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의 죽음을 애도하는 시
부모가 죽으면 산에 묻고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던데...
걸어다니는 무덤ㅡ 윤희상
곡자 ㅡ 허난설헌
눈물 ㅡ 김현승
유리창 ㅡ 정지용
육년후 ㅡ 유치환
은수저 ㅡ 김광균
뭉크 ㅡ 병든 아이
걸어다니는 무덤 윤희상
지난 겨울
나의 친구는
일곱 살 된 딸을
가슴에 묻었다
프랭크 브램리 ㅡ하늘의 왕국은 그런 것이지요 1891년
헨리 모슬러 ㅡ 병자 성사 1884년
哭子 허난설헌
지난해 사랑하는 딸을 잃었고
올해는 사랑하는 아들을 잃었네
슬프고 슬픈 광릉 땅이여
두 무덤이 마주 보고 있구나
백양나무에는 으스스 바람이 일어나고
도깨비불은 숲속에서 번쩍인다
지전으로 너의 혼을 부르고
너의 무덤에 술잔을 따르네
아아, 너희들 남매의 혼은
밤마다 정겹게 어울려 놀으리
비록 뱃속에 아기가 있다 한들
어찌 그것이 자라기를 바라리오
황대노래를 부질없이 부르며
피눈물로 울다가 목이 메이도다
에곤 쉴레 ㅡ 죽음과 소녀 1915년
눈물 김현승
더러는
옥토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 ...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는 오직 이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제,
나의 가장 나아종 지닌 것도 오직 이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듬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1957년 <시초>에 발표
은수저 김광균(1914 -1993) 개성
산이 저문다
노을이 잠긴다
저녁 밥상에 애기가 없다
애기 앉던 방석에 한 쌍의 은수저
은수저 끝에 눈물이 고인다
한밤중 바람이 분다
바람 속에서 애기가 웃는다
애기는 방 속을 들여다본다
들창을 열었다 다시 닫는다
먼 들길을 애기가 간다
맨발 벗은 애기가 울면서 간다
불러도 대답이 없다
그림자마저 아른거린다
니콜라이 알렉산드로비치 야로센코 ㅡ 첫아이의 장례 1893년
유리창1 정지용
琉璃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열 없이 붙어 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다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치고
물 먹은 별이,반짝, 보석처럼 박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이 찢어진 채로
아아, 늬는 산새처럼 날아갔구나!
뭉크 ㅡ 병실에서의 죽음
육년후 유치환
ㅡ 향아 오늘에사 비로소 너의 죽음을 읊을 수 있노라
세월은 진실로 복된 손길인양 스쳐 흘러 갔고나
세상에 허다한 어버이 그 쓰라림을 겪었겠고
어려서 죽은 자 또한 너만이 아니련만
자칫하면 터지려는 짐승 같은 슬픔을 깨물고
어디가 터뜨릴 수 없는 분함으로
너의 작은 관에 뚜껑하여 못질 하고
음한히 흐린 십일월 북만주 벌 끝에
내손으로 흙 덮어 너를 묻고 왔나니
그때 엄마 무릎 위에 안기어
마지막 어린 임종의 하그리 고달픔에
엄마를 부르고
아빠를 부르고
누나 작은 누나 큰 누나를 부르고
아아 그리고 드디어 너는
그 괴론 육신을 육신으로만 남기고 갔나니
어느 가을날 저녁 처마의 제비 그의 집 비우고
돌아오지 않은 채 가버리듯 너는 그렇게 가고
세월은 진실로 복된 손길인양 스쳐 흘러 갔건만
석양의 가늘고 외론 행인의 그림자 어린 이 먼 호 나라 거리
강냉이 구어 파는 내음새 풍기는 늦인 가을이 오면
철 지운 새 모양 너 생각 다시금 의지 없고나
무덤가에 적은 멧새 와서 울고
저녁놀이 누나 엄마가 사는 먼 세상을 물들일 때
애기야 너는 혼자 외로워 외로워
그 귀익은 창가를 소리 높이 부르고
날마다 날마다 고와지는 좋은 백골이 되라
통곡의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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