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스크랩] 그리운 것들은 강 건너에 있다 / 임애월 (낭송 : 이희강)

황령산산지기 2019. 1. 19. 08:59

 

 



그리운 것들은 강 건너에 있다 / 임애월

 

그리운 것들은

언제나 강 건너에 있다

산 그림자 어룽거리는 강변에서

키 큰 미루나무처럼 강물을 보며 살고 있다

가끔씩 작은새가 물어다 주는 풀잎 같은 안부

찔레향기 같은 풋풋함으로 날아와

가슴속을 휘저어놓고 바람처럼 사라질 때

강가에는 노을이 피었다

그 노을 따라 저녁길을 걷노라면

자박자박 따라오던 어둠의 발소리

그대가 보낸 편지를 온몸으로 읽는 동안은

검은 어둠마저도 따스했다

노을이 시들고 나면 어둠을 딛고 촘촘하게 돋아나는 별들이

강물 위로 날아와 앉는다

조곤조곤 속삭거리는 별들의 이야기를 밤새 듣다가

깜빡 날이 샐 무렵

미루나무 동쪽 가지가 후루루 이슬을 털었다

놀란 새벽새들 하늘로 솟구치고

그대의 연서도 이슬로 사라진다

사라진 것들은 연둣빛 상처를 가둔 그리움으로 출렁인다

긴 산맥의 능선은 여전히 묵묵하고

그 묵음(默音)의 길을 따라 바다로 흐르는 강물

풀향기 짙어지는 계절이 오면

손끝에 닿지 않는 먼 산정의 안개처럼

강 건너 멀리 있는 것들의 안부가

가끔씩 궁금하다


첨부파일 그리운것은33QR-[2019.01.18]-091010.mp3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봄꽃처럼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