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정
버리는 연습
새들의 초록 선율이 새벽잠을 깨운다 정신적 물질적 버림의 학습에 서툰 나는 아직 지식도 사물도 탐낸다 깨진 도자기도 수선하고 물질에 대한 욕심이 더 생긴다 온 집안에는 책들과 살림이 차고 넘친다.
어제 밤에도 옷을 많이 가려서 버리는 연습을 해보지만 자꾸 미련이 남는다 머리도 하얗게 비워야 되는데 더 알고 싶은 욕망이다 새벽엔 월간지로 배달되는 문학지도 뒤지며 사유의 탐색이다.
며칠 전 코리안 아쉬람 16주년 기념행사의 독일서 니체와 하이데거의 철학을 섭렵하여 서양 지성사를 꿰뚫고 있는 철학자 박충일의 인문학 강의는 현대의 무지와 닫힌 의식을 일깨워주는 인문학 강좌의 소중한 시간이었다. 고전이나 좋은 시 한 편 안 읽는 황폐한 물질문명의 과학기호만 난무하는 세상 존재가 떠나버린 존재의 망각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다 코리안 아쉬람 문인들과 만남을 기뻐 하는 후기 하이데거의 시를 주제로 한 예도 박충일선생 하이데거의 <숲길>에서 강의는 사물들이 다시 본래로 돌아가는 인간 회복의 설법처럼 들린다
자기 존재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우리들을 일깨워주는 흑인 추장 빠빠라기의 연설문이다. 비우고 버리고 본래로 돌아가는 길에 서서. 글 : 허윤정 베토벤 /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 Beethoven / Piano Sonata No.8 in C minor, Op.13 "Pathetique“
I. Grave – Allegro di molto e con brio II. Adagio cantabile III. Rondo: Allegro(04:28)
소나타 형식의 설계에 밑거름이 된 역사적인 악장이 되었다. 불안한 분위기의 서주를 거쳐 빠르고 정열적인 1주제와 단음계의 장식적인 효과가 두드러지는 2주제를 거치며 그 비창적 에너지를 더하다가, 제시부 마지막에서는에너지가 고갈된 듯한 침묵이 음악에 긴장감을 더한다. 갑작스러운 종지부는 베토벤은 그의 첫 세 개의 피아노 소나타 세트인 Op.2를 하이든에게 헌정했다. 그는 이미 하이든과 모차르트로부터 시작한 빈 고전주의 스타일을 숙지했고, 여기에 자신의 영혼 속에 내재돼 있던 음악적 아이디어와 방법을 얹어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베토벤에게 있어서 이러한 중용적인 ‘변주적 발전’은 한 번의 시도만으로 족했다. 그는 32개의 피아노 소나타를 작곡하면서 매 작품마다 엄청난 큰 개별성과 독립성을 부여했을 뿐더러, 작곡 시기상 세 개의 시기(초기, 중기, 후기)로 구분되는 그룹마다 고전주의를 벗어나 낭만주의로 향하는 엄청난 에너지와 진취적인 방향성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비창 소나타]는 1798년부터 1799년 사이에 작곡되어 그 해 가을 빈의 에더 출판사에서 출판되었고, 베토벤의 친구이자 후원자였던 칼 폰 리치노프스키(Carl von Lichnowsky)에게 헌정된 작품이다. 이 소나타의 부제로 알려져 있는 ‘비창 Pathétique’은 베토벤 자신이 붙인 것이 아니라 출판시 출판업자에 의해 붙여진 것이라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실제로 이 곡은 음악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작품으로 평가받는데, 무엇보다도 이전 시대의 음악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긴장감과 강렬함이 표출되기 때문이다. 그러한 까닭에 [비창 소나타]는 베토벤이 최초로 드러낸 드라마틱한 자신의 모습이며, 어둡고 침침하며 비극적인 분위기가 지배하는 최초의 심리주의적, 표현주의적 피아노 소나타로 기록된다. 모든 베토벤 작품들이 그렇듯이 음악 주제들의 밀접한 관계 또한 특징적이다. 이 작품의 첫 악장의 2주제는 제2악장의 2주제에서 역전된 형태로 사용될 뿐만 아니라 마지막 피날레 악장에서는 변형되어 다시 주제로 사용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바그너에 의해 활성화 된 순환주제의 개념이 바로 이 작품에서, 작곡가가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살며시 엿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또한 혁신적이다. 그리고 하이든, 모차르트가 완성한 느린 서주와 활기찬 알레그로 - 느린 아다지오 - 빠른 론도라는 특징적인 3악장 구성을 채용했지만, 그 안에서 베토벤은 극적인 다이내믹과 비장함의 극대화라는 새로운 심리적 표현력을 만들어냈다. 이 점도 [비창 소나타]를 특징짓는 창조적 에너지의 산물이라 말할 수 있다. 한편 [비창 소나타]의 조성은 [운명 교향곡]과 같은 C단조이다. 베토벤이 좋아했던 이 어둡고 비장한 C단조는 [5번 소나타]와 마지막 [32번 소나타]와 더불어 총 세 곡의 피아노 소나타에서 사용되었다. ◆ 1악장 그라베-알레그로 디 몰토 에 콘 브리오 (Grave - Allegro di molto e con brio) 형식을 인용한 장중한 서주가 붙은 악장이지만, 그 내용의 깊이와 시적 감수성에 있어서 온전히 베토벤의 개성이 발휘된 대목이다. 비장한 무게감과 위력적인 에너지감이 휘몰아치는 1악장은 이후 베토벤이 발전시켜나간 소나타 형식의 계에 밑거름이 된 역사적인 악장이 되었다.불안한 분위기의 서주를 거쳐 빠르고 정열적인 1주제와 단음계의 장식적인 효과가 두드러지는 2주제를 치며 그 비창적 에너지를 더하다가, 제시부 마지막에서는에너지가 고갈된 듯한 침묵이 음악에 긴장감을 더한다. 갑작스러운 종지부 이 악장에 비극적인 느낌을 배가시킨다. ◆ 2악장 아다지오 칸타빌레 (Adagio Cantabile) 처연함을 더하는 악장.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14번] ‘월광’ 1악장의 아름다움에 비견할 만한 악장으로서, 영화음악과 팝, 락, 힙합, 재즈를 넘나들며 즐겨 사용될 정도로 친밀성이 강한 악장이다. 하나의 구슬픈 주제가 세 번 반복되는 동안 두 개의 에피소드가 삽입되고, 슈베르트적인 성격이 강한(슈베르트가 여기에서 영향을 받았으리라 예상되는) 여덟 마디의 코다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빠르기인 안단테 칸타빌레가 일말의 동화적 환상을 부여한다면, 이보다 조금 느린 아다지오 칸타빌레라는 빠르기는 여전히 동화적이지만 우울하고 염세적인 느낌이 기저에 깔려있는 절묘한 상상력을 자아낸다. ◆ 3악장 론도: 알레그로 (Rondo: Allegro) 1주제의 멜로디(첫 악장의 2주제를 차용한)와 목가적인 청량함을 머금은 중간의 에피소드가 상호 시너지 효과를 고조시키다가, 마지막 짧고 드라마틱한 코드의 하행 아르페지오와 함께 이 작품 특유의 극적인 박력은 최고도에 이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