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애

인연

황령산산지기 2019. 5. 11. 08:05

방일

    


인연 - 김재진

 

 

 

한 세상 입던 옷 벗어놓고 우린 모두

어딘가로 떠나야 합니다.

마당에는 불 켜지고

이모, 고모, 당숙, 조카,

이름도 잊어버린 한순간의 친구들

때 묻은 인연들 모여 잔치를 벌입니다.

술잔이 돌고 덕담이 오가고

더러는 떠나는 것을

옷 갈아입는 거라 말하는 이도 있습니다.

새 옷으로 갈아입기 전 나는 훌훌

가진 것 다 비워내고 빈 몸이고 싶습니다.

어차피 아무것도

가지고 갈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헛된 이름인들 남겨서 무엇 하겠습니까.

헌옷 벗어 개켜놓고 그렇게

목욕탕에 갔다 오듯 가벼워지고 싶습니다.

 

  


(Back To The Light - Henri Sero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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