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 김재진
한 세상 입던 옷 벗어놓고 우린 모두 어딘가로 떠나야 합니다. 마당에는 불 켜지고 이모, 고모, 당숙, 조카, 이름도 잊어버린 한순간의 친구들 때 묻은 인연들 모여 잔치를 벌입니다. 술잔이 돌고 덕담이 오가고 더러는 떠나는 것을 옷 갈아입는 거라 말하는 이도 있습니다. 새 옷으로 갈아입기 전 나는 훌훌 가진 것 다 비워내고 빈 몸이고 싶습니다. 어차피 아무것도 가지고 갈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헛된 이름인들 남겨서 무엇 하겠습니까. 헌옷 벗어 개켜놓고 그렇게 목욕탕에 갔다 오듯 가벼워지고 싶습니다.
(Back To The Light - Henri Sero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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