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돋보기]
명절 때 고향을 승용차로 오가거나, 평소 운전을 하는 경우 대부분 예외 없이 경험하는 게 '도로 정체'입니다. 가다 서기를 반복하기도 하고, 때론 한동안 꼼짝을 하지 않기도 하는데요.
차량 안 많고 사고 없는데 차량 밀려
원인 모호한 탓에 '유령 정체' 호칭
차량 간격 좁혀지며 연이은 감속 탓
정체 유발 '반응 시간 지체' 이론
운전자의 짧지만 엉뚱한 행동이
정체 유발하는 '나비 효과' 해석도
전문가 "인간이 운전대를 잡는 한
유령 정체는 사라지기 어려울 것"
이런 도로 정체 또는 교통 정체가 생기는 일반적인 원인은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는 도로 용량에 비해 차량이 너무 많이 몰리는 경우인데요. 좁은 도로에 차들이 갑자기 몰리면 어쩔 수 없이 정체가 생기게 됩니다.
둘째는 교통사고입니다. 사고가 발생하면 초기부터 이를 수습하는 단계까지 상당 시간 도로가 막힐 수밖에 없습니다. 셋째는 공사 구간이 있는 경우로 한 두 차로를 막고 공사를 하고 있다면 정체를 피해가긴 어렵습니다.
둘째는 교통사고입니다. 사고가 발생하면 초기부터 이를 수습하는 단계까지 상당 시간 도로가 막힐 수밖에 없습니다. 셋째는 공사 구간이 있는 경우로 한 두 차로를 막고 공사를 하고 있다면 정체를 피해가긴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런 요인들이 없는데도 차가 막히는 현상이 곧잘 벌어집니다. 명절 연휴 고속도로도 예외는 아닌데요. 이런 현상을 '유령 정체(phantom traffic jam)'라고 부릅니다. 현상은 있는데 뚜렷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 보니 '유령'이란 단어를 붙인 듯합니다.
교통학자와 과학자들은 왜 유령 정체가 생기는지를 연구해 여러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가장 설득력 있다고 평가되는 것이 '반응시간 지체(reaction time delay)'이론입니다.
영국 엑서터대-헝가리 부다페스트대 공동 연구팀이 2006년 왕립학술원 학회보에 연구결과를 발표했는데요. 고속도로에서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린 대형 트럭 뒤를 승용차가 일정 간격을 두고 따라가는 상황을 가정해봅니다.
일정 간격을 둔다고는 하지만 속도 차이 때문에 트럭과의 간격이 좁혀지게 되면 승용차 운전자는 브레이크를 밟게 됩니다. 그러면 이 승용차의 뒤를 따르던 차량도 감속하게 되는데요.
이렇게 순차적으로 반응하며 속도를 줄이다 보면 무리의 맨 뒤차는 거의 멈춰서는 상황이 됩니다. 흐름이 나쁘지 않은데도 수시로 차선을 변경하는 차량이 있는 경우에도 이런 현상이 유발됩니다.
다른 요인이 없다면 이 같은 정체는 차량 행렬이 일정 간격과 속도를 다시 회복되면 저절로 풀리게 되는데요. 이러다 보니 맨 뒤에 있던 차량 운전자로서는 최초 정체가 시작된 지점을 통과하더라도 도대체 왜 차가 막혔던 건지를 알 수가 없게 되는 겁니다.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도 유령 정체를 설명하는 이론 중 하나입니다. 나비의 날갯짓처럼 작고 경미한 바람이 폭풍우와 같은 커다란 변화를 유발한다는 것으로 1960년대 무렵 기상학에서 처음 등장한 이론인데요.
일정한 흐름 속에 있던 차량의 운전자가 졸거나 휴대전화 사용 등의 일탈 행동으로 1~2초간 멈칫할 경우 이를 본 뒤차들이 속도를 줄이거나 차선을 바꾸면서 체증을 유발하게 된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설명을 자세히 살펴보면 한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는데요. 바로 '운전자=인간' 이란 겁니다. 바꿔 말하면 인간이 운전하기 때문에 이 같은 유령 정체를 만들어낸다는 겁니다.
이른바 '스기야먀의 실험'으로 알려진 실제 자동차 실험에서도 입증이 되는데요. 일본 나고야대의 스기야먀유키(杉山雄規) 교수는 2008년 길이 250m의 원형 도로에서 22대의 차가 일정 간격을 유지하며 달리는 실험을 했습니다.
차들을 동일한 간격으로 배치한 뒤 일정한 속도(시속 30㎞)로 달리게 했지만 얼마 뒤 일부 차량이 정체되는 현상이 발견됐는데요. 사람이 운전을 하다 보니 차량마다 속도에 미세한 차이가 나면서 간격 유지에도 문제가 생긴 겁니다.
그럼 유령 정체를 방지할 방법은 없을까요?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과학자는 인간이 운전대를 잡는 한 유령 정체가 사라지긴 어렵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아주 희망이 없는 건 아닙니다.
바로 자율주행차의 등장인데요. 도로를 달리는 차량이 모두 AI(인공지능)를 탑재한 자율주행차라면 차량 간격과 속도 유지 면에서 훨씬 정교한 작동이 가능할 겁니다. 이렇게 된다면 유령 정체가 생길 가능성이 상당히 줄어들텐데요.
그러나 이는 꽤 시간이 흐른 뒤에나 가능한 상황입니다. 당장은 조금 더 여유를 갖고 정속 운행을 하고, 무리한 끼어들기를 삼가는 등 운전의 기본을 잘 지키면서 유령 정체의 등장 횟수를 줄이려고 노력하는 게 최선일 듯합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출처: 중앙일보] 사고도 없는데 대체 왜 막혀? 유령정체 뒤엔 '브레이크 1초'
그러나 이는 꽤 시간이 흐른 뒤에나 가능한 상황입니다. 당장은 조금 더 여유를 갖고 정속 운행을 하고, 무리한 끼어들기를 삼가는 등 운전의 기본을 잘 지키면서 유령 정체의 등장 횟수를 줄이려고 노력하는 게 최선일 듯합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출처: 중앙일보] 사고도 없는데 대체 왜 막혀? 유령정체 뒤엔 '브레이크 1초'
'뉴스 스크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저위력 핵탄두’가 전쟁 양상 바꿀 것 (0) | 2019.02.04 |
---|---|
태양 중심보다 일곱배 뜨거운 플라즈마 만든다...핵융합연, 올해 KSTAR 실험 목표 (0) | 2019.02.04 |
무섭고도 슬픈 노인의 죽음, 노노개호(老老介護)의 끝 (0) | 2019.02.04 |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말 (0) | 2019.02.04 |
“피라미드 촬영 후 파괴”… ‘SKY캐슬’에 숨겨진 1㎜ (0) | 2019.0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