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가르침을 펼치면 8만4천 법문 또는
그 이상 펼쳐지는 것처럼,
번뇌도 펼치면 8만4천 번뇌 또는 그 이상 펼쳐집니다.
그 많은 번뇌는 무명(無明), 즉 어리석음이 중심이 됩니다.
이 어리석음에 의해 온갖 번뇌가 함께 일어나
고통의 바다에 생사윤회합니다.
이러한 무명을 중심으로 번뇌를 펼치면 탐욕, 성냄,
어리석음인 탐진치(貪瞋癡) 삼독(三毒)으로 펼쳐지고,
더 나아가 탐(貪)[탐욕], 진(瞋)[성냄], 치(癡)[어리석음],
만(慢)[자만], 의(疑)[의심], 악견(惡見)[그릇된 견해] 등
6가지 근본번뇌로 펼쳐집니다.
그리고 이에 따라서 더 많은 번뇌가 펼쳐집니다.
그런데, 보통 번뇌에 대해 널리 알려진 말로는 ‘백팔번뇌’가 있습니다.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백팔번뇌와 관련된 유행가 가사가 절로 흥얼거려집니다.
“염주 한 알 생의 번뇌♪ 염주 두 알 사의 번뇌♩ 백팔염주 마디마다♬”
그런데 보통 백팔번뇌라는 말만 들었지,
정확하게 백팔번뇌의 내용에 대해서는 알지 못합니다.
또 모른다고 그렇게 큰 궁금증이 있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뭔가 복잡하다는 것을 벌써 직감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은 아닌지?
우선 ‘백팔’이라는 숫자도 번뇌 개수가 108개라는 뜻도 있지만,
굳이 108개 하나 하나의 번뇌를 몰라도
‘그 만큼 번뇌가 많구나’ 하는 정도로 이해해도 좋습니다.
8만4천이라는 수가 꼭 8만4천이라는 수가 아니고
많다는 뜻이 있는 것처럼 ‘백팔’이라는
수도 꼭 108개가 아니라 많은 수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왕 ‘백팔번뇌’를 언급한 김에
‘108’이라는 숫자가 어떻게 나왔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108이라는 숫자가 나온 것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번뇌는 마음 작용과 관련됩니다.
따라서 인식이 일어나는 근거에 의하여 계산하는 것입니다.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 등의 인식기관인
6근(根)이 색성향미촉법(色聲香味觸法) 등의
인식대상인 6경(境)을 대상으로 할 때,
세 가지의 감정이 생깁니다.
즉, 괴롭다[고수(苦受)]고 하거나 즐겁다[낙수(樂受)]고 하거나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다[사수(捨受),
또는 불고불락수(不苦不樂受)]고 합니다.
그리하여 6×3으로 18이 됩니다.
이 18가지에 대해 각각 더럽다[염(染)]고 하거나
깨끗하다[정(淨)]고 합니다.
또는 탐내거나[탐(貪)] 탐내지 않거나[무탐(無貪)] 합니다
. 그리하여 18×2로 36이 됩니다.
그리고 각각에 다시 과거·현재·미래의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하여 36×3으로 108이 됩니다.
둘째, 6근이 6경을 대상으로 할 때,
고수·낙수·사수뿐만 아니라 좋다[호(好)]고 하거나,
싫다[오(惡)]고 하거나 좋지도 않고 싫지도 않다[평(平)]고 합니다.
그리하여 6×(3+3)으로 36이 됩니다.
여기에 각각 과거·현재·미래의 경우가 있습니다
. 그리하여 36×3으로 108이 됩니다.
이상 두 경우는 구체적인 번뇌의 모습을 언급한 것이 아니라
인식을 통해 일어나는 경우의 수를 계산한 것입니다.
반면에 다음은 구체적인 번뇌의 모습을 통해 계산한 것입니다.
이것은 부파불교(아비달마불교)에서 등장하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다소 복잡하여 우리를 좀 힘들게 합니다.
그렇지만 ‘그런 것이 있구나’ 하는 정도로 언급하고자 합니다.
앞서 6가지 근본번뇌를 언급하였습니다.
탐(貪), 진(瞋), 치(癡), 만(慢), 의(疑), 악견(惡見) 등입니다.
마지막 악견은 다시 유신견(有身見), 변견(邊見), 사견(邪見),
견취견(見取見), 계금취견(戒禁取見)으로 나누어져
총 10가지가 됩니다.
근본번뇌에 대한 설명은 다음 호로 넘기겠습니다.
이러한 번뇌는 고제의 지혜에 의해 끊어지는 번뇌가 있고,
집제·멸제·도제의 지혜에 의해 끊어지는 번뇌가 있습니다.
사성제의 지혜로 끊어지는 번뇌는
사성제의 도리를 보았기(깨달았기) 때문에
끊어진 번뇌라 하여 견혹(見惑)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사성제의 지혜에 의해 끊어지지 않는 번뇌도 있습니다
. 이는 이후 더 깊은 수행을 통해
끊어지는 번뇌이기 때문에 수혹(修惑)이라고 합니다.
5견과 의는 견혹에 해당되고, 탐, 진, 만, 의는
견혹과 수혹 두 종류가 있습니다.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또한 번뇌는 욕계, 색계, 무색계에 각각 연결되어 구분됩니다.
예를 들면 욕계의 탐욕은 끊기 쉽지만
색계, 무색계의 탐욕은 상대적으로 끊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색계, 무색계에는 진을 일으켜야 하는
대상이 없기 때문에 진이 없습니다.
그리하여 각각 삼계에 있는 견혹,
수혹을 이렇게 저렇게 계산하여 욕계의 번뇌는 36종,
색계의 번뇌는 31종, 무색계의 번뇌는 31종으로 총 98종이 됩니다
. 여기에 다시 근본번뇌에 따라서 일어나는
10가지 수번뇌(隨煩惱)를 합쳐 총 108번뇌가 됩니다.
아무리 많은 번뇌가 있다 하더라도
착한 마음으로 신명나게 정진해나간다면
번뇌는 단지 종자로 있을 뿐 현행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 번뇌 또한 실체가 없는 것,
그 모습을 바로 깨쳐 안다면
‘백겁 동안 쌓인 죄가 한 순간에 모두 사라진다
[백겁적집죄(百劫積集罪) 일념돈탕진(一念頓蕩盡)]’는
경전의 말씀처럼 평온한 마음이 자리할 것입니다.
모셔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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