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송 달송

어느 분의 임사수기

황령산산지기 2019. 7. 7. 06:01

파라다이스

    




어느 분의 임사수기

 

사고 당시 저는 21살이었어요.

친구를 만나려고 자전거를 타고 가는 길이었는데 제가 조금 늦어서 급한 마음이었어요.

앞에 보니까 신호등이 6초 남았더라구요? 굉장히 넓은 사거리 있잖아요?

제가 거길 충분히 갈 수 있을 줄 알고 페달을 빠르게 밝았는데

중간도 가지 못하고 빨간불이 들어온 거에요.

순간 무서운 마음이 들어 옆도 안보고 빨리 달렸어요.

갑자기 제 옆으로 승용차 한데가 빠르게 오더라구요.

순간적으로 이건 피할 수 없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쿵하고 박아서 공중에 붕 떴어요. 이상하게 아프진 않더라구요.

그 짧은 순간에도 사람이 이렇게 멀리 날 수도 있구나라고 생각하다가

바닥에 충돌하고 의식이 점점 몽롱해지는 거에요.

 

갑자기 제 주위에 어둠이 드리워졌어요.

칡흑 같은 어둠 속에서 아주 작은 밝은 빛이 보이더군요.

굉장히 밝은 빛. 빛이 점점 커져가더니 제 온몸을 감쌌어요.

굉장히 따뜻하고 포근했어요. 어렸을 때 엄마 품에서 느꼈던 그 느낌보다도

포근한 나를 품어주는 느낌. 정말 무조건적인 사랑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이

저를 감쌌어요.

 

그리고 제가 점점 커져 가는데, 정말 이건 이렇게밖에 표현할 수가 없어요.

제가 점점 넓어져갔어요.

점점 더 커지고 커져서 지구를, 태양계를 그리고 우주를,

수많은 우주와 수많은 모든 세상을 포괄하게 됬어요. 순식간에 말이에요.

 

저는 모든 것이 되었어요. 모든 것 안에 제가 있었고, 그야말로 제가 모든 것이었어요.

시간이라는 것도 그 상태에서는 의미가 없었어요.

우리가 육체 상태에서 느끼는 과거, 현재, 미래라는 것도 다 착각이었어요.

사실은 그 모든 게 동시에 존재하는데, 동시에 인식할 수 있는데,

육체에 있을 때에는 한 순간밖에 인지할 수 없도록 제한되어 있었어요.

 

그 상태에서도 저는 궁금한 것이 많았는데,

제가 궁금하다고 '생각'만 하면 바로바로 답변이 왔어요.

우리 인생의 목적이 무엇인지도 육체로 살아가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도 알게 됐어요.

 

그렇게 모든 것이 된 상태에서는 고통도 괴로움도 없었고 오직 사랑만이 넘쳐났어요.

우리 본래의 모습에서는 겪을 수 없는 것들, 인간으로서의 슬픔, 고통,

열정, 희망, 사랑 같은 걸 체험하기 위해 우리는 인간으로 태어나는 거에요.

단지 그렇게 경험하기 위해서..

 

세상에서 비극이라고 이름 지은 사건들에 대해서도 다시 보게 되었어요.

비극은 다음 전개될 미래를 위한 발판이었어요.

특정한 조건과 각본을 만들기 위해 필연적으로 일어나야만 하는..

정말 끔찍한 전쟁의 참사도 사실은 더 거대한 아름다움을 위해 일어나는 일이었어요.

전체가 된 시점에서 바라볼 때 잘못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어요.

살인도 폭력도 그 모든 끔찍한 일이 전체에 빠져서는 안 될 모든 것의 일부분이었어요.

 

그리고 비극을 통해 우리는 경험하는 거에요.

전체의 상태에서는 결코 느껴보지 못할 일을.

결핍이라는 것을 겪어보고 풍족이라는 것을 겪어보고.

인간으로서의 슬픔을 모르면 인간으로서의 기쁨도 알 수가 없거든요..

 

폭력에 휩싸인 사람들도 병든 사람들일뿐이라는 걸 알았어요.

그들은 자기 안의 고통 때문에, 참을 수 없는 고통 때문에 남에게 해를 가하는 거였어요.

그 상태에서는 오직 연민밖에 느낄 수 없었어요.

그래서 아무런 판단도 하지 않게 되었어요.

 

육체 세상은 수많은 세상 중에 하나에요.

우리가 전체성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경험하는 놀이터라고나 할까요?

모든 시간이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의 인격을 성숙하여 해탈을 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어보였어요.

 

사실 모든 경험은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경험은 지구라는 놀이터를,

윤회라는 놀이터를 통과하는 개인화된 의식들이 거쳐야할

완벽한 체험을 구성하는 구성요소에 지나지 않았어요.

 

우리는 모든 것을 체험해야 해요.

그래서 더 성숙한 사람이라는 것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모든 사람이 이미 깨달은 존재이고 사실은 모든 사람이 하나이거든요.

사람뿐만 아니라 우리가 걷고 있는 이 땅 하늘 곤충 새들이 사실은 자기자신이에요.

 

왜냐하면 나는 존재하는 모든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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