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감정 생각은 내 것이 아니다
때때로 일어나 올라온 느낌이나 감정 생각은
내가 놓아버리고 싶다고 해서 놓아지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내 마음 속에 일어나 올라오는 느낌 감정 생각은
사실 내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느낌 감정 생각 같은 것은 여러 원인(因)과 여러 조건(緣),
즉 인연(因緣)에 의해서 잠시 잠깐 일어난 것으로
하늘에 떠 있는 주인 없는 구름과 같습니다.
생각이나 감정 느낌을 '내게 잠시 들른 손님'이다 하고
그 것과 한 발 떨어져서 고요히 관찰해보십시오
- 혜민스님
어화(御畵)의 묵죽에 사은한 시란 청허집(淸虛集)에 이르기를
선조대왕(宣祖大王)이 서산대사에게 준 묵죽시墨竹詩)에
잎은 붓끝 으로부터 나왔으며 뿌리는 지면에서 난 게 아니로다
달이 와도 그림자를 봄이 없고 바람이 불어도 소리를 듣지 못하노라
(葉自毫端出 根非地面生 月來無見影 風動不聞聲)
했는데 대사가 선조대왕이 준 묵죽시에 정중히 차운(次韻)하되
소상의 한 가지 대가 성주의 붓끝에서 났도다
산승이 향을 사르는 곳에 잎마다 가을 소리를 띠었네
(瀟湘一枝竹 聖主筆端生 山僧香爇處 葉葉帶秋聲).
이 시를 주고 받음엔 인연이 있다. 동사열전이(東師列傳二)에 이르되
(서산스님이) 향로봉(香爐峯)에 올라 시를 지어
만국도성여의질(萬國都城如蟻垤)
천가호걸약혜계(千家豪傑若醯鷄)
일창명월청허침(一窓明月淸虛枕)
무한송풍운부제(無限松風韻不齊)
만국의 도성은 개미의 둑과 같고
천가의 호걸은 초파리와 같도다
일창의 명월에 청허히 베개를 베니
무한한 송풍이 운이 고르지 못하더라
이로부터 도광산채(韜光鏟彩)하여 산문을 나서지 않았는데
도를 묻는 자가 날로 그 무리를 더했으며 이 까닭으로 글을 지었다.
기축옥사(己丑獄事. 1589년 鄭汝立의 逆謀事件을 계기로 일어난 옥사)에
요승(妖僧) 무업(無業)이 스님의 시를 인용해 무고(誣告)하자
금부(禁府)에 피체(被逮)되었는데 아뢰는 말씀이 명확하자
선조(宣祖; 宣廟)가 그 억울함을 알고서 바로 석방하고 캐물으면서
시고(詩稿)를 열람하고 아름답다고 감탄하고 몸소 묵죽장자(墨竹障子;
먹으로 대를 그린 족자)를 그려서 제(題)하여 휴정상인(休靜上人)에게 주었으니
가로되 잎은 붓끝으로부터 나왔으며 운운하였고 휴정이 사은(謝恩)하여 가로되
소상의 한 가지 대가 성주의 붓끝에서 났도다 운운했다.
삼몽지사(三夢之詞)란 청허집의 삼몽사(三夢詞)에 이르되
주인은 꿈을 나그네에게 설하고 나그네는 꿈을 주인에게 설하나니
지금 두 꿈을 설하는 나그네여 또한 이 꿈 가운데의 사람이로다
(主人夢說客 客夢說主人 今說二夢客 亦是夢中人).
두 꿈이란 주인몽과 객몽이다. 장자 제물론(齊物論)에 이르되
꿈 속에서 그 꿈을 점치기도 하지만 깬 이후에 그 꿈인 줄 아나니
디만 크게 깸이 있은 이후에 이것이 그 큰 꿈이었음을 안다
(夢之中又占其夢焉 覺而後知其夢也 且有大覺而後知此其大夢也).
큰 꿈이란 큰 의심이니 큰 의심을 품어야 크게 깨치는 법이다.
선가귀감(禪家龜鑑)에 이르기를 부처님이 이르시되
성불하는 자는 믿음이 근본이 된다. 영가(永嘉; 玄覺)가 이르되
수도하는 자는 먼저 꼭 뜻을 세워야 한다.
몽산(蒙山; 德異)이 이르되
참선하는 자가 언구를 의심하지 않는다면 이것이 큰 병이 된다.
또 이르되
큰 의심 아래 반드시 큰 깨침이 있다(大疑之下 必有大悟) 했다.
- 정원스님 선림송구11 에서 발췌 / 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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