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라만상

짧은 인연을 그러려니...|

황령산산지기 2020. 3. 22. 04:41

石友,박정재


    


짧은 인연을 그러려니...     
누가 긴긴 세월이라 하였는가?
엄마의 손 놓은 지 어제 같은데
벌써 이렇게 늙어버린 내 심신
미워도 해보고 사랑도 해 본
그 세월은 온데간데없구나. 
모든 것이 흔적도 남기지 않고 
스쳐 지나가는 바람과 같으니
목련꽃 피고 지는 짧은 기간을
탓하여 무엇하겠는가!
목련꽃 곱게 필 때 그 고움을
마음에 담는 것으로 만족하며
파란 이파리 다 떨쳐 버리고
온전한 나신으로
한겨울 인도를 따라 늘어선 
은행나무처럼 과거를 잊은 채 
뚜벅뚜벅 세상을 살아가세. 
세월은 멈추지 않고 흐르는 것
때가 오면 새잎 나고
열매 맺을 것을 기다리면서
뚜벅뚜벅 살아가다 보면 
행복과 불행이 뒤바뀌는 세월
그러려니 살아가세나.
                       石友, 朴正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