 부처의 눈  (0) 2020.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