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자(列子) 천서편(天瑞篇)]
죽음이 즐거운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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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즐거운 까닭
-임류(林類)와 자공(子貢)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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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林類年且百歲(임류년차백세),底春被裘(지춘피구), 拾遺穗於故畦(습유수어고휴),並歌並進(병가병진)。 孔子適衛(공자적위),望之於野(망지어야)。 顧謂弟子曰(고위제자왈): 「彼叟可與言者(피수가여언자),試往訊之(시왕신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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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류(林類)의 나이가 거의 백 살이 다 되었는데, 봄이 되어도 갖옷을 입고
묵은 밭 이랑에서 이삭을 주우면서 노래를 부르며 다니고 있었다.
공자가 위(衛)나라로 가다가 들에서 그를 바라보고는
제자들을 돌아보며 말하였다.
“저 노인은 함께 이야기할 만한 사람 같으니, 시험 삼아 누가 가서 그에게 물어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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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林類(임류) : 은자(隱者)로 위(魏)나라 사람이다.<高士傳(고사전)>
○ 底春(지춘) : 봄이 되다. 底(지)는 ‘(봄에) 이르다‘는 뜻.
○ 被裘(피구) : 갖옷을 입고 있다. 裘(구)는 갖옷(짐승의 털가죽으로 안을 댄 옷).
○ 遺穗(유수) : 떨어진 이삭.
○ 故畦(고휴) : 묵은 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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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子貢請行(자공청행)。逆之壠端(역지롱단),面之而歎曰(면지이탄왈): 「先生曾不悔乎(선생증불회호),而行歌拾穗(이행가습수)?」 林類行不留(임류행불류)。歌不輟(가불철)。 子貢叩之不已(자공고지불이),乃仰而應(내앙이응), 曰(왈):「吾何悔邪(오하회야)?」 子貢曰(자공왈): 「先生少不勤行(선생소불근행),長不競時(장불경시), 老无妻子(노무처자),死期將至(사기장지), 亦有何樂而拾穗行歌乎(역유하락이습수행가호)?」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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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공(子貢)이 자청하여 갔다. 그를 밭이랑 끝에서 그를 만나 탄식하며 말하였다.
“선생께서는 일찍이 후회한 일이 없으십니까? 그렇게 노래 부르고 이삭만 주으시니.”
임류는 걸음을 멈추지도 않고 노래를 그치지도 않았다.
자공이 묻는 일을 그만두지 않으니, 이에 노인이 허리를 젖히며 대답하였다.
“내가 무엇을 후회한단 말이오?"
자공이 말했다.
“선생은 젊어서는 부지런히 힘써 행실을 닦지 아니 하셨고, 성장한 뒤에도 시운(時運)을 잡으려고 노력하지 않고, 늙어서는 처자도 없이 이제 죽을 때가 다가오고 있는데
무슨 즐거움이 있어서 이삭을 줍고 다니면서 노래를 부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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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공(子貢) : 단목 사(端木賜, 기원전 520년 ~ 기원전 456년?)은 중국 춘추 시대 위나라의 유학자이자 관료로, 자는 자공(子貢, 子贛)이다. 흔히 자공이라고 불리며, 공자가 아끼는 제자로서 말솜씨와 정치적 수완이 뛰어나 노나라·위나라의 재상을 지냈다.
○ 逆之壠端(역지롱단) : 밭이랑 끝에서 만나다. 逆(역)은 맞이하다. 만나다. 壠端(농단)은 밭두덕 가.
○ 叩(고) : 묻다. 물어보다.
○ 競時(경시) : 기회를 잡으려 겨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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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林類笑曰(임류소왈): 「吾之所以為樂(오지소이위락),人皆有之(인개유지),而反以為憂(이반이위우)。 少不勤行(소불근행),長不競時(장불경시),故能壽若此(고능수약차)。 老无妻子(노무처자),死期將至(사기장지),故能樂若此(고능락약차)。」 子貢曰(자공왈): 「壽者人之情(수자인지정),死者人之惡(사자인지오)。 子以死為樂(자이사위락),何也(하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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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류(林類)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내가 즐거움으로 삼는 이유를 사람이면 누구나 다 가지고 있건만 사람들은 도리어 그것을 근심으로 여기고 있지요.
젊어서는 힘써 행실을 닦지 아니하고, 장성하여 시운을 잡으려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처럼 오래 살 수 있는 것이오.
늙어서 처자가 없고 죽을 때가 다가오고 있으니 그 때문에 이처럼 즐거워하고 있는 것이오.“
자공이 말했다.
“장수하기를 바라는 것은 사람의 정이요, 죽음은 누구나 싫어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선생께서는 죽음을 즐거움으로 여기시니 어찌된 일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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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林類曰(임류왈): 「死之與生(사지여생),一往一反(일왕일반)。 故死於是者(고사어시자),安知不生於彼(안지불생어피)? 故吾知其不相若矣(고오지기불상약의)。 吾又安知營營而求生非惑乎(고우안지영영이구생비혹호)? 亦又安知吾今之死不愈昔之生乎(역우안지오금지사불유석지행호)?」 子貢聞之(자공문지),不喻其意(불유기의), 還以告夫子(환이고부자)。 夫子曰(부자왈):「吾知其可與言(오지기가여언),果然(과연); 然彼得之而不盡者也(연피득지이부진자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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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류가 말하였다.
“죽는 것과 사는 것은 한 번 가고 한 번 되돌아오는 것이오.
그러니 여기에서 죽은 사람이 어찌 저 세상에서 태어나지 않음을 어찌 알겠소?
나는 죽고 사는 것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을 뿐이오.
내가 또 악착같이 삶을 구하는 것이 미혹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어찌 알겠소?
또 내가 지금의 죽음이 전생의 삶보다 낫지 않다는 것을 어찌 알겠소?"
자공은 그 말을 듣고도 그 말의 뜻을 깨닫지 못하였다.
돌아와서 그 말을 공자에게 전하니 공자가 말하였다.
“나는 그와 더불어 이야기할 만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과연 그렇구나.
그러나 그는 도리를 깨닫고는 있지만 충분하지는 못한 사람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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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安知(안지) : 어찌 알겠느냐? 安은 어찌 ‘안’
○ 不相若(불상약) : 서로 같지 않음.
○ 營營(영영) : 세력이나 이익 등을 얻으려고 골똘함
○ 非惑乎(비혹호) : 잘못된 것이 아니냐. 미혹된 것 아니냐.
※ 도연명(陶淵明)의 형영신(形影神) 詩 서(序)에는 “貴賤賢愚, 莫不營營以惜生, 斯甚惑焉. : 귀하거나 천하거나 어질거나 어리석거나 억척스레 생명에 집착하지 않는 자가 없으니, 이것이 심하면 미혹되게 된다.”라고 인용하였다.
○ 不愈(불유) : 낫지 않다. 愈는 나을 ‘유’.
○ 不喻(불유) : 깨닫지 못하다. 喻는 깨우칠 ‘유’.
○ 夫子(부자) : 공자(孔子)를 말한다.
○ 不盡者(부진자) : 철저하지 못한 사람. 죽음이 삶보다 낫다고 생각하였으니 죽음과 삶의 참뜻을 터득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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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자는 장자와 마찬가지로 무위자연(無爲自然)을 주장하므로 공자의 입을 빌어 삶과 죽음을 자연에 맡겨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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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中國哲學書電子化計劃
先秦兩漢 -> 道家 -> 列子 -> 天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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林類年且百歲,底春被裘,拾遺穗於故畦,並歌並進。孔子適衛,望之於野。顧謂弟子曰:「彼叟可與言者,試往訊之!」子貢請行。逆之壠端,面之而歎曰:「先生曾不悔乎,而行歌拾穗?」林類行不留。歌不輟。子貢叩之不已,乃仰而應,曰:「吾何悔邪?」子貢曰:「先生少不勤行,長不競時,老无妻子,死期將至,亦有何樂而拾穗行歌乎?」林類笑曰:「吾之所以為樂,人皆有之,而反以為憂。少不勤行,長不競時,故能壽若此。老无妻子,死期將至,故能樂若此。」子貢曰:「壽者人之情,死者人之惡。子以死為樂,何也?」林類曰:「死之與生,一往一反。故死於是者,安知不生於彼?故吾知其不相若矣。吾又安知營營而求生非惑乎?亦又安知吾今之死不愈昔之生乎?」子貢聞之,不喻其意,還以告夫子。夫子曰:「吾知其可與言,果然;然彼得之而不盡者也。」
임류(林類)의 나이가 거의 백 살이 다 되었는데, 봄이 되어도 갖옷을 입고 묵은 밭 이랑에서 이삭을 주우면서 노래를 부르며 다니고 있었다.
공자가 위(衛)나라로 가다가 들에서 그를 바라보고는 제자들을 돌아보며 말하였다.
“저 노인은 함께 이야기할 만한 사람 같으니, 시험 삼아 누가 가서 그에게 물어 보아라!”
자공(子貢)이 자청하여 갔다. 그를 밭이랑 끝에서 그를 만나 탄식하며 말하였다.
“선생께서는 일찍이 후회한 일이 없으십니까? 그렇게 노래 부르고 이삭만 주으시니.”
임류는 걸음을 멈추지도 않고 노래를 그치지도 않았다. 자공이 묻는 일을 그만두지 않으니, 이에 노인이 허리를 젖히며 대답하였다.
“내가 무엇을 후회한단 말이오?"
자공이 말했다.
“선생은 젊어서는 부지런히 힘써 행실을 닦지 아니 하셨고, 성장한 뒤에도 시운(時運)을 잡으려고 노력하지 않고, 늙어서는 처자도 없이 이제 죽을 때가 다가오고 있는데, 무슨 즐거움이 있어서 이삭을 줍고 다니면서 노래를 부르십니까?"
임류(林類)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내가 즐거움으로 삼는 이유를 사람이면 누구나 다 가지고 있건만 사람들은 도리어 그것을 근심으로 여기고 있지요. 젊어서는 힘써 행실을 닦지 아니하고, 장성하여 시운을 잡으려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처럼 오래 살 수 있는 것이오. 늙어서 처자가 없고 죽을 때가 다가오고 있으니 그 때문에 이처럼 즐거워하고 있는 것이오.“
자공이 말했다.
“장수하기를 바라는 것은 사람의 정이요, 죽음은 누구나 싫어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선생께서는 죽음을 즐거움으로 여기시니 어찌된 일입니까?"
임류가 말하였다.
“죽는 것과 사는 것은 한 번 가고 한 번 되돌아오는 것이오. 그러니 여기에서 죽은 사람이 어찌 저 세상에서 태어나지 않음을 어찌 알겠소? 나는 죽고 사는 것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을 뿐이오. 내가 또 악착같이 삶을 구하는 것이 미혹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어찌 알겠소? 또 내가 지금의 죽음이 전생의 삶보다 낫지 않다는 것을 어찌 알겠소?"
자공은 그 말을 듣고도 그 말의 뜻을 깨닫지 못하였다. 돌아와서 그 말을 공자에게 전하니 공자가 말하였다.
“나는 그와 더불어 이야기할 만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과연 그렇구나. 그러나 그는 도리를 깨닫고는 있지만 충분하지는 못한 사람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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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란 진정한 휴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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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子貢倦於學(자공권어학),告仲尼曰(고중니왈):「願有所息(원유소식),」 仲尼曰(중니왈):「生无所息(생무소식)。」 子貢曰(자공왈):「然則賜息无所乎(연즉사식무소호)?」 仲尼曰(중니왈):「有焉耳(유언이),望其壙(망기광),睪如也(고여야), 宰如也(재여야),墳如也(분여야),鬲如也(격여야),則知所息矣(즉지소식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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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공이 학문에 권태를 느껴 공자에게 말하였다.
“휴식을 취할 곳이 있었으면 합니다.”
공자가 말했다.
“살아서는 휴식할 곳이 없다.”
자공이 말했다.
"그렇다면 제게는 휴식할 곳이 없는 것입니까?"
공자가 말했다.
“있지. 저 무덤을 바라보아라. 불룩하고 우뚝하며 봉곳하게 불쑥 솟아오른 것이 네가 쉴 곳임을 알 수 있지 않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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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仲尼(중니) : 공자(孔子). 집안의 장남인 맹피에 이은 둘째 아들이라는 뜻. 중(仲)은 둘째라는 뜻이고 니(尼)는 공자가 태어난 니구산의 니이다.
○ 賜(사) : 자공(子貢)의 이름. 공자의 제자 자공의 이름은 단목사(端木賜)이다.
○ 有焉耳(유언이), 望其壙(망기광) : 있지. 저 무덤을 바라보아라. 焉耳(언이)는 어조사. 壙(광)은 뫼 구덩이 ‘광’, 무덤을 말함.
○ 睪(고) : 불룩하다. 睪는 봉긋한 모양 ‘고’
○ 宰(재) : 물건이 우뚝 솟은 모양. 무덤을 말하기도 한다.
○ 墳(분) : 부풀어 오르다. 무덤.
○ 鬲(격) : 솥. 솥처럼 불쑥 솟아 있는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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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子貢曰(자공왈): 「大哉死乎(대재사호)!君子息焉(군자식언),小人伏焉(소인복언)。」 仲尼曰(중니왈): 「賜(사)!汝知之矣(여지지의)。 人胥知生之樂(인서지생지락),未知生之苦(미지생지고); 知老之憊(지로지비),未知老之佚(미지로지일); 知死之惡(지사지악),未知死之息也(미지사지식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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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공이 말했다.
"위대하군요, 죽음이라는 것은! 군자는 휴식을 하고 소인은 굴복하는 것이군요."
공자가 말했다.
"사(賜)야! 네가 그것을 알았구나.
사람들은 모두 삶의 즐거움을 알고 있으나 삶의 괴로움을 알지 못한다.
늙음의 고달픔을 알고 늙음의 편안함을 모른다.
죽음이 나쁘다는 것을 알고 죽음이 휴식이라는 것은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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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大哉(대재) : 크고 위대하다.
○ 人胥(인서) : 사람들은 모두. 胥(서)는 모두의 뜻.
○ 知死之惡(지사지악),未知死之息也(미지사지식야). : 죽음이란 진정한 휴식이며 죽음을 초연하면 참다운 삶의 길이 보인다는 말이다.
장자(莊子) 대종사(大宗師)에는 “대자연(大自然)은 육체를 주어 나를 이 세상에 살게 하며, 삶을 주어 나를 수고롭게 하며, 늙음으로 나를 편안하게 해 주며, 죽음으로 나를 쉬게 한다. (夫大塊載我以形,勞我以生,佚我以老,息我以死.)”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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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中國哲學書電子化計劃
先秦兩漢 -> 道家 -> 列子 -> 天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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子貢倦於學,告仲尼曰:「願有所息,」仲尼曰:「生无所息。」子貢曰:「然則賜息无所乎?」仲尼曰:「有焉耳,望其壙,睪如也,宰如也,墳如也,鬲如也,則知所息矣。」子貢曰:「大哉死乎!君子息焉,小人伏焉。」仲尼曰:「賜!汝知之矣。人胥知生之樂,未知生之苦;知老之憊,未知老之佚;知死之惡,未知死之息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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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공이 학문에 권태를 느껴 공자에게 말하였다.
“휴식을 취할 곳이 있었으면 합니다.”
공자가 말했다.
“살아서는 휴식할 곳이 없다.”
자공이 말했다.
"그렇다면 제게는 휴식할 곳이 없는 것입니까?"
공자가 말했다.
“있지. 저 무덤을 바라보아라. 불룩하고 우뚝하며 봉곳하게 불쑥 솟아오른 것이 네가 쉴 곳임을 알 수 있지 않겠느냐?
자공이 말했다.
"위대하군요, 죽음이라는 것은! 군자는 휴식을 하고 소인은 굴복하는 것이군요."
공자가 말했다.
"사(賜)야! 네가 그것을 알았구나. 사람들은 모두 삶의 즐거움을 알고 있으나 삶의 괴로움을 알지 못한다. 늙음의 고달픔을 알고 늙음의 편안함을 모른다. 죽음이 나쁘다는 것을 알고 죽음이 휴식이라는 것은 알지 못한다.“
[출처] [열자(列子) 천서편(天瑞篇)] 08.죽음이 즐거운 까닭|작성자 swings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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